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업계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이력이지만 출발은 게임이었다. 이종한 대표는 '던전앤파이터'의 개발사인 네오플의 창업 멤버로 네오플이 넥슨에 인수합병 된 이후 회사를 나와 나무인터넷이란 회사를 차리고 소셜 커머스 서비스인 위메이크프라이스를 만들었다.
"네오플의 멤버들과 함께 회사를 나와 '위메프'를 만들었어요. 창업 당시 대표이사로 있었고, 1년 정도 하다가 게임 업계 사람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라고 생각했죠. 회사는 커머스 전문가들로 대거 인원이 변경됐고, 저는 회사를 나와 그룹사의 원더홀딩스를 맡았죠. 김성근 감독이 이끌었던 고양 원더스를 운영하던 회사였는데, 그곳의 대표로 있으면서 고양 원더스의 사장도 겸직했습니다."
이 대표는 고양 원더스가 해체된 이후 짧은 휴식을 취하다 네오플 시절 같이 일을 했던 사람과의 인연으로 인해 가메라 네트웍스에 합류하게 됐다.
가메라 네트웍스는 맥킨지 출신이자 제니맥스, 기가미디어 등에서 임원을 지낸 존 리 대표가 지난 2014년 설립한 회사로 현재 KEK tv 개발과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으며, 한국과 홍콩에 지사가 있다. 이종한 대표는 본사에서 COO 역할을, 한국지사에서는 대표 역할을 맡고 있는 것.
이 '잘 나가는' 사람들이 e스포츠 업계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이종한 대표는 e스포츠를 금광의 청바지에 비유했다. 청바지는 현대인들이 입는 가장 흔한 옷이지만, 그 시작은 금광에서부터였다. 금광 작업 인부들이 더욱 튼튼하고 질긴 옷을 원했고, 그 니즈(needs)에 맞물려 탄생한 것이 바로 청바지였다.
"게임 개발은 리스크가 엄청 큽니다. 게임 인구는 점점 늘고 커지는 시장은 맞는데 개발은 리스크가 크다보니, 커져가는 게임 사업에서 '금광의 청바지'처럼 유저들이 원하는 분야가 따로 있을 것이라 생각했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게임 영상 콘텐츠였다. 유저들이 직접 플레이한 게임의 영상을 올리고 공유하는 것. 회사를 만든 당시에도 이미 게임 영상 분야에서는 유튜브의 비중이 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이 공유하고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처음부터 e스포츠는 아니었던 것.
초기 모델을 계속해서 발전시키다보니 영상의 상당 부분이 e스포츠 관련이었고, 시청자들이 열심히 보는 비율도 e스포츠가 월등히 높았다. 그렇게 e스포츠 콘텐츠에 집중하게 됐고, 현재의 KEK tv가 된 것이다.
하지만 KEK tv는 완성단계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주요 e스포츠 경기 일정과 생중계 영상을 제공하고, 승부예측이나 퀴즈 등 부가적인 서비스들도 제공 중이지만, 가메라는 유저들에 도움이 될 만한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현재는 KEK tv를 통해 게임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쪽으로 개발을 고려하고 있다고.
KEK tv는 스타리그 시즌2와 KeSPA컵 등의 후원사로 참여했지만, 아직 e스포츠 팬들 사이에선 생소한 이름이다. 대회 후원은 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마케팅에 뛰어들진 않았기 때문.
"두 대회의 후원은 실험적인 성격이 강했죠. 초기 유저들이 가장 적극적이기 때문에 그 분들의 피드백을 받기 위한 홍보였습니다."
유저들의 솔직한 피드백이 중요한 이유는 가메라 코리아가 개발과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저들의 반응을 보고 다듬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은 크게 지출하지 않고 있다고.
"아직은 소극적으로 운영하는 중이죠. 외부 투자를 유치하면서 개발하는 단계입니다. 유의미한 유저 수를 얘기할 단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던전앤파이터'와 '위메이크프라이스'에서 연달아 성공을 맛본 이종한 대표. 하지만 오히려 이전의 성공적인 이력 때문에 KEK tv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종한 대표가 KEK tv를 통해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이종한 대표는 '글로벌 넘버원 e스포츠 서비스'라고 답했다.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e스포츠 전문 앱으로 자리매김 하는 것이 목표인데,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으니 가능하다고 봅니다. 글로벌 넘버원이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e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KEK tv가 좋다고 할 정도로 노력해야죠."
인터뷰가 끝날 즈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가장 큰 호기심이었다. KEK은 무슨 의미일까.
이종한 대표의 설명에 의하면 KEK은 채팅에서 웃음을 표현하는 의성어 'kekeke'의 줄임이었다. 즐거움을 주는 서비스가 되겠다는 다짐이 녹아있었다. 한국에서 '켁'은 당황스러울 때 주로 쓰는 표현이지만, 외국인들은 'kek'의 의미를 단번에 알아챈다고. 가메라와 이종한 대표의 목표처럼 글로벌 무대를 노린, 나름의 의미가 있는 네이밍이었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