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스포츠 선수들처럼 부딪힐 일이 없는 프로게이머들에게 손목, 팔목, 어깨 등 관절 부위의 부상은 연습 과정에서 다가오는 최악의 상황이다.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수많은 시간 동안 연습을 해왔고 데뷔 이후에도 정상에 오르기 위해 손목을 쓴 대가가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영호는 "프로게임단에서 선수에 대해 관절 강화 운동과 스트레칭을 매일 실시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부상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것이 최상"이라고 조언했다.
Q 어떻게 부상이 생겼나.
A 2011년 들어 오른팔이 심하게 아팠다. 단순한 손목 통증인 줄 알고 물리치료 정도만 받아왔는데 통증이 심해져서 MRI 촬영을 하게 됐고 요골 신경 포착 증후군이라고 하더라. 목에서 어깨를 거쳐 손목으로 신경을 보내는 기관이 요골인데 삼두박근 쪽에서 신경을 누르고 있어서 통증이 심해졌다고 하더라.
프로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서 불안하기도 했다. 팀에서 나를 위해 물리 치료사를 별도로 배정해주면서 손목에 통증이 오면 곧바로 치료해줘서 큰 경기를 잘 치를 수 있었다.
Q 부상 및 재활 치료 당시 상황(심리 포함)이 어땠는지.
A 그 해 8월 건국대학교에서 수술을 받았다. 신경감압술을 받았다. 삼두박근이 신경을 누르고 있는 압력을 줄이는 수술이었다. 상처가 크게 나기는 했지만 선수 생활에 큰 지장을 줄 정도의 대수술은 아니라고 하길래 부담은 없었다.
다행히 수술 시점이 프로리그 결승전을 마친 뒤였기에 재활할 시간까지도 충분히 벌었다. 재활은 강원도에 있는 휘닉스파크에서 별도로 받았다. kt 스포츠단과 JDC라는 재활 기관이 연계되어 있어서 체계적으로 치료를 받았다.
Q 수술 이후에는 통증이 줄어들었나.
A 많이 줄어들었다. 재활하는 기간을 포함해 3개월 가량 마우스를 잡지 않았고 이후에는 스타크래프트2로 종목이 전환되면서 스타1 때보다 부상이 심해지지는 않았다. 최근에 개인 방송을 시작하고 스타1 대회를 준비하면서 뜨끔뜨끔 아프기는 하다. 일상 생활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게임을 계속 한다면 안고 가야할 부상인 것 같다.
Q 프로게이머가 겪기 쉬운 부상에 무엇이 있나.
A 개인적으로는 손목 부상이 가장 치명적이라고 생각한다. 키보드로 명령을 입력하는 왼손보다는 마우스를 움직이는 오른손에 부상이 자주 오는데 부상을 당한 이후에는 마우스 패드에 손을 대기조차 무서울 정도로 공포증이 온다.
Q 부상 위험이 어느 정도인가.
A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의 경우 하루에 10~12 시간 정도 연습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곧바로 연습을 시작해서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다 연습에 할애한다. 끊임 없이 마우스를 움직이기 때문에 손목에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선배 선수들이 손목 부상을 호소하면서 kt는 선수들에게 피트니스 센터에 보내서 강화 훈련을 시키기도 했는데 워낙 손목을 많이 쓰다 보니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Q 평소 프로게이머들이 부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나.
A 손목이 아프기 시작하면 연습량이 급속도로 줄어든다. 심할 때에는 마우스를 잡는 것조차 두려워진다. 항상 하던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의 두려움은 손목 통증보다 더 크다.
Q 수명이 길지 않은 프로게이머에게 신체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A 신인 때부터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손목이나 팔목, 어깨, 목 등 디스크 관리는 필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목 통증이 생긴다면 전체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나도 손목 통증이 있었지만 원인은 어깨 근육에서 발견됐다. 정확한 검진이 필요하다고 본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