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에서도 SK텔레콤 T1의 명성은 세계를 누비고 있다. 2013년 팀을 만든 뒤 얼마 되지 않아 한국을 석권한 뒤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 한국 팀 사상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이후 올스타전, IEM 월드 챔피언십,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까지 우승을 차지하면서 SK텔레콤이 출전하기만 하면 우승한다는 공식이 만들어졌다.
e스포츠에 있어 세계 최고의 브랜드인 T1을 만들어낸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국내외 가리지 않고 우승을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 T1을 맡고 있는 김선중 스포츠단 단장을 만나 비법을 물었다.
Q 지난 5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던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서 SK텔레콤 T1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이 우승했습니다.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는데요. 어떤 기분을 느끼셨는지요.
A 앞서 열린 2016년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스프링 시즌에서도 정규 시즌 7위를 기록하면서 출발이 좋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우승을 해냈고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역시 2, 3일차에서 모두 패하면서 4연패를 당했지만 최종 성적은 우승을 만들어냈습니다. 중간에 고비를 한 차례씩 맞았지만 페이스를 잃지 않고 극복해낸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가 대견스러웠습니다. 2016 시즌 모토인 '마지막에 웃는 T1이 되자'에 맞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서 세계 첫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선수단과 사무국에 마음으로나마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Q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은 2013년 창단한 이후 우승하지 못한 대회가 우승한 대회보다 적을 정도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어떤 비결을 갖고 있나요.
A 선수들이 게임을 즐기면서도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을 지녔습니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즐기면서도 승부욕을 갖기가 말처럼 쉽지 않은데 SK텔레콤 T1 선수들은 내재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적절한 업무 분장을 통해 선수단을 세세하게 관리하는 코칭스태프는 과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것입니다. 게임단주인 SK텔레콤 대표님과 임원 및 구성원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큰 힘이 되어 이루어낸 성과라 생각됩니다.실제로 몇 차례 회사에서 자체 팬 사인회를 열기도 했는데요. 수백 명의 직원이 몰려서 몇몇 직원들은 사인을 받지 못하고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Q 2014년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이 부진에 빠졌을 때에 어떻게 헤쳐 나올 방법을 여쭤보는 것이 더 쉬운 질문인 것 같습니다.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한국 진출전에서 충격적인 연패를 당하면서 좌절했는데 그 뒤에 어떻게 팀을 다시 정비했는지 궁금합니다.
A 선수 구성의 문제점을 들여다 봤습니다. 주전 선수들이 모두 다 잘하는 선수이지만 세계 정복을 위해서는 보다 강한 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됐죠. 이에 따라 당시 메타에 맞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주력 선수를 구성한 뒤 코칭 스태프 주도 하에 연습 시간을 종전의 2배 이상으로 늘리는 강행군을 통해 최고의 팀을 만들수 있었습니다. 선수들이나 코칭 스태프 모두 어려움을 감내하면서 다시 정상에 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줬고 그 힘으로 지금까지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SK텔레콤 리그 오브 레전드 팀에서 뛴 선수들은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다른 지역의 팀으로 영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4 시즌이 끝난 뒤 '피글렛' 채광진, '임팩트' 정언영 등을 시작으로 2015 시즌을 마친 뒤에는 '마린' 장경환, '이지훈' 이지훈 등의 선수들이 중국 무대로 진출했는데요. 훌륭한 선수들을 발굴, 육성하는 SK텔레콤만의 방법이 따로 있는지요.
