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후의 협회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전 협회장이 국회의원직을 겸하고 있었지만 2016년 총선에서 공천 탈락하면서 더 이상 국회의원이라는 후광 효과는 작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제적으로도 북미와 유럽, 중국 등을 중심으로 e스포츠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서 한국이 갖고 있는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에 정면 도전하고 나서고 있다.
국내외 e스포츠 환경이 크게 달라질 2016년에 전병헌 협회장은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넥스트 e스포츠를 그려갈지 데일리e스포츠가 들었다.
Q 2013년 1월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으로 취임하신 이후 벌써 만으로 3년을 훌쩍 넘었습니다.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은데요.
A 올해로 햇수로 4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처음 협회장에 취임한다고 했을 때 주위 의원들이 만류하기도 했습니다만 e스포츠 업계에서 풀어내지 못하고 있던 일들을 하나씩 해내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e스포츠가 젊은 층이 즐기는 문화 콘텐츠라는 이미지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한류 콘텐츠의 하나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Q 참 많은 일들을 성사시키셨습니다. 진에어 그린윙스가 창단한 것을 시작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을 유치해서 치러냈고 KeSPA컵을 부활시키는 등 3년 동안 많은 일을 하셨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지요.
A 2013년 취임하면서 약속한 넥스트 e스포츠의 4가지 비전인 업계와 언론, 팬들과의 새로운 소통창구 마련, e스포츠의 대중화, 대한체육회 정식가맹단체 인증 현실화, 유관 기관과의 업무 공조를 통한 협회 내실화는 모두 이루어습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성과보다는 여러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 e스포츠 전반의 위기를 잘 극복해내고 새로운 전기들을 마련할 기반을 확충했다는 점이 기쁩니다. 한국 e스포츠가 한층 성장할 수 있는 디딤돌이 놓았다고 생각합니다.
Q 취임하실 때에는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이라는 명칭을 갖고 계셨지만 국회의 겸직 금지 규정에 의해 명예 회장으로 호칭이 조금 바뀌시긴 했습니다. 협회장직을 수행하실 때에는 어려움이 있으시진 않으셨는지요.
A 명예회장직에 있다고 해서 특별히 어려웠거나 아쉬웠던 점은 없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협회 사무국이 체계를 다지면서 국내외 e스포츠 현안들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인데요. 협회가 신뢰를 회복하면서 e스포츠 팬들은 물론, 관련 파트너들 많은 도움을 받아서 큰 어려움 없이 협회를 이끌어 갈 수 있었습니다.
Q e스포츠와 관련이 없는 일일 수도 있지만 4선 국회의원이 되지는 못하셨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셔서 출마조차 하지 못하셨는데요. 그 때 심정은 어떠셨는지요. e스포츠 팬들은 많이 응원했던 걸로 아는데요.
A 개인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공천 탈락은 아쉬움이 크지만, 그 과정에서 e스포츠에 대한 사랑으로 지지하는 내용의 글을 올려주신 많은 팬들이 있어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어려운 시기에도 큰 사랑과 성원으로 도움을 주신 e스포츠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Q 이제 협회장으로서 '명예'라는 타이틀을 달지 않고 업무를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협회장님에게도, e스포츠 업계에도 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어떤 각오로 임하실 계획이신지요.
A 지난 3년간 e스포츠 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했습니다. 이제는 지난 3년간 다져진 내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해야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플래폼, 글로벌 e스포츠 산업과 미디어 환경 등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e스포츠 업계 전반의 움직임도 상당히 다이내믹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e스포츠도 변화에 적응하고 글로벌 e스포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해마다 업무 목표를 세우고 넥스트 e스포츠라는 제목으로 화두를 던지셨습니다. 올해에는 계획이 발표되지 않고 있는데 어떤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셨는지 궁금합니다.
A 한국 e스포츠의 다변화와 글로벌화를 위한 4가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모든 세대가 함께 할 수 있는 건전 e스포츠 문화 정착, 글로벌 e스포츠 종목의 저변 확대와 협력 강화, e스포츠 산업화와 수익성 제고, e스포츠 플래폼 확장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뛸 생각입니다.
협회는 건전 e스포츠 문화 정착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공인 e스포츠 PC클럽 지정 사업을 시행하고 관련 법안을 개정할 계획입니다. 이 사업은 한국 e스포츠의 성장 기반인 PC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고 가족과 청소년들이 모두 함게 e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청결한 환경을 갖춘 체육 시설을 확대하는 것이 주 목적입니다. 또한 현재 중앙대학교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e스포츠 선수 입학 전형을 다수의 4년제 대학으로 확대해 e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게 전문 e스포츠 인재 양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글로벌 e스포츠 종목의 저변 확대와 파트너들과의 협력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라이엇게임즈,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밸브, 넥슨 등 국내외 게임사들과 협력하여 다양한 종목의 e스포츠 국내 저변 확대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다종목 KeSPA 컵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국제대회 국내 유치를 통해 국내 선수들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것이다.
