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아레나의 시작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라'였다면 넥슨 아레나의 지금은 '꿈을 현실로 만들어라'인 것 같습니다. 넥슨 e스포츠팀은 넥슨 아레나가 만들어지고 난 뒤 이 곳에 자신들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습니다. e스포츠의 꿈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개인적인 꿈까지 모두 이 곳에 담은 것이죠.
3년 동안 넥슨 아레나에서 울고 웃었던 그들은 과연 어떤 추억들로 넥슨 아레나를 기억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앞으로 그들은 어떤 꿈을 향해 달려 나가게 될까요. 넥슨 아레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DES=3년 동안 정말 많은 추억을 넥슨 아레나와 함께 나눴을 것 같아요. 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울컥했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
김세환=매 결승전마다 울컥 하는 것 같아요(웃음). 스포티비 게임즈가 결승전이 끝나고 난 뒤 리그가 걸어온 길에 대한 영상을 띄우는데 정말 잘 만들더라고요. 아레나라는 공간에서 잘 마무리 한 것에 대한 뿌듯함과 전체를 돌아보는 영상으로 추억할 수 있는 그 시간은 항상 기억에 남아요. 모든 리그에 엄청난 애정을 쏟아 붓고 있어서 그런지 모든 리그의 결승전이 기억에 남습니다.
심현=아직까지 울컥했던 순간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장소를 떠나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된다면 쌓인 추억만큼 눈물이 나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이벤트는 월드컵이에요. 넥슨 아레나에서도 리그가 아닌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무엇보다 새벽에 일해서 힘들었던 기억이 떠나지 않네요(웃음).
박상혁=개인적으로는 경기석이 만석이 됐을 때 울컥하죠.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넥슨 아레나에 들어오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서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마다 우리가 잘 하고 있다는 칭찬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민순오=이번 EA 챔피언스컵에 갔을 때 기억이 남네요. 힘들기도 했지만 처음으로 선수들과 긴밀하게 스킨십을 할 수 있었거든요. 재미있었고 추억도 많이 쌓았어요.
DES=넥슨 아레나에서 수많은 경기들이 치러졌고 수많은 선수들이 다녀갔잖아요. 어떤 선수들이 기억에 남나요?
김세환=지난 7월에 EA 챔피언스컵에 함께 갔던 김정민, 김승섭, 강성호, 김병권이 기억에 남죠. 그중에서도 (김)정민이가 가장 정이 가요. 성남 FC에 입단하고 난 뒤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내색도 하지 않고 정말 많은 일들을 해내고 감내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한 마음도 들고요. 선구자의 길을 걸으면서 후배들에게 앞날을 제시해 주는 역할을 잘 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할 것이라 믿어요.
심현=아무래도 (문)호준이겠죠. 기자 생활 때부터 십년 넘게 봤던 선수인데 갑자기 훌쩍 커서 넥슨 아레나에 앉아 있으니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그리고 어떻게든 우승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기특했고 결국은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장면을 보니 뿌듯하고요. 팬들에게 추억이 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이기에 더욱 애착도 가는 것 같아요.
박상혁=개인적으로는 피파온라인3 김병권 선수가 머리 속에 떠오르네요. 7월에 열린 EA 챔피언스컵에 후보 선수로 따라갔잖아요. 사실 가기 전부터 (김)병권이는 경기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들 챙기고 무대에서 파이팅도 많이 해주는 모습을 보며 안타깝고 고마웠어요. 본인도 얼마나 나가고 싶었겠어요. 그런데 이번 EA 챔피언스컵 예고에서 (김)병권이가 제일 많이 나오더라고요(웃음). 괜히 보고 싶더라고요.
민순오=저는 이번에 같이 EA 챔피언스컵에 갔던 강성훈 선수가 기억에 남아요. 무대에서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긴장을 정말 많이 해서 밥도 거의 못 먹었어요. 결국에는 심한 두통과 탈진이 동시에 올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어요. 걱정이 많이 됐는데 우승하고 나서 눈물을 꾹 참는 모습을 보며 정말 프로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어딘가에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동안 김정민이라는 그림자에 가려서 자신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는데 큰 무대에서 본인의 힘으로 그 벽을 뛰어 넘었으니 앞으로도 더욱 성장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DES=좋은 추억만 말씀해 주셨는데 좋지 않았던 추억은 없나요(웃음)?