A 우리 팀에서 외국 팀으로 이적한 선수들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팀을 떠났으며 게임단에서는 선수개인의 발전을 위해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게임단에서는 누구라도, 언제나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두 선수가 빠진다고 해서 팀 전력이 무너지는 일이 나오지 않도록 시즌 중에도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없는지 스카우팅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코칭 스태프의 눈에 드는 선수들이 있으면 관련 기록, 경기 영상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시즌 종료후 영입합니다. 2016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영입한 '듀크' 이호성, '블랭크' 강선구가 이런 과정을 통해 영입된 케이스입니다. 유망한 아마추어 선수 발굴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새로 영입한 '푸만두' 이정현 코치가 전담하고 있으며 상시 선수 정보 입수 및 테스트를 거쳐 계약 여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Q 리그 오브 레전드 뿐만 아니라 스타크래프트2 종목에서도 SK텔레콤은 최고의 성과를 냈습니다. 지난 해에는 프로리그 정규 시즌 우승과 최종 결승전 우승을 차지했고 2016 시즌 1라운드에서도 정규 시즌 우승에 라운드 결승전 우승까지 차지했습니다. 비결이 있나요.
A 스타크래프트 선수단은 SK텔레콤 T1 게임단의 긍지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2004년 창단 이후 지켜온 명문 프로 게임단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 T1의 유니폼을 입고 선수 생활을 했던 최연성 감독, 권오혁, 박대경 코치가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큽니다. 역사와 전통을 지켜 나가야 한다는 정신으로 팀을 운영하고 있죠. 다른 게임단보다 진일보한 게임단 운영 시스템이 바탕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종족별 코치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다른 팀보다 많은 코칭 스태프를 배치함으로써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간에 원활하게 의사 소통이 진행될 수 있도록 팀을 꾸려 놓았죠. 그리고 탄력적 인센티브제도를 통해 강한 동기부여책을 쓰면서 경기력을 극대화시키고 있습니다.
Q 스타2 종목에서는 적기에 좋은 선수를 영입해서 스타 플레이어로 육성하는 방식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데요. 2014년 이신형을 영입해서 재미를 봤고 영입 선수였던 박령우가 2016년 개인리그와 프로리그에서 공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선수를 찾아내는 SK텔레콤만의 안목이 있나요.
A 리그 오브 레전드 팀과 마찬가지로 우리 게임단에 필요한 좋은 선수가 있을 경우 그 선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경기력을 확인합니다. 눈여겨 보고 있다가 선수 상황과 게임단의 상황을 감안해 기회가 오면 받아들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 T1이 선수를 영입할 때 독특한 점이 있다면 감독과 사무국이 별도의 인터뷰를 실시하는 것입니다. 선수의 인성이라든지 구단에 대한 충성심 등을 알아보는 절차를 거칩니다. 일단 영입을 하게되면 스파르타식의 연습을 소화함으로써 게임단에 빨리 적응하고 공식전에서 이른 시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합니다. 이 선수가 왜 이적했는지, 왜 SK텔레콤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지, 영입 이후 성적을 내면서 'T1맨'이 됐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리기 위한 하드 트레이닝입니다. 게임단들 사이에서는 우리 팀의 연습량이 많고 운영 시스템이 빡빡하게 짜여져 있다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이런 과정을 거쳐서 최고의 선수가 탄생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입되는 선수의 개인 능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선수를 만들어갈 줄 아는, 키울 줄 아는 것이 바로 SK텔레콤 T1의 강점이라 생각합니다.
Q 혹시 두 종목 게임단들이 성적을 잘 내는 비결이 연봉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e스포츠는 연봉을 직접 공개하지는 않습니다만 다른 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SK텔레콤의 지원은 최고라고들 하던데요.
A '프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니까 연봉도 중요합니다. T1 경우 성적에 맞는 보상을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고 지금까지 지켜왔습니다. 선수단이 최고의 성적을 냈고 최고임을 증명했기에 최고의 대우를 해주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러나 좋은 성적의 비결은 선수들에 대한 코칭스태프와 사무국의 밀착 관리에 있습니다. 선수가 부족해 하는 것을 간파하고 불안하거나 힘들어할 때 형, 누나가 동생을 살피듯 관심을 갖고 고민을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 숨은 비결입니다. 선수들이 돈을 내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정한 의욕 관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 T1 사무국이 좌우명으로 삼는 말이 있습니다.'돈으로 선수를 움직이는 것은 최악의 하수다'라는 말이죠.
