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에 올라온 것만으로도 스스로 대견하다고 말하는 전태양은 "10년 동안 프로게이머를 해왔지만 개인리그에서 부진하면서 '이것 밖에 안 되는 선수인가'라며 몇 번이나 좌절하려 했다"고 이야기한 다. 그러면서 "주위에서 이번 기회를 꼭 잡으라고 말씀하시고 나도 이번 기회를 통해 전태양이라는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다음은 전태양과의 일문일답.
Q 데뷔 첫 결승전이다. 떨리지는 않는가.
A 설레기는 하지만 아직 결승 무대에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다. 내가 결승 에 올라갔고 상대가 주성욱 선배이다 보니 주위에서 준우승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객 관적인 데이터로 봤을 때에는 나도 질 것 같다. 하지만 그것 덕분에 오히려 홀가분하게 경기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도전하는 입장으로 임한다면 마음껏 내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을 것 같다.
Q 첫 결승전이 팀킬이다. 기분이 묘할 것 같다.
A GSL 결승전에 선착하고 나서 주성욱과 백동준의 경기를 보면서 묘한 기분을 느꼈다. 주성욱을 응 원하고는 있는데 마음 속 한 켠에는 삼성 백동준이 올라오기를 원하는 나를 느끼고 있더라. 51대49 정도로 주성욱을 응원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Q 결승행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2007년 데뷔 이후 10년만이다.
A 늦은 감이 없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내가 봐도 굉장히 늦었다. 어느 순간 결승 갈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결승 한 번 못 밟아 보고 은퇴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선수 생활을 했고 노력한 끝에 기회가 왔다. 꼭 이기고 싶다.
Q 주성욱의 테란전 성적이 좋다고는 하지만 전태양의 프로토스전 성적도 나쁘지 않다.
A 세트별 성적까지 감안하면 승률이 많이 떨어지지만 매치업 성적으로 계산하면 꽤 괜찮다. 내 기억으로 프로리그에서는 조성호에게 패하면서 3승1패이고 GSL에서는 백동준에게 패한 것이 전부다.
Q 위메이드 폭스 시절부터 주성욱과 함께 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주성욱은 어떤 선수라고 생각하나.
A 위메이드에 들어왔을 때 주성욱 선배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지만 정말 노력하는 선수였다. 게임 수가 많고 공식 연습 시간이 끝난 뒤에도 계속 게임을 하더라. 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Q 2013년 FA를 통해 kt에 들어왔다. 어땠나.
A kt에 친한 선수들이 많았다. 이영호 선배와는 팬택에서 연습생 생활을 같이 했고 주성욱 선배와는 위메이드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선배들이 다 잘해줬다.
Q 프로게이머 경력으로는 10년차이지만 여전히 kt에서는 막내급니다.
A 나는 가는 팀마다 막내급이다. 스타크래프트2에 들어오면서 신인 영입이 되지 않아서 막내에서 두 번째다(웃음).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과 같이 늙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Q 공허의 유산에서 프로토스전은 어떤가.
A 테란은 속도전을 해야 한다. 의료선 견제와 함께 해방선으로 동시에 견제를 하기 시작하면 유리하게 풀어갈 수 있다. 해방선의 수호기 모드가 견제할 때 정말 좋다. 상대 병력이 빠지면 의료선으로 치고 들어갈 틈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팀 프로토스는 다른 팀 프로토스와 레벨이 다르다. 주성욱, 김대엽 두 명은 개인리그 시즌1 결승에 오를 정도로 탄탄하다. 빈틈이 없다. 테란이 흔들 타이밍에 수비를 참 잘한다.
Q 주성욱의 스타일은 어떤가.
A 테란을 화나게 하는 방법을 아는 것 같다. 유리한 상황을 만들고 나면 들어오지 않는다. 프로토스가 테란과 상대할 때 유리하다고 자꾸 공격을 하면 뒤쪽에 견제할 틈이 생긴다. 하지만 주성욱 선배는 들어오지 않고 후반으로 이끈다. 테란을 산으로 보내고 나서 계속 산에 있도록 만드는 스타일이라고 보면 된다.
Q 이번 결승전에 아버지가 오시나. 알고 있기로는 전태양이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도록 엄청난 지원을 해줬다고 들었다.
A 아버지 덕분에 초등학생 때부터 프로게이머를 했다. 물심양면으로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꼭 우승하고 싶다.
Q 이기고 나서 아버지를 보면 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A 아직 잘 모르겠다. 이기고 나서 우는 스타일은 아닌데 결승전은 처음이라 어찌될 지 모르겠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