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점이 생겼다. 더운 날씨에 갑주나 털로 된 의상을 입거나 추운 날씨에 얇은 의상을 착용했어도 항상 자세를 유지하는 그들의 끈기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으며, 코스튬 플레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런 궁금증은 전문 코스튬 플레이팀 코스이즈의 '미우' 박서윤씨를 만났을 때 모두 해소됐다. 더 나아가 코스튬 플레이를 가볍게 생각했던 내 마음 속 편견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제는 이름보다 닉네임이 익숙하다는 19살의 고등학생 박서윤씨. "저기에서 사진 찍어보죠"라는 요청에 자연스럽게 포즈와 표정을 취하는 베테랑 코스튬 플레이어. 때로는 달콤하고, 때로는 쌉쌀했던 '미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A 코스이즈 팀에 가장 먼저 합류한 '미우' 박서윤입니다.
Q 코스프레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A 5, 6년전 쯤 만화를 좋아하는 친구가 서울 코믹 월드라는 행사에 저를 데리고 간 적이 있어요. 그 때 코스프레를 처음 봤는데 재밌어 보이더라고요. 그 다음 행사부터 보컬로이드의 카가미네 린이란 캐릭터로 코스프레를 시작했어요.
Q 전문 코스프레팀인만큼 현장에 자주 나간다. 현장에 나가 팬들을 만나면 기분이 어떤가.
A 제가 코스프레 포토북을 제작해서 SNS를 통해 판매한 적이 있어요. 매번 판매할 때마다 구매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리고 코믹월드나 부산 판매전에서도 "미우님 코스프레 너무 좋아한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생겼어요. 정말 기쁘죠. 열심히 한만큼 저를 알아봐주시는 분이 있어서 기분이 좋아요. 이번에 처음으로 중국 출장을 가는데 벌써부터 기대돼요.
Q 난처했던 에피소드는 없었나.
A 가끔 "미우씨, 저 모르죠. 제가 누군지 모르죠"라고 물어 보시는 분들이 계세요. 무슨 의도로 묻는지 모르겠어요. 그 때가 가장 당황스러운 것 같아요. 그 외에도 난처했던 일들이 많지만 안 좋은 기억은 금방 잊는 편이예요.
Q 요새 게임 캐릭터가 다양해지면서 코스프레의 영역이 넓어진 것 같다. 게임을 좋아하나.
A 엄청 좋아해요. 코스이즈에 들어오기 전에도 게임 캐릭터 위주로 코스프레를 했어요. 지금은 컴퓨터할 시간이 없는데 오버워치를 너무 하고 싶어요. 리그 오브 레전드는 저한테 너무 어렵더라고요. 대신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많이 했어요.
Q 게임 캐릭터 코스프레로 어떤 것을 해 봤나.
A 저는 귀 달린 캐릭터를 많이 했어요. 블레이드 앤 소울의 린족이나 테라의 엘린이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좋아하지만 주로 하는 캐릭터가 빛나래라서 코스프레 욕심은 안 내봤어요(웃음). 티란데 코스프레에 도전해보고 싶긴 한데 불가능할 것 같죠?
Q 애니메이션과 게임 캐릭터의 코스프레는 다를 것 같다.
A 저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더 표현하기 쉬워요. 게임 캐릭터에 대한 정보는 스킬과 대사 몇 개 뿐이잖아요.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별별 상황에서 다양한 연기가 나오기 때문에 캐릭터를 파악하기가 좋죠. 제가 다양하게 표현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애니메이션이 더 쉽게 느껴져요.
Q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하나. 포즈나 자세 등은 어떻게 연구하는지도 궁금하다.
A 애니메이션의 경우에는 1화부터 마지막까지 쭉 보는 편이예요. 그리고 팬분들의 2차 창작물도 많이 참고해요. 2차 창작물에는 애정이 담겨있다 보니 포즈를 구상하기에 좋더라고요. 의외로 다른 코스튬 플레이어 분들이 한 건 잘 안 보는 편이예요. 사람마다 캐릭터에 대한 이미지와 해석이 다르니까요. 그냥 제가 생각하고, 표현하고 싶은 대로 하는 편이죠.
Q 가장 어려웠던 촬영이 있다면.
A 리그 오브 레전드의 뽀삐였어요. 코스이즈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하게 된 코스프레였거든요. 근데 당시에는 어떤 캐릭터인지 몰랐어요. 이름이 귀엽다 생각하고만 생각했죠. 그런데 검색해 보고 나서 '어? 이걸 한다고?' 싶었어요. 당황했지만 양갈래니까 귀엽게 하려면 할 수 있겠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죠(웃음). 그런데 옷도 크고, 방패랑 망치는 무겁고, 춥고, 가발도 안 맞고…. 여러모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Q 일상생활과 병행하기 힘들 것 같은데.
A 특성화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고 대학교를 생각하고 있지 않아서 공부에 부담은 없어요. 일상 생활이랑 병행하기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해외 활동도 문제 없고요. 코스튬 플레이쪽으로 직업을 구체화하고 있어서 집중하는 편이죠.
Q 코스튬 플레이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A 다른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주변에서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더라고요. 그런데 제 주위 분들은 다 좋아해주세요. 부모님도 제가 촬영을 갔다 오면 사진을 달라고 성화세요. 주변에 자랑도 하신다고요(웃음). 학교에서도 촬영을 다녀오면 내 핸드폰이 반을 한 바퀴 쭉 돌아요. 주변에서 좋게 봐주시죠.
Q 사실 코스프레 의상중에 노출이 과한 게 다수다. 부담은 없나.
A 전 좋아요(웃음). 노출이 많은 디자인이 더 예쁜 경우가 많거든요. 부모님도 예쁘다고 해주시고요.
Q 좀 진지한 질문일 것 같다. 한국에서 코스프레에 대한 인식이며 시장 상황이 아직은 협소한데 어떻게 생각하나.
A 제 코스프레 사진이 웹사이트에 올라가면 반응이 다 달라요. 어떤 사이트는 '캐릭터를 망친다, 못 생겼다'는 댓글만 달리고, 또 좋아해주는 사이트도 있고요. 모든 사람의 인식을 갑자기 바꾸는 건 불가능한 것 같아요. 그래도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지금 엄청 좋아졌잖아요. 앞으로 점점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줄어들면서 일본이나 해외처럼 바뀔 것 같아요. 그래서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선 크게 걱정을 안 하고 있죠.
Q 코스프레를 발전시키기 위해 플레이어들이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이 있을까.
A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게만 관리하고, 코스프레를 꾸준히 하면 될 것 같아요. 흔히 '키배(키보드 배틀)'라고 하죠. 이미지를 망치지만 않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Q 박서윤에게 코스프레란.
A 지금도 인터뷰를 하고 있고, 7월달에 해외 출장을 가고. 코스프레를 시작하고 나서 평범한 고등학생보다 조금은 특별한 기회를 많이 얻게 된 것 같아요. 시작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단순한 취미보다 조금 더 발전한 느낌이예요. 제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활동이예요.
Q 팬들에게도 한 마디 해달라.
A 앞으로 더 열심히 하고, 많이 보여드릴테니까 더 많이 찾아주시고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미우님은 유명해지고 싶어요(웃음).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