Q SK텔레콤이 연봉 이외에 선수들이 사기 진작, 또는 컨디션 관리를 위해 특별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시죠.
A 지금은 시즌 일정이 빡빡해서 어려운 점이 많은데요. 그래도 틈틈이 선수들의 문화 생활을 위해 영화,공연 관람이나 워크숍, 야외 체육 활동 등을 통해 의욕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 선수들의 심리 안정입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 스포츠단에서 운영하는 수영팀의 심리코치를 영입하여 종전에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의 심리 상담을 실시한 바 있으며,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단의 강선구나 '뱅' 배준식이 심리 상담을 통해 큰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단체 심리 상담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중에 있습니다.
Q 세계적으로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북미 지역에서는 샤킬 오닐, 릭 폭스 등 스포츠 분야의 셀러브리티들이 프로게임단에 투자하고 있고 유럽 지역에서는 샬케04, 볼프스부르크 등의 축구 팀들이 프로게임단을 운영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은 대기업들이 프로게임단을 운영하는 문화가 이미 정착돼 있는데요. 한국식 e스포츠를 이끌어가는 선두 주자로서 어떤 장단점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A 많은 유명 인사와 축구팀 등 프로 구단에서 e스포츠에 대해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것입니다. 다만 아직 선수 저변이나 규모가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 영입 경쟁이 과열되는 것은 부담스럽습니다. 한국의 경우 선수 유출이라는 문제가 우려되는 바입니다. 선수들에 대해 책임이 가벼워진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개인 중심의 팀 운영은 쉽게 팀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쉽게 팀을 해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선수들의 장래에 대한 불안 등이 문제로 떠오를 수 있죠. 향후 공식적인 국제 e스포츠 기구나 리그 주최측에서 제도적으로 팀창단과 팀 해체에 따르는 책임 부담을 명문화, 구체화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Q SK텔레콤은 팀에서 뛰었던 선수들을 지도자로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스타1) 시절에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임요환, 최연성 선수를 감독으로 기용한 바 있고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도 서포터였던 '푸만두' 이정현을 코치로 임명해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항후 이상혁 등의 선수들도 팀의 코칭 스태프로 받아들일 생각이 있으신지요.
A SK텔레콤은 선수들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은퇴 이후의 프로그램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 중 하나가 은퇴 선수들의 코칭스태프화입니다. 게임단에 많은 공헌을 했거나 우수한 자질을 갖춘 선수를 대상으로 일정 기간 지도자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우리 팀의 지도자로 영입하는 코스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하신 선수들이 지도자로 변신해서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 좋은 선례가 될 것입니다. 이상혁도 본인이 원한다면 당연히 그 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Q SK텔레콤 게임단 관계자가 한 세미나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롤드컵 우승까지 차지한 T1이지만 게임단을 활용한 마케팅에서는 실적이 그리 좋지 못하다. 이것이 한국 e스포츠가 가진 한계가 아닐까 싶다"라고요. 단장님이 갖고 있으신 프로게임단을 활용한 마케팅 시너지 창출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e스포츠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특히 해외 시장의 규모나 관심을 볼 때 새로운 블루 오션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SK텔레콤 T1 프로게임단은 2016년을 독자적 수익기반 구축을 위한 원년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e스포츠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별도의 태스크 포스 팀을 만들어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곧 가시화될 것으로 봅니다.
Q 단장님께서는 SK텔레콤 차세대 IT 추진실장, 영업본부장, 수도권 마케팅본부장 등을 역임하셨습니다. 마케팅 전문가로서 바라보는 SK텔레콤 T1의 미래 모습은 어떤가요.
A 앞서 언급한 독자적 수익 기반 구축이 제 궤도에 들어간다면 장기적으로는 게임단의 규모를 키우고자 합니다. e스포츠가 가능한 다양한 종류의 게임단을 추가적으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최고의 브랜드를 가진 게임단으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