박상혁=많지만. 말할 수 없죠(웃음).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고 할 수도 있는데 잠시 가슴속에 묻고 10주년 때 털어 놓을게요(웃음).
DES=유독 박상혁 대리님에게만 그런 추억(?)이 몰리는 것 같은데요.
박상혁=막내라 그런 것 같아요. 아니면 아직 내공이 덜 쌓인 것이겠죠. 아마 다들 있을 텐데 없는 척 하고 있을걸요. 물론 지금은 그런 일들도 모두 추억이었지만요. 괜히 호기심만 자극한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네요(웃음).
김세환=더 이상 깊게 들어가면 다칩니다. 상관으로서 여기서 인터뷰를 끊어야겠네요(웃음).
박상혁=개인적으로 김정민, 문호준 유영혁처럼 프로의식이 투철한 선수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어요. 물론 생업이 있는 상황에서 리그에 참가하는 선수들도 많지만 적어도 리그에 나오는 순간만큼은 자신이 프로 선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임해주기를 바라요. 개인적으로는 김정민 선수처럼 후원을 받는 선수들도 더 늘어나기를 바라고요.
DES=넥슨 아레나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다들 있으실 것 같아요.
김세환=리그 오브 레전드가 한국 e스포츠의 중심이지만 우리가 가진 리그는 우리만의 독특한 방식과 매력으로 팬들에게 다른 재미를 주기를 바라요. 굉장히 쉬운 꿈 같지만 사실 쉽지만은 않은 일이거든요. 어떻게 차별화를 할지 어떻게 팬들에게 지속적인 재미를 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성공해야만 완성되겠죠. 5년 후에는 그 노력들이 결실을 맺게 되기를 바랍니다.
심현=개인적으로 꿈이 있다면 월드컵 개념이 아닌 올림픽 개념의 큰 대회를 여는 거에요. 한 종목 리그가 아닌 넥슨 아레나에서 진행됐던 모든 게임의 자웅을 겨루는 리그가 열리는 거죠. 넥슨 아레나에서 예선을 치르고 결선은 큰 장소를 빌려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볼 수 있게 말이에요.
그게 클럽 대항전이 됐든 국가 대항전이 됐든 지역 대항전이 됐든 일종의 올림픽 개념의 큰 대회가 열리게 된다면 e스포츠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박상혁=심현 차장님의 꿈에 조금 얹어 본다면 전 그런 대회를 넥슨 아레나에서 모두 이뤄지게 하고 싶어요. 빌딩 하나가 전부 넥슨 아레나인 거죠. 사실 지금도 세입자 신세지만 언젠가는 넥슨 아레나라는 빌딩에서 e스포츠 올림픽을 열어보고 싶네요. 생각만 해도 떨리는데요?
민순오=요즘에는 넥슨 아레나에 가면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일이 일과가 됐어요. 요즘은 스포츠 하나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잖아요.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스포테인먼트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죠. 넥슨 아레나가 스포테인먼트를 실현시킬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 강남에 있는 넥슨 아레나에서는 한계가 있지만 머리 속으로 그리고 있는 스포테인먼트적인 요소 몇가지가 있거든요. 꼭 실현해 보고 싶어요.
DES=마지막으로 김세환 팀장님이 한마디 해주세요.
김세환=저희 e스포츠팀은 쓴 소리를 새겨 듣고 반영하고 고민하는 것이 진정한 발전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게임보다 e스포츠가 팬들의 반응을 좀더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어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한번도 기분이 나쁘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항상 우리를 더 발전시키기 위한 밑거름으로 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좋은 소리, 쓴 소리 부탁 드립니다. 어떻게 하면 팬들께 좀더 나은 관람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2017년에도 넥슨 아레나에서 진행되는 리그에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더불어 넥슨 아레나가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발로 뛰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앞으로도 많은 도움 부탁 드립니다.
인터뷰에 다 담을 수 없었던 네 남자의 끈끈(?)한 우정은 나중에 그들이 허락(?)한다면 외전으로 풀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힘든 시간을 함께 한 그들에게는 끼어들 수 없었던 추억과 노력이 존재했고 그 이야기는 지금 다루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니까요.
앞으로 그들이 그려갈 넥슨 아레나의 미래는 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박운성 기자(phot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