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말을 던진다면 '심쿵'할 수밖에 없겠죠? 그게 남자든 여자든 '지켜준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입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 나에게 손을 내미는 '수호천사'에게 마음을 온통 빼앗겨 버리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한국에서는 버림(?)받은 종목인 도타2. 한국 서버 종료로 도타2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 서버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꽤 많은 게이머들이 도타2를 즐기고 있습니다.
한국 도타2가 만약 사람이라면 참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세계적으로는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을지언정 조국으로 돌아오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으니까요. 아마도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힘들어하던 도타2에게 '지켜주겠다'며 손을 내민 사람이 있습니다. 도타2 '수호천사'를 자청한 그는 바로 '삼쿠아' 김도근입니다. 김도근은 하루에 10시간이 넘는 디 인터네셔널(이하 TI)를 한국어로 생중계하며 한국의 도타2 게이머들을 '심쿵'하게 만든 주인공입니다.
트위치의 적극적인 후원과 김도근의 열정이 만들어 낸 기적과 같은 도타2의 부활. 김도근의 도타2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김도근보다 '삼쿠아'가 더 익숙한 이유
리그 현장에서나 중계 현장에서 그는 '삼쿠아'라 불립니다. 이젠 김도근이라는 이름보다는 '삼쿠아'라는 이름이 그에게 더 익숙하죠. 누군가가 본명을 부르면 자신도 모르게 화들짝 놀란다는 김도근은 도타2로 인해 많은 것들이 바뀐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처음에는 선수로 시작했고 지금은 해설자 및 방송을 하며 도타2와 깊은 인연을 맺었어요. 선수였을 때는 지금처럼 유명하지는 않았고요. 그래도 대회에서 입상은 할 만큼 도타2 실력은 있었습니다(웃음)."
선수를 할 때만 하더라도 자신이 도타2에 뼈(?)를 묻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는 김도근. 지금은 '삼쿠아'와 도타2를 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김도근의 인생은 도타2 자체입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알 수도 없을 만큼 자연스럽게 말입니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하겠다는 꿈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도타2에 빠져들었죠. 하루에 몇 시간씩 방송을 해도 지루하지 않을 것을 보면 도타2는 제 운명인가 봐요(웃음)."
인터뷰도중 누군가가 '삼쿠아'를 부릅니다. 자신의 이름으로 부르지 않아도 김도근은 벌떡 일어나 '삼쿠아'를 외친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렇게 김도근은 도타2로 인해 '삼쿠아'의 인생을 살고 있었습니다.
◆트위치가 준 인생의 기회
사실 트위치가 없었다면 김도근과 도타2의 인연은 계속 이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해외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도타2가 한국에서는 유독 기를 펴지 못했고 결국 한국 서비스를 종료해버렸죠. 김도근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때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트위치였습니다.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았던 트위치는 지난 해부터 로컬 매니저를 선발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트위치는 메이저 종목 보다는 한국에서 소외됐지만 팬들이 존재하는 다양한 종목들을 키우는 전략을 선택했고 도타2는 그 중 하나였습니다.
"한국 서버가 종료된 상황에서 도타2 오프라인 대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런데 트위치에서 도타2 오프라인 대회를 할 생각이라고 손을 내밀더군요. 깜짝 놀랐어요. 사실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음 도타2 오프라인 대회 중계 제안을 받았을 때 김도근은 승낙을 하면서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트위치는 도타2 오프라인 대회를 개최했고 김도근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중계하는 해설 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꿈이 현실이 된 것입니다.
게다가 각종 도타2 해외 대회 중계를 할 수 있도록 트위치는 별도 시설을 마련해 김도근을 도왔습니다. 도타2로 치러지는 가장 큰 대회인 디인터네셔널(이하 TI) 경기를 하루 10시간씩 중계하는 강행군 속에서도 김도근은 몸은 힘들었을지언정 마음은 행복했습니다. 이렇게라도 한국에서의 도타2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었죠.
"제 다크서클이 절정을 이뤘던 때였죠(웃음). TI 중계는 그야말로 지옥의 일정이었어요. 게다가 중계 시간도 새벽이라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한국의 도타2 팬들에게 최고의 리그인 TI를 중계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깊다는 생각에 힘든 줄 몰랐어요.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만들어 준 트위치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도타2는 나의 인생...계속 함께해요"
한국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신기하게도 도타2 이용자들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요? 김도근은 "가능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도타2는 다른 게임과는 다르게 재미있어지는데 시간이 걸리는 게임이라고 합니다.
"도타2는 이용자가 실수를 하라고 만든 게임이에요. 실수를 줄여가면서 자신의 실력이 점점 향상되는 것을 느낄 때야 비로소 이용자들은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죠.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사용자가 늘어나는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김도근은 방송을 진행하는 와중에도 이제 막 도타2를 시작한 팬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받는다고 합니다. 도타2 수호신인 김도근 입장에서는 참 행복한 일이겠죠. 비록 한국에서는 비주류 종목이라 할지라도 지금처럼 도타2를 사랑하는 팬들이 존재하는 한 김도근은 '삼쿠아'라는 이름으로 계속 살아갈 겁니다.
"한국에서 갑자기 도타2가 리그 오브 레전드만큼 인기가 높아지는 마법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다만 도타2를 꾸준히 사랑하는 팬들이 소수라도 존재하는 한 저는 계속 해외 대회 및 국내 오프라인 대회를 중계할 거고요. 앞으로도 제 인생은 '삼쿠아'로서 도타2 팬들과 동고동락하지 않을까요?"
도타2 수호신 '삼쿠아' 김도근의 무모하지만 가치 있는 도전. 도타2를 향한 그의 사랑과 열정이 한국 팬들과 함께 영원히 함께 하기를 바라봅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