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롤스터와 CJ 엔투스 경기 3세트에 출전한 '프통령' 장민철이 다승왕 후보 주성욱을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경기 전 7인의 중계진이 모두 주성욱의 승리를 예상했고, 현장 관계자들은 물론 대부분의 팬들까지 장민철의 승리는 가능성이 낮을 거라 생각했지만 장민철은 불멸자 컨트롤을 앞세워 불리했던 경기를 뒤집어냈다. 장민철의 역공으로 인해 주성욱이 GG를 선언하는 순간 관객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지난 2009년 MBC게임 히어로 소속으로 프로리그에 출전한 뒤 2,238일 만의 복귀전에서 거둔 승리였다. 스타크래프트2에서 많은 것을 이룬 장민철이지만 프로리그에서는 역사적인 첫 승이었던 것이다.
은퇴를 선언했다 다시 현역으로 돌아온 장민철은 CJ에 합류한지 약 3주 만에 팀에 승리를 안겼다. 팀에 합류하자마자 주장 완장을 차게 돼 부담이 컸을 법도 한데, 장민철은 특유의 뚝심으로 주성욱을 무너뜨렸다.
장민철답게 단순한 승리만으로 끝내지 않았다. 경기를 마치자마자 부스 밖으로 나와 카메라를 보고 물을 한 모금 입에 물더니 힘차게 뿜어내는 세리머니로 자신의 희열을 표출했다. 세리머니로 유명한 장민철이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순간이었다. 이를 지켜본 팬들은 '트리플H', '광자과충전', '로드호그' 등의 별명을 붙여줬고, 해외 중계진 역시 'Whaletoss', 'Watertoss'라는 반응을 보였다.
팬들은 언제나 새로운 스타의 등장을 기다린다. 그런 의미에서 프로리그의 중고신인 장민철은 스타2 팬들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적임자다. 여전히 팬들 사이에선 '악동' 이미지가 강한 장민철에 대해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만 그가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팬들 뿐만이 아니다. 김준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CJ도 비록 경기에선 패했지만 1승을 노려볼만한 새로운 카드가 생겼다는 점에서 반가움을 표시할만했다. 장민철이 주성욱을 상대로 보여줬던 경기력을 남은 시즌 내내 꾸준히 유지한다면 다른 선수들의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다.
CJ는 2라운드에 아프리카의 막판 도움에 힘입어 극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바 있다. 그러나 3라운드에서는 장민철의 합류로 인해 자력 진출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악동'이 부재했던 프로리그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화려하게 복귀한 장민철. 그가 프로리그의 흥행과 CJ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사냥하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가 될 것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