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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손대영 "이번 롤드컵은 우리 성장의 첫 계단"

[피플] 손대영 "이번 롤드컵은 우리 성장의 첫 계단"
중국 리그 오브 레전드팀 IMAY(이하 아이메이) 손대영 감독의 2016년은 드라마틱하다.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건너간 손대영 감독은 올 봄 2부 리그에 있던 팀을 맡아 한 시즌 만에 1부 리그로 승격시켰다.

구단주는 뛸 듯이 기뻐했다. 그리고 서머 시즌을 앞두고 팀을 1부 리그에 잔류만 시켜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손대영 감독은 1부 리그 잔류를 넘어 롤드컵 진출권까지 따내버렸다.

한국에서 3년 동안 롤드컵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셨던 손대영 감독은 중국에서 1년 만에 꿈을 이뤘다. '롤드컵에 진출하겠다는 꿈' 말이다.

그리고 이제 손대영 감독의 눈은 더 높은 곳으로 향해 있다. 당장 이번 롤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손대영 감독은 이번 롤드컵을 발판 삼아 팀이 더욱 성장하고, 앞으로 더 강해지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음메 기살어

"4년을 도전했는데, 한국 팀 사령탑으로 롤드컵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하지만 중국 대표팀 감독으로 롤드컵에 가는 것은 내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일단 내가 아예 능력이 없진 않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웃음)."

아이메이 손대영 감독은 2016년 펄펄 날고 있다. 중국으로 건너가 아이메이(前 EDE)를 맡아 한 시즌만에 팀을 1부 리그로 끌어올리더니 LPL 서머 시즌에는 3위라는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는 롤드컵 선발전에서 WE를 꺾고 롤드컵 진출권까지 따냈다. 불과 1년도 채 안돼 손대영 감독이 거둔 업적이다.

국내에서는 '손대영 재평가'가 빠르게 이뤄졌다. 팀을 LPL로 끌어올렸을 때보다 반응은 더욱 격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롤드컵에 진출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을 때 경기에서 진 날은 스마트폰을 껐다. 기사 밑에 댓글이 400개면 300개는 내 욕이었으니 차라리 보지 말자는 생각에서였다. 사실 그 때나 지금이나 차이가 나게 선수들을 코치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건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얘긴데 그런 분위기면 어떤 선수, 어떤 코치를 데려다놔도 안된다. 팬들이 그렇게 욕하는 분위기가 되면 어떤 선수가 위축되지 않고 제 기량을 펼칠 수 있겠나. 그런 부분이 아쉽다."

어쨌든 손대영 감독은 중국에서의 위상도 더욱 높아졌다. 롤드컵 진출 이후 아이메이의 분석가가 다가와 '감독, 중국에서 인지도가 엄청 높아졌다. 그렇다고 마음이 풀어지진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

"롤드컵 진출을 결정 지은 뒤 사장이 나보고 '유 아 마이 히어로!'라고 하더라(웃음). 경기장에서 숙소까지 한 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식사를 하고 선수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가려는데 자기 차를 타고 가라고 하더라. 롤스로이스 팬텀이었다. 고급지더라(웃음)."

승승장구하고 있는 손대영 감독이지만,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고충이 많다. 선수들과 원활한 대화를 위해 중국어도 배우고 있다. 중국에서 밴픽을 할 때 통역가는 무대에 올라가지 못한다. 이제 게임 얘기만 하면 80%는 중국 선수들과 무리없이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힘든 것은 선수들이 생각만큼 잘 따라오지 못할 때다. 손대영 감독은 아이메이에게 과거 블레이즈의 운영을 가르쳤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나오는 풍전고교의 '런앤건' 같은 느낌의 운영이다.

"블레이즈의 운영이 가장 재미있고, 또 이기는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가르치는데 8개월이 걸린 것 같다. 가장 힘든 건 스트레스다. 원형 탈모가 왔다. 애들이 스크림하고 있는 걸 보면 속이 터졌다(웃음). 어쨌든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우리 선수들에게 항상 고맙다."

[피플] 손대영 "이번 롤드컵은 우리 성장의 첫 계단"

◆거짓말 같이, 만화 같이

"아이메이는 1패 이후부터가 진짜다."

아이메이는 중국에 주어진 세 장의 롤드컵 진출 티켓 중 마지막 장을 손에 거머쥐었다. 내로라하는 중국 팀들 중 이번 시즌만 놓고 보면 3위라고 봐도 무방할 성적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손대영 감독은 냉정했다. '개인 실력만 놓고 보면 LPL에서 통하기 힘든 수준'. 이게 손대영 감독이 아이메이에 내리고 있는 평가다.

아이메이는 라인전에서 상대를 압도하고, 스노우볼을 굴려 실력으로 찍어누르는 플레이는 하지 못한다. 개인 기량이 다른 중국 팀 선수들보다 뛰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떨어지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메이만의 무기가 됐다. 떨어지는 개인기를 단단한 팀워크로 보완했다. 아이메이는 그 어느 팀보다 호흡이 뛰어난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메이를 강하게 만드는 것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이다. 손대영 감독이 처음 아이메이를 맡게 됐을 때만 해도 선수들은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면 금방 포기를 하는 경향이 짙었다. 스크림만 해도 시작 10분만에 '지지'를 외치고 탈주를 해버리는 게 다반사였다.

