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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성남 FC 입단한 김정민 "새로운 길 개척하는 선구자 되고파"

[피플] 성남 FC 입단한 김정민 "새로운 길 개척하는 선구자 되고파"
한국 피파의 '전설'이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두 사람 정도가 꼽힐 것입니다. 지금은 kt 롤스터 리그 오브 레전드 감독을 맡고 있는 이지훈과 10년이 넘는 지금도 피파 프로게이머를 하고 있는 김정민입니다.

김정민은 월드 사이버 게임즈(이하 WCG) 시절부터 피파 종목 한국 대표를 밥 먹듯이 했고 피파온라인으로 넘어온 후에도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는 등 10년 동안 꾸준한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얼마 전 열린 EA 챔피언스컵에서도 김정민은 한국 대표로 출전해 결승전에서 올킬을 기록하며 한국에게 우승을 안기기도 했죠.

우스갯소리로 김정민을 만나는 사람들은 그에게 "아직도 게이머를 하냐"고 농담을 던집니다. 한 관계자는 "10년 전에 내가 알던 그 김정민이 아니라 당연히 동명이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죠. 다른 종목들처럼 프로게임단이 생겨나는 것도 아닌데도 김정민은 그렇게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꾸준한 선수에게는 결국 기회가 주어지는 모양입니다. 김정민은 아시아 최초로 프로축구단의 후원을 받는 선수로 등극했습니다. 김정민은 지난 16일 성남 FC와 계약한 것으로 알려지며 팬들 및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10년 외길 인생을 걸어온 김정민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함께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부담스럽지만 탐났던 '최초'라는 타이틀
사실 김정민을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그의 이번 결정에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김정민은 피파 게이머를 해오면서 항상 자유로운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승부에 집착하기 보다는 항상 즐기면서 게임을 했고 이기기 위한 선수 기용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기용하는 일반적이지 않은 선택을 주로 했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은 그를 두고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는 말을 하기도 했죠.

게다가 김정민은 회사를 다니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자칫 이번 도전이 그의 인생을 흔들 수도 있었습니다. 그가 리그에서 항상 즐기는 플레이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돌아갈 곳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성남 FC에 입단을 결정한 것 자체가 김정민에게는 엄청난 모험입니다. 우선 단순히 팀에 소속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기 때문에 그의 행보 하나, 하나에 의미가 부여되고 많은 사람들의 눈이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부담스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만약 두번째라면 이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는 것에 대해 매력을 느꼈어요(웃음). 부담감이 당연히 있지만 그만큼 제 이름이 e스포츠에 기록될 수 있는 기회잖아요. 게이머를 시작한 이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타이틀 하나쯤은 가지고 싶었어요."

아시아 최초로 프로축구단에 입단하게 된 김정민. 이 한 줄이 김정민에게 가져다 주는 이득은 생각보다 컸던 모양입니다. 자신이 짊어질 모든 어려움과 부담감을 잊을 정도로 말이죠. 이제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이건 e스포츠에서 회자될 만한 선수가 된 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새로운 길 개척하는 선구자 되고파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도 중국에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며 한국의 스타 선수들이 중국으로 많이 넘어가는 '엑소더스' 현상이 발생했었죠. 리그 오브 레전드 뿐만이 아닙니다. 현재 피파온라인3에서도 중국의 많은 프로게임단이 한국 선수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피플] 성남 FC 입단한 김정민 "새로운 길 개척하는 선구자 되고파"

지난 해 피파온라인3 아시안컵에서 중국은 한국 선수인 정재영을 영입해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 해 EA 챔피언스컵에서도 중국은 한국 톱클래스인 장동훈을 내세워 우승을 노렸지만 한국에게 밀리며 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죠.

챔피언스컵에서 한국이 우승을 차지했을 때 김정민은 위기의 순간 구원투수로 등장해 침착한 플레이를 선보였죠. 결승에서는 올킬을 기록하는 등 중국 프로게임단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당연히 김정민에게도 중국 팀들의 러브콜이 쏟아졌습니다.

꽤 좋은 조건이 김정민의 눈앞에 놓여졌고 성남 FC 역시 선택지 중 하나였습니다. 사실 금액은 성남 FC가 가장 적었죠. 29살, 적지 않은 나이의 김정민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고민이 안됐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좀더 큰 그림을 봤어요. 일년 게이머 하고 그만둘 것 아니잖아요. 중국의 경우 당장 돈을 많이 줄 수는 있지만 안정적인 지원은 불가능하고 무엇보다도 제가 좋은 환경에서 연습하고 리그에 참여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게다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국 기업에서 후원을 받는 다는 것 자체가 후배들에게는 더 큰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이더라고요. 돈과 명예 중 명예를 택한 거죠(웃음)."

명예를 얻었으니 괜찮다며 웃음을 보였던 김정민. 당장 눈앞의 이익 보다는 더 먼 곳을 바라볼 줄 아는 혜안은 아마도 산전수전 다 겪은 김정민이기에 가능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길을 개척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에요. 사실 잘해낼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도전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잘 되면 e스포츠 역사에 김정민의 이름이 아로새겨질 수 있을 텐데요. 돈 몇 푼과 바꿀 수 있는 일은 아니었어요. 거창한 건 아니에요. 그냥 좀 멀리 본거죠.'

◆성남 FC와 '윈윈'하고파
김정민이 바라는 것은 하나, 시간이 지난 후 스스로도 성남 FC에 들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고 성남 FC 역시 김정민을 영입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한쪽이 득을 보는 것이 아닌 서로 '윈윈'하는 사이가 후원사와 소속 선수가 가장 행복한 시나리오라는 것이 김정민의 설명이었습니다.

"일단 저는 성적을 잘 내고 성남 FC를 계속 알리는 역할을 잘 해내고 싶어요. 지금은 그것만 생각하려고요. 향후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당장 27일 개막하는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2016 시즌2에만 집중해서 좋은 성적 거두는 것이 목표입니다."
[피플] 성남 FC 입단한 김정민 "새로운 길 개척하는 선구자 되고파"

왠지 김정민이라면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일. 성남 FC를 시작으로 프로축구단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업들이 e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팬들의 응원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팬들이 이제는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처음 있는 일이었고 앞으로 e스포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팬들의 응원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비주류 게임 선수들과 리그에 앞으로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글=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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