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의 인터뷰가 아닙니다. 가족e스포츠 페스티벌 리그 오브 레전드 가족 대항전에 참가한 한 가족의 아버지 인터뷰입니다. 올해로 리그 오브 레전드 2년 차인 이신(47세)씨는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아들 이린과 2년 때 가족e스포츠 페스티벌에 참여했습니다.
대학교수인 이신씨와 학교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모범생 이린이 어떻게 가족e스포츠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된 것일까요? 휴일마다 가족들과 함께 어울릴 정도로 끈끈한 가족애를 가진 이신, 이린, 심민주 가족을 이렇게 하나로 묶은 것은 바로 게임이었습니다.
"대학교수가 게임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편견입니다(웃음). 예전부터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를 즐겨 했어요. 배틀넷 만 승이 넘는 아이디가 세 개나 됐죠. 아들은 아직 저한테 스타크래프트를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어요."
옆에서 아들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린군은 "정말 잘해서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며 "그래도 요즘 리그 오브 레전드로는 아빠를 계속 이기고 있기 때문에 설욕은 한 셈"이라고 멋쩍은 듯 웃었습니다.
이신씨는 아들과 소통하기 위해 작년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를 시작했습니다. 아들 친구들이 놀러와 리그 오브 레전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아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며 함께 하기 위해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게임은 이제 남학생들에게는 일상이 됐어요. 우리가 밥을 먹고 공부를 하고 자는 것처럼요. 그것을 하지 말라고 하면 아이들은 어디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까요? 가족과 함께 즐기면 충분히 좋은 방향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요즘도 이신씨와 이린군은 자주 PC방에 갑니다. 함께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면서 소통하고 시간을 보냅니다. 게임을 하지 말라고 구박하는 부모님의 눈을 속여가며 몰래 게임을 하는 친구들에게 이린군은 부러운 존재일 수밖에 없죠.
"친구들이 공부 잘한다고 저를 부러워하지 않아요(웃음). 아버지와 함께 게임을 즐기고 같이 PC방 가는 모습을 부러워해요. 사실 부모님께 그 부분에 대해 크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친구들의 반응을 보면서 부모님께서 저를 믿어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습니다."
아들과 아버지가 나란히 손을 잡고 PC방에 가는 모습을 본 어머니는 어떤 생각이 들까요? 다행히도 심민주씨는 이런 모습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이었습니다. 게다가 아이가 게임을 어떻게 하면 과몰입하지 않고 즐기게 만들지 해법도 제시했습니다.
"처음에는 게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요. 다른 가족들을 보면 아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부모와의 대화가 끊기더라고요. 휴일에 부모님과 함께 시산을 보내는 사람도 많이 없고요. 하지만 아버지와 아들이 게임으로 소통하고 여가를 즐기면서 우리 가족은 자연스럽게 가족 단위의 일들을 많이 하기 시작했어요. 오늘도 이렇게 가족e스포츠 페스티벌에 왔잖아요(웃음).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면 아이들이 정말 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부모님을 속이고 또 다른 벽이 생기게 되죠. 아마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점점 더 과몰입 하기 시작할 겁니다. (이)린이는 게임을 하다가도 ‘이 정도면 많이 한 것 같다’고 알아서 시간을 조절해요. 또한 시험 기간 등 자신이 게임을 하지 말아야 할 때에 대해 알아서 판단하죠. 그렇게 아이를 믿고 자율에 맡겨두면 게임은 가족이 하나되는 좋은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어요."
이 가족은 한국에서 롤드컵이 열렸을 때 현장을 찾았다고 합니다. 엄마, 아빠와 롤드컵 현장에 간다는 말에 이린군의 친구들은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하네요. 이신씨는 "롤드컵 현장에 가니 아이들이 왜 열광하는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었습니다.
"단순히 게임이 아니더라고요. 그들에게는 케이팝처럼 열광할 수 있는 하나의 문화이고 여가생활인 것을 느꼈죠. 이렇게 좋은 문화 콘텐츠를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잘못된 생각인 것 같아요. 저희 가족만 봐도 그렇지 않나요(웃음)."
누가 봐도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이신, 이린, 심민주 가족은 "이런 행사가 많았으면 좋겠다"며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온 가족이 게임을 문화 콘텐츠로 즐길 수 있도록 더 많은 행사를 만들어 달라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다음 가족e스포츠 페스티벌에서는 우승할게요(웃음). 이런 행사가 많이 만들어져서 게임에 대한 인식 재고도 이뤄지고 저희처럼 가족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네요. 오늘 집에 가서 오늘의 패인을 아들과 함께 분석해야겠어요(웃음)."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