이 같은 방침에 많은 하스스톤 이용자들은 분개했다. 과금 유도라는 비판이 주를 이뤘고, 연이은 환불 사태까지 벌어지는 등 반발이 거셌다.
한편 정규전 패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스스톤 마스터즈 코리아 시즌1의 우승자이자 오랜 기간 하스스톤 게이머로 활동해 온 '슬시호' 정한슬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정규전 패치를 일종의 '블럭 밴 룰'이라 설명한 정한슬은 이와 같은 변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일부 덱과 직업이 고정적으로 사용되는 시점에서 정기적인 변화는 새로운 메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한슬은 급했다고 일축했다. 급하게 도입한 정규전이 일부 이용자들에게 상실감을 안겨줄 수 있을 뿐더러 기존 카드들의 밸런스 조정이 우선되어야 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하스스톤을 이용해 온 정한슬에게 정규전과 야생, 블리자드의 운영은 어떻게 보였을까. '필요한 패치였다'는 동의부터 '게을렀다'는 일침까지. 단 소리와 쓴 소리를 아끼지 않은 정한슬의 얘기를 들어봤다.
하스스톤이 정규전 패치를 앞두고 있다.
블럭 밴 룰의 일종이예요. 매직 더 게더링이라는 TCG(Trading card game)는 블럭 밴 룰을 적극 활용하죠. 정기적으로 날짜를 정해놓고 좋은 카드를 한 장만 넣거나 못 쓰도록 제한하는 방식인데 매직 더 게더링은 카드가 많아서 이 방법이 효율적이었어요. 그런데 하스스톤은 아직 카드가 많이 나오지 않은 상태거든요. 성급했단 생각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게임이 변화한 건 긍정적이예요.
하스스톤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나.
TCG 장르에 변화가 없으면 대회에서 직업 상성만 봐도 누가 유리한지 보여요. 그런데 새로운 카드가 나온 초기엔 승부를 예측할 수 없죠. 그래서 자주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밸런스를 잡기 위한 방법으로 정규전이 우선적이었는지는 의문예요. 모험과 팩을 금지한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요. 현금을 투자하지 않고 카드를 모았던 이용자들에겐 상실감도 있을 것 같고, 이 게임에 돈을 쓰거나 카드를 모으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 것 같아요. 블리자드가 급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식의 밸런스 조정안이 좋았을까.
잦은 카드의 상향, 하향 패치가 훨씬 좋았을 것 같아요. 출시한 카드들은 그대로 쓰되 조금씩 조정하면 충분히 변화를 줄 수 있고 반발도 없었을 거예요. 솔직하게 말하면 너무 게을리 패치를 한 느낌도 들어요. 좋은 평가를 받아 많이 사용되고 유행을 탄 덱들을 인기가 식은 후에야 하향하더라고요. 제가 블리자드라면 밸런스 조정 패치를 자주 했을 것 같아요. 하스스톤은 실패가 두려운 게임이 아니고, 기회가 적은 게임도 아니예요. 현재보단 자주 바꿨어야 해요.
정규전과 함께 도입될 야생 모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일반 대전을 이름 좋게 바꾼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야생전으로 대회가 안 열리는 게 크죠. 어느 게임에든 대회 클라이언트로 플레이하는 게 중요한데 대회가 열리지 않는 야생전을 찾아서 할 이용자는 적을 것 같아요.
야생 모드를 위한 대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작은 규모더라도 야생전으로 펼쳐지는 대회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야생전이라는 방식을 주도하는 대회 입상자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클거예요. 야생전에 대한 관심도 달라질테고요. 대회가 블리자드의 의도를 좋은 방향으로 잡아주는 지표가 될 것 같아요. 야생전 이용자들에게도 일종의 보상이 될 것 같고요.
정규전 패치에 대해 기존 유저들에 대한 보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다른 것보다 모험 모드의 카드들을 황금으로 만든 사람들에겐 사용한 가루 모두를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로 낙스라마스의 로데브를 황금으로 만든 사람들이 해당되겠죠. 커뮤니티 사이트를 보면 모든 카드를 황금으로 제작한 분들도 있어요. 그분들이 원한다면 조그마한 성의 차원에서라도 가루 전체를 돌려줄 수 있지 않을까요.
신규 팩 '고대신의 속삭임' 발매가 머지 않았다. 신규 유저들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팁이 있을까.
시간을 많이 써서 이것 저것 해보는 수 밖에 없어요. 저는 새로운 게 나오면 친한 선수들과 직업 하나씩을 맡아서 게임을 해봐요. 서로 정보 공유를 많이 해보면서 이것 저것 덱을 꾸려보고 당해보죠. 시간을 많이 쓸수록 얻는 정보도 많아지고 재미가 커져요.
앞으로 등장할 모험 모드와 카드들이 어떤 방향으로 생겨야 이용자들이 만족할까.
저는 개인적으로 모험 모드에 부정적이예요. 모험 모드를 클리어할 때 색다른 재미를 준다고 하는데 공감이 안 되더라고요. 그리고 모바일 플랫폼에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요. 모험모드가 쓸데 없는 용량을 먹는 것 같아서요. 사용하지 않는 연습 모드도 용량을 많이 차지해요. 모바일 이용자들을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부분은 점차 줄여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떤 성질의 카드들이 하스스톤의 재미를 풍부하게 해줄까.
저는 산악 거인이나 용암 거인같은 카드들을 좋아해요. 몇 턴이 지나면 비용이 감소하는 카드들이 더 생겼으면 좋겠어요. 또 몇 턴 부터 쓸 수 있다던가 A라는 카드를 썼을 때에만 쓸 수 있는 카드들이 나와도 재밌을 것 같아요. 탐험가 연맹의 발견에 대해선 기발하다고 생각했어요. 격려도 그렇고요. 발견과 격려처럼 새로운 방식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하스스톤에 바라는 운영이 있으면 말해달라.
기존 이용자들과 새로운 이용자들을 잘 끌고 갔으면 좋겠어요. 아마 이용자 모두가 반발한 패치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정규전에 찬성 발언을 하면 심하게 공격 당하는 것도 봤거든요. 가장 좋은 건 블리자드가 이런 상황이 안 나오게 하는 거겠죠. 그래서 피드백이 좀 더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들어요. 대처를 늦게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스스톤 개발자들의 트위터를 봤는데 카드의 내용을 조금만 바꿔도 밸런스가 변해서 조정하기가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놓더라고요. 근데 전 그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잠깐 흐트러지면 다시 바꾸면 그만이예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