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2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던 그녀가 지난 4월 OGN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슈퍼리그 인터뷰어로 합류하면서 e스포츠와 연을 맺은 지 3년 만에 다른 종목에 도전했다.
문규리 아나운서는 슈퍼리그 시즌2에 이어 지난 7월 말 개막한 시즌3까지 연달아 인터뷰어를 맡으면서 히어로즈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슈퍼리그를 통해 OGN에 입성하면서 게임 전문 방송인으로써의 욕심이 더욱 커졌다는 문규리 아나운서와 슈퍼리그를 두 시즌 째를 맞이한 소감을 인터뷰로 나눠봤다.
Q 히어로즈 슈퍼리그에서 두 시즌 째 인터뷰어를 맡고 있다.
A 두 번째 시즌까지 같이 하게 돼서 굉장히 감사하다. 사실 첫 시즌엔 게임을 잘 몰랐는데, 지금은 좀 더 경기를 재밌게 보게 된 것 같다. 더 애정이 생기고 즐겁다.
Q 슈퍼리그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A PD님께서 먼저 연락을 주셨다. 좀 급박하게 합류하는 바람에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있었다. GSL에서도 스타2 경기 흐름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었다. 어쨌든 GSL을 보신 분들이라면 나를 잘 알 텐데, 그 기대치를 충족시켜드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GSL의 성과를 여기서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막상 합류해보니 슈퍼리그 가족들을 봤을 때 너무 마음에 들었고, 낙천적으로 임할 수 있었다.
Q 가족이라면 스태프를 말하는 건가.
A 그렇다. 스태프들 전부 GSL이나 스타2 근황에 대해 잘 아시더라. 그래서 대화가 금방 잘 통했다. 업계 종사자들은 다른 종목에도 관심이 높다는 것을 느꼈다. 더 친밀감이 생겼고, 작가님이나 기록원, 현장 스태프들에게 의지가 많이 됐다.
Q 케이블TV 경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e스포츠나 게임 쪽으로는 OGN이 첫 케이블TV 진출이다. OGN에 입성한지 4개월 째인데, 소감은?
A 게임 전문 방송국에서 일하게 됐다는 것에 대해 뿌듯함은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기획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그만큼 여러 가지 기회가 많은 것 같다. 최근에 리니지 LFC 행사도 하게 됐고 다양한 게임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Q OGN에 많은 프로가 있는데, 특별히 탐나는 프로는?
A 그렇지 않아도 최근 '켠김에 왕까지'에 출연했다. 곧 방송으로 나갈 텐데 진짜 힘들었다.(웃음) 편집이 좀 있겠지 했는데, 정말 편집 없이 안 끊고 쭉 가더라. 17시간 넘게 촬영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
Q 지금은 히어로즈를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게 됐다고 했는데, 실력도 좀 늘었나.
A 스타2는 그나마 1대1 게임이라 내 결과를 받아들이면 되니 심리적 압박이 없었는데, 히어로즈 팀 게임이라 내가 못하면 팀원에게 피해를 주는 거라 생각돼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다보니 실력도 느는 것 같지가 않다. 영웅도 계속 바꿔가면서 하고 있다. 아직 '이거다' 싶은 걸 못 찾았다. 이것저것 다 해보고 있다.
Q 인터뷰어 입장에서 GSL과 슈퍼리그에 차이가 있다면?
A 슈퍼리그는 팀 게임이다 보니 단 한 장면을 봐도 체크해야할 것들이 많다. 어떤 선수가 뭘 했고, 특성은 어떤 것이었는지 등 중요한 것들을 빨리 포착해야 한다. 경기를 보면서 누가 주축이 되고 있는지 놓치지 않으려 신경 쓴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는?
A 아무래도 '히어로즈 피플'을 함께 촬영했던 MVP 블랙의 '메리데이' 이태준 선수가 기억에 남는다. 첫 인터뷰이이기도 했지만 그 코너를 통해 잘 알게 됐다. 덕분에 지원가를 먼저 접하게 됐고, 우서나 레가르 카라짐 등 지원가 영웅들은 거의 다 해본 것 같다. 하지만 지원가는 아직 내게 안 맞는 것 같아 전사를 해봤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더라. 난 그냥 '히알못'인 것 같다.(웃음)
Q 시즌2에서 레이브의 숙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A 나는 진짜 재밌었는데 선수들은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겠다. 내가 도착하기 전에 청소를 3시간이나 했다는데 빨래는 산더미였다.(웃음) 선수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어 특별하고 재밌는 시간이었다. 길덕형 선수가 팀의 살림꾼 역할이라 들었었는데, 그 이후에 게임 플레이도 더 유심히 보게 됐다.
Q 스타2에 히어로즈까지, 슬슬 블리자드 게임 전문 인터뷰어가 되가는 것 같다. 다른 블리자드 게임도 즐기고 있나.
A 올해 초부터는 하스스톤도 즐기고 있다. 열심히는 하는데 게임에 재능은 없나보다. 카라잔 모험모드도 나왔는데, 매주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바로바로 접속한다. 하스스톤 마스터즈에서 직관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카드팩도 받았다.(웃음)
그나마 잘하는 것은 마법사인 것 같다. 요즘은 도적을 잘하고 싶은데 할 때마다 쭉쭉 내려간다. 그럼 마법사로 다시 올리고…. 전사랑 도적, 사제만 했다하면 내려간다. 속상하다.
