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는 팀이 재창단 된 지 겨우 한 시즌 만에 2부 리그인 챌린저스 코리아를 넘어 롤챔스 입성에 성공했다. 그리고 겨우 1승을 따내는 것에 버거워하던 이전의 승격팀들과는 달리 MVP는 단단한 조직력을 선보이며 정규시즌을 6위로 마쳤다.
비록 포스트시즌 진출엔 실패했지만 신예들로 이루어진 승격팀의 첫 시즌이란 것을 감안하면 인상적인 성과였다.
MVP를 향한 스포트라이트는 대부분 정글러인 '비욘드' 김규석이 받았지만, 허리 역할을 충실히 한 미드 라이너 '이안' 안준형의 역할도 결코 작지 않았다. 안준형은 자신보다 경험이 많은 선수들을 상대로 신예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선보이며 팀을 중위권에 안착시켰다.
2017년이 되며 어엿한 성인이 된 안준형. 시즌 초 뜻하지 않은 말실수들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이제 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새해에는 더욱 성숙한 프로게이머가 될 것이라 다짐했다.
Q 프로게이머로 데뷔한지 약 1년이 지났다.
A 시간이 정말 빨리 갔다.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이렇게 빨리 올라올 줄 몰랐다. 처음엔 1년 정도 걸릴 것이라 예상했었다. 롤챔스 첫 시즌에 6위까지 하고, 얼떨결에 시간이 빨리 간 것 같다. 올해는 더 열심히 해서 상위권에 가고 싶다.
Q 1년 사이에 바뀐 점이 있다면.
A 처음 롤챔스에 승격했을 땐 팬들이 별로 없었다. 인지도도 낮았고. 챌린저스 때는 대기업팀에 있었던 '마하' (오)현식 형이나 '맥스' (정)종빈 형 팬들이 왔었다. 1부에 올라가니 내 팬도 생기고, MVP를 응원하는 구호를 들을 때마다 꿈을 이뤘다는 느낌이 들었다. 팬이 생겼다는 것이 가장 좋다. 실력도 점점 향상되는 것을 느낀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발전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Q 승격강등전에서 이겼을 때 기분은 어땠나.
A 재작년까지만 해도 아마추어 대회를 하면서 나도 롤챔스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좋은 팀에 들어와 바로 승격해서 얼떨떨했다. 우리 경기 전날 ESC 에버가 승격해 부러웠다. 우리도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승격에 성공해 엄청 뿌듯했다. 경기 끝나고 울었다.
Q 만약 승격에 실패했다면 어땠을까.
A 그 때 승격하지 못했어도 팀 분위기가 워낙 좋아서 으쌰으쌰 하면서 했을 것 같다. 이번에 승강전에 참여했더라도 승격 확률은 더 높았을 것 같다.
Q 새해가 되면서 성인이 됐다.
A 술, 담배를 안 해서 아직 크게 좋은 점은 못 느낀다. 새벽에 노래방에 갈 수 있다는 것이 좋다. 평소 연습이 끝나면 늦은 밤이라 노래방을 잘 못 갔는데, 이제 스트레스 해소하러 갈 수 있어서 좋다.
Q 노래 부르는 것을 즐기나.
A 취미생활이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편이다. 노래를 잘 못 불러서 웬만하면 혼자 다닌다. 연습실 근처에 코인 노래방이 있다. 운동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거 아니면 딱히 할 게 없다.
Q 또래들은 대학에 갈 나이다. 캠퍼스 생활에 대한 로망은 없나.
A 낭만이 좀 있긴 한데, 숙소에서 팀원들과 즐기고 팬들과 소통하는 게 더 좋다. 지금 생활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Q 새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 준비는 잘 되고 있나.
A 다른 팀들이 리빌딩 할 때 우리는 계속 연습했다. 연습을 엄청 많이 했고, 연습 경기 성적도 괜찮게 나오고 있다. 롤챔스 때 기대해도 될 팀 중 하나로 꼽혔으면 좋겠다.
Q 이번 시즌 미드 맞대결에서 꼭 이기고 싶은 선수는.
A '페이커' 이상혁 선수와 '크라운' 이민호 선수를 제일 이겨보고 싶다. 아직 스스로에게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Q 지난해 '페이커' 이상혁을 3번 상대해봤다. 어땠나.
A 맞라인에 섰다는 것부터 긴장되고 무섭고 그랬는데 지금은 긴장은 많이 안 된다. 연습을 많이 해서 실력으로 이겨보고 싶다. 확실히 '페이커'는 '페이커'니까.
Q KeSPA컵에서는 이상혁의 갈리오에 된통 당했다.
A 경기 전에 '페이커' 선수가 인터뷰를 통해 특이한 픽을 사용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 얘길 듣고 우리한테 할 게 있나 싶어서 야스오와 갈리오를 떠올렸다. 전날 전적을 보니 야스오를 6~7판 정도 했더라. 그래서 야스오를 예상했는데 갈리오가 나왔다. 종빈 형이 그 인터뷰를 보고 "갈리오 나올 것 같다"고 했는데 진짜 나오니까 다들 "말이 씨가 된다"며 웃었다. 거의 6개월 만에 상대해본 챔피언이라 스킬 구성은 알았지만 데미지나 쿨타임을 잘 몰랐다. 감을 잃었고, 실수도 많이 했다. 상대가 SKT라 긴장도 됐었다.