"'지고 있어도 포기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다'는 주문을 계속 했다. 20킬 차가 나도 무조건 게임을 30분까지 하게 했다. 그러면서 지는 게임 10판 중 2~3판은 역전을 했다. 선수들도 스스로 역전을 만들어내면서 포기하지 않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 것 같다."

아이메이는 다전제에 강하다. 올해 다전제를 7경기 했는데 RNG에게 패한 것 빼고는 모두 승리했다. 게다가 대부분 1세트를 내주고 시작했다. 1세트 패배 이후 2세트, 3세트를 이겨나가면서 기세를 탄다. 이게 아이메이 스타일이다.

급기야 중국에서는 이런 기사가 나왔다. '다전제에서 1세트의 아이메이는 아이메이가 아니다. 2세트부터가 진짜 아이메이다.'

롤드컵 진출 최종전도 그랬다. WE와 혈전을 치른 아이메이, 경기는 어느덧 5세트까지 흘렀다. 그런데 5세트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 LSPL 결승전과 마찬가지로 '어메이징제이'는 계속 죽어나가고, 다른 라인에서도 이득을 챙기지 못했다. 격차는 어마어마하게 벌어졌다. 누가봐도 역전할 가능성은 없었다.

하지만 아이메이는 흔들리지 않았다. 뒷 텔레포트를 위한 와드를 꾸준히 설치한다던가, 웨이브 클리어로 라인 관리를 해 시간을 번다던가. 손대영 감독이 주문했던 것 그리고 연습 때 해왔던 것을 그대로 했을 뿐이다.

그러다 기회가 왔다. '어메이징제이'의 뒷 텔레포트 이니시에이팅으로 완벽하게 전투를 연 아이메이는 마지막 싸움에서 대승을 거두고 그대로 넥서스를 파괴했다. 말 그대로 기적이 일어난 순간이었다.

"에어컨이 그렇게 빵빵한데 경기를 보는 내내 땀이 뻘뻘 났다. 그러다 마지막 전투에서 이기는 순간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준 우리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더라. 모든 중국 팬들이 다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아이메이 경기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면서 팬들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웃음)."

[피플] 손대영 "이번 롤드컵은 우리 성장의 첫 계단"

◆손대영이 바라보는 롤드컵

"롤드컵은 배우러 가는 게 아니라 증명을 하는 자리다. 처음에는 어려울 거다. 하지만 우리는 매년 롤드컵 문을 두드릴 것이다. 이번 롤드컵을 우리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한 첫 계단으로 삼겠다."

아이메이는 짧은 시간 내에 너무나 좋은 성적을 냈다. 하지만 오르는 것보다 떨어지는 게 훨씬 빠르기 마련. 그래서 손대영 감독은 겁이 난다. 어떻게 보면 여기서 더 높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아이메이가 롤드컵 진출권을 따낸 것 이상으로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일단 손대영 감독의 목표는 8강이다. 최소 조별 예선은 통과하겠다는 얘기다. 중국을 대표하는 3개 팀 중 하나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8강부터는 다전제로 치러진다. 아이메이가 강점을 갖고 있는 다전제, 8강까지 가면 또 어떤 만화같은 일이 일어날지 모를 일이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기쁘다. 부담도 많이 된다. 우리 팀이 굉장히 잘하는 팀이 아닌데 '아이메이 진짜 잘해'라는 얘기를 한다. 솔직히 예선 탈락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웃음). 하지만 우리는 다시 시작하면 된다. 롤드컵은 증명을 하는 자리라고 얘기했는데, 증명을 위해 계속 롤드컵에 도전할 것이다. 내년, 내후년에도 말이다. 이번 롤드컵을 우리가 한 계단씩 올라가는 첫 계단으로 삼을 생각이다."

그리고 덧. 롤드컵 진출 관련 인터뷰를 마친 손대영 감독은 해명을 하고 싶은 게 있다며 입을 열었다. '배미' 강양현과 '아테나' 강하운의 교체 출전에 대한 이야기다.

"'배미'와 '아테나'를 왜 번갈아가면서 출전시키냐, '배미'가 요즘 못하는데 왜 경기에 내보내느냐 하는 글을 많이 봤다. (강)양현이는 조커 카드라는 생각으로 기용한다. 또 (강)하운이가 못하는 챔피언도 여럿 할 수가 있다. 솔도 우리가 중국에서 제일 먼저 썼다. 그리고 양현이가 나간 경기는 다 레드 진영이다. 레드 진영이 블루보다 불리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양현이를 출전시켜서 이런 저런 전략을 해보고자 하는 이유가 크다. '친목'이 아니라 감독 입장에서 팀이 이기는 것만 생각하고 선수를 기용한다. 양현이가 나가서 이긴다고 생각한 경기는 내보낸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강성길 기자 (gill@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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