Q OGN 입성 후 연기(?)에 조금씩 도전하고 있는데.
A 요즘 많이 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닌가? 나만의 착각일 수 있다. 요즘은 자신감이 좀 생겼다. 촬영할 때 내가 먼저 뭘 해보면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발연기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 최선을 다해 하고 있다.
Q '정우서만 극한직업'에서는 NG가 많이 났을 것 같다.
A 타이밍 때문에 NG가 났지만. 그나마 몸으로 하는 연기가 더 쉽더라. 표정 연기나 심리 표현보다 그런 몸 연기가 더 편했다.(웃음)
Q 'OGN 실종전담반'에서의 연기도 인상 깊었다.
A PD님이 '타짜'의 김혜수씨 역할을 생각하라고 하시길래 '망했구나' 싶었다. 될 때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했었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연기였다.
Q 실제로 코카-콜라 제로와 핫식스를 두고 고민할 상황이 온다면?
A 두 개 다 마실 거다.
Q 현재 롤챔스 인터뷰어 자리는 공석이다. 혹시 욕심은 없나.
A 나는 준비가 돼야 자신감이 생기는 스타일이다. 정말 그런 일이 생긴다면 고민을 많이 할 것 같다. 제안이 와도 금방 결정은 못 내릴 것 같다. 슈퍼리그 제안이 왔을 때도 나름 심각하게 고민을 많이 했다. 방송한지 몇 년차가 됐지만 준비되지 않고 자신감이 없으면 여전히 긴장하는 스타일이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핵심적인 질문을 못하면 의미 없는 인터뷰 시간이 되고 만다.
슈퍼리그 시작하고 나서 첫 의상이 레이스가 길게 달린 드레스였다. 나는 쉬는 시간에 선수들 부스에 들어가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었는데 의상 때문에 이동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걸음에 방해되는 의상은 피해달라고 코디 분들에게 얘기했다. 나를 예쁘게 꾸며주시려고 한 건데 처음부터 조금 죄송했다.(웃음)
Q 인터뷰어로서 자신의 장점은 무엇이라 보는가.
A 인터뷰 때 내 스타일은 선수와 대화하듯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그래서 카메라 감독님들이 싫어하신다. 카메라를 보라고 계속 말씀 하시는데 나도 모르게 선수들 얼굴을 계속 보게 된다. 대화에 신경을 쓰다보면 감독님이나 PD님이 얘기하신 것을 까먹게 된다. 이젠 카메라 각도를 내게 맞춰주시더라.(웃음) 그 정도로 대화에 몰입하고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강점인 것 같다.
Q 게임 방송에 나오는 여성 진행자들은 '행갱이'나 '아옳이' 등 자신만의 별명이 있는데, 문규리 아나운서는 아직 그런 것이 없는 것 같다. 본인만의 듣고 싶은 별명이 있나.
A 게임 방송만 3년 넘게 했는데 말씀해주시기 전까지 의식하지 못했다. 듣고 보니 탐난다. 나만의 별명이 생기면 정감 갈 거 같다. 나도 여태껏 '행갱님' 이렇게 불렀는데, 내가 없는 것은 의식하지 못했다. 생기면 좋을 것 같다. 좋은 별명이 생긴다면 적극적으로 써보겠다.
Q '히어로즈 피플'을 보니 나이에 대한 질문이나, 외모 칭찬에도 별로 내숭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 평소 성격도 그런 편인가.
A 내숭 떨어서 뭐하겠나. 평소에도 털털한 편이다. 내가 나이 많은 것도 감춘다고 감춰질 일도 아니고, 어차피 다 같이 늙는 처지 아닌가.(웃음) 내 나이가 부끄럽거나 하지는 않다.
Q 앞으로의 목표는.
A 게임과 e스포츠 쪽에서 벌써 3년차가 됐는데, 확실히 전문적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동안 한 종목만 파는 스타일이었는데, 어쨌든 3년차가 됐으니 여유가 있을 때는 다른 게임도 조금씩 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새로 나오는 게임이나 인기 있는 게임을 해보고 싶지만 쉽지 않다. 리그 오브 레전드나 오버워치도 올해가 가기 전에 배워보는 것이 목표다.
전반적으로 돌아가는 동향을 파악하려고 계획을 세웠다. 인터뷰어나 리포터, 정보 프로그램도 좋고 어떤 역할이 됐든 준비가 가능하도록 할 생각이다. 지금은 하는 것만 하니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느낌이 있다.
Q 마지막으로 슈퍼리그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A 이제 슈퍼리그 두 시즌 째다. 사실 처음에 시작할 때 기대를 많이 하셔서 그 기대치를 얼마나 충족해드렸는지 잘 모르겠다. 연기나 진행도 그렇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날이 너무 더운데 청량감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 슈퍼리그와 같이 남은 여름을 잘 나셨으면 좋겠고, 앞으로 슈퍼리그와 GSL 모두 열심히 하는 문규리가 되겠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