더불어 국내 e스포츠 콘텐츠의 해외 수출 경로를 확보하고 선수와 팀의 권리를 활용한 사업을 확대해 국내 e스포츠 파트너들의 수익을 제고할 생각입니다. 다수의 국내외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한 국내 e스포츠 리그의 중계 확대와 개인 방송 수익확대, 선수와 팀들의 권리를 활용한 국내외 MD 사업 등을 시행해 스포츠 산업화의 기반을 조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한 VR(가상현실), 모바일 등 새로운 플래폼으로 e스포츠의 외연을 확장해 나갈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모바일은 향후 생활체육, 건전여가문화 e스포츠에 가장 적합한 장르이며 글로벌 성장 또한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어 새로운 e스포츠의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Q 국내에서 e스포츠의 인기야 여전하지만 외국에서는 엄청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정식 스포츠로 인정하는가 하면 북미에서는 릭 폭스, 샤킬 오닐 등 스포츠 셀러브리티들이 게임단을 만들고 나서고 있고 유럽에서는 축구팀을 보유하고 있는 샬케, 볼프스부르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 프로게임단을 만들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는지요.
A 지난 달 러시아와 이탈리아가 국가 체육회로부터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이제는 전세계 21개국에서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국제e스포츠연맹(이하 IeSF)에는 총 45개국이 가입되어 있고 이 가운데 21개국이 정식 승인을 받아 앞으로 시행할 스포츠 어코드 가맹, IOC 가맹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북미에서는 기존 프로 농구, 야구에 투입되던 스포츠 자본이 유럽에서는 프로 축구에 투입되던 자본의 e스포츠 유입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e스포츠가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운 스포츠가 아니라 하나의 산업을 형성하고 글로벌 트렌드를 이끌어나갈 스포츠로 성장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흐름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아직 e스포츠는 산업으로서 확고한 기반을 갖추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스포츠 자본의 투입은 환영할 일이며 이러한 투자가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스포츠의 글로벌 정식 체육 종목화의 목적도 기존 스포츠에 투입되던 글로벌 자본의 물꼬를 e스포츠로 돌리기 위한 일환입니다.
Q 외국에서 e스포츠가 활성화되는 것이 우리나라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2014년부터 한국의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들을 영입하기 시작했고 엄청난 연봉을 앞세우고 있는데요. 프로게임단들 사이에서는 국내 선수 보호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A 앞에서 언급했듯이 글로벌 자본의 e스포츠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는 양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전체적인 시장 확대와 수익 증대를 위해서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한국은 분명히 e스포츠에 투입되는 자본이나 시장의 규모에서는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축구와 같은 기존 스포츠도 중국, 중동, 러시아 등의 막대한 자본 공세에 휘둘리고 있고 선수 이동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e스포츠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기존 스포츠는 전 세계에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규정이 있고 이를 주관하는 국제 단체가 명확히 그 일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e스포츠는 국가별 협단체의 존재 유무, 영향력, 경쟁력 등이 상이하고 종목별로도 특성이 달라, IeSF를 통해 이를 조정해 나가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Q 협회의 자생력이 커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카운터 스트라이크 마이너 대회 개최를 두고 테스트해본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 이외에 다른 리그를 통해 경쟁력을 키울 계획은 있으신지요.
A e스포츠의 성장 기회는 종목의 다양성에 있습니다. 불과 5~6년 전만해도 e스포츠는 특정 종목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장르별로도 다수의 종목들이 글로벌 e스포츠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죠.
협회도 과거처럼 하나의 프로 e스포츠 종목에 중심을 두고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 확대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해외 프로 e스포츠 팀들도 다양한 종목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종목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듯이, 협회와 회원사들도 국내 다종목 e스포츠 정착에 뜻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Q 질문이 많아졌습니다. 마지막 질문인데요. 2016년 협회장으로서, 연맹 회장으로서 가장 이루고 싶으신 일이 있다면.
A 한국의 e스포츠가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았던 것은 단지 선수들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선수들의 우수한 능력은 저간에 한국 e스포츠의 저변이 탄탄하게 깔려 있었기 때문에 발휘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e스포츠 협회장으로서, 국제 e스포츠 연맹 회장으로서 한국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리고 e스포츠가 몇몇 나라에서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으로 스며들어가 남녀노소가 모두 즐기는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8주년을 맞은 데일리e스포츠에 덕담 또는 쓴소리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한국의 e스포츠가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언론 매체의 역할도 중차대하게 작용했습니다. 선수들에 대한 조명 뿐만 아니라 한국의 e스포츠 환경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 존재했기에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데일리e스포츠가 한국의 e스포츠를 대표하는 미디어로 더욱 성장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미디어가 되기를 기대하기를 바랍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