Q 지난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A kt 롤스터와의 1라운드 경기. 점멸을 사용해 넥서스를 한 대만 쳤어도 이겼을 텐데 그게 가장 아쉽다. 그 판을 이겼으면 1대1이고, kt를 이겨서 나비 효과로 포스트시즌까지 갔을 수도 있고, 운 좋으면 3강 안에도 들 수 있었을 텐데…. 가장 아쉬운 경기였다.
Q '미키' 손영민과의 '메이플 더비'도 화제였다.
A 챌린저스에 있을 때 생긴 일인데, 그 이후로 "2부 주제에 1부 욕하냐"는 등 비난을 많이 받았다. 만약 2부에서 1부로 못 올라가면 욕을 엄청 먹겠구나 싶어 정말 열심히 했다. 팀에게도 해가 되니 엄청 열심히 했다. 팀에게 피해를 주기 싫었다. 손영민 선수와 직접 대결했을 때 아쉽게 졌다. 한 번도 이기지 못했는데, KeSPA컵에서 한 번 이겼다. '메이플 더비'라는 것에 대해 별다른 감흥은 없다. 그저 못 이겨봤던 팀을 이겨서 기뻤다. 조금 의식이 되긴 했지만 경기 자체에 최선을 다했다.
Q 승강전 직후에는 '콩의 가호'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A 기쁜 날에 욕을 많이 먹어서…. 입조심 하자고 생각했다.
Q 앞의 일들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줬나.
A 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 e스포츠는 팬으로 이루어진 문화인데, 팬들이 기분 나쁘면 안 된다고 느꼈다. 다른 팀 팬을 기분 나쁘게 해드린 것 같아 죄송했다. 도발 안하고도 재밌게 말을 할 수 있으니,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다.
Q 그래도 여전히 '이안'하면 까불까불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A 까불대고, 인터뷰 때 도발하며 재밌게 하고 싶은데, 그럴 만큼 잘하는 게 아니니 일단은 실력 향상이 우선인 것 같다. 잘하게 되면 다른 콘셉트를 생각해보겠다.(웃음)
Q 선수들마다 각기 별명이 있는데, 본인은 아직까지 그런 게 없는 것 같다. 듣고 싶은 별명이 있나.
A 그저 잘하는 선수라는 말을 듣고 싶다. '이안' 했을 때 '잘하는 선수'로 알아줬으면 좋겠다.
Q 1년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팀원들과 더 돈독해졌을 거 같다.
A 서로 형제같이 지내고 있다. 싸움도 별로 안 난다.
Q 단체 생활서 싸움이 안 나려면 누군가는 배려하고 양보해야 하는데.
A 일단 내가 배려심이 많고 이해심이 뛰어나다. 나는 잘못을 인정하는 편이다. 남 탓 안하려 노력한다. 웬만하면 화도 안내려고 한다. 자존심은 좀 상하더라도 항상 양보하는 것 같다.
Q 너무 자기 칭찬 아닌가.
A 사실이다. 다른 선수들은 난폭하다.(웃음) 성적이 안 좋으면 티격태격하는데, 요즘 성적이 괜찮아서 다툼도 거의 없다.
Q 새 시즌에 선보이고 싶은 '필살기' 같은 것이 있나.
A 승강전에서 보여드린 적 있지만 요즘 아리 승률이 좋아 간을 보고 있다.
Q 아리는 대회에서 많이 안 나오는 편인데, 어떤 점이 버프가 됐으면 좋겠나.
A 1대1이 약한 것 같다. 데미지가 조금 더 세졌으면 좋겠다. 아니면 예쁜 스킨이 나온다든가.(웃음)
Q 확정은 아니지만, 5밴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A 연습으로 가상 5밴을 해봤는데, 모든 팀들이 비슷한 것 같다. 새로운 전략이 나올 수도 있는데 그 전략을 먼저 발견하는 팀이 순간적으로 꿀을 빨 수도 있고, 강팀이 실수해서 질 수도 있을 것 같다. 3밴이든 5밴이든 비슷한 것 같다. 나는 챔프폭이 엄청 넓진 않지만 적당히 할 줄 안다고 생각한다. 한 챔피언만 주구장창 파는 것보다 여러 챔피언을 두루 하는 스타일이다.
Q 2017년엔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가.
A 롤챔스 우승이 꿈이지만 일단은 포스트시즌에 가보고 싶다. 또 경기 MVP 포인트를 많이 받고 싶다. MVP 포인트는 우리 팀 내에서 보이지 않는 서열이다. MVP 점수로 우리끼리 농담을 주고 받는다. 내가 종빈 형한테 "조용히 해 빵점"이라고 장난을 치면 '비욘드' (김)규석이가 나한테 "조용히 해 400점" 이런 식으로 논다.(웃음)
Q MVP 포인트에선 확실히 서포터가 불리하다. 그렇게 놀리면 정종빈이 삐질 거 같은데.
A 삐진다. 확실히 서포터는 받기 어려운 것 같다. 전에 한번은 종빈 형이 "나도 인터뷰 잘하는데, 그 기분 알고 싶다"며 아쉬워하더라.(웃음)
Q 이제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다. 스무 살 안준형의 새해 계획은?
A 노래를 잘 부르고 싶다. 부상 안당하고, 소박하게 살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총감독님을 비롯해 감독님과 코치님, 다른 종목의 감독님들까지 모두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드린다. 티격태격했어도 1년 동안 같이 한 팀원들에게도 너무 고맙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생일 때마다 선물을 보내주시는데, 절을 올리고 싶을 정도다. MVP 후원사들에게도 모두 감사드린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