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1에서 스타크래프트2로 리그가 넘어간 뒤 이제동은 이와 같은 성원을 잠시 잊었다. 한국에서 짧은 기간 동안 활동한 뒤 북미 지역으로 넘어간 이제동은 지난 2년 동안에는 공식 대회도 거의 나서지 않았다.
스타1을 다시 시작한 이제동은 "ASL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뒤로 우여곡절이 참 많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8강까지 올라오니까 응원하러 오신 팬들이 정말 많았다"라면서 "이 분들의 응원과 함성을 듣는 순간 피곤함을 모두 잊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고 승리했다"고 답했다.
다음은 이제동과의 일문일답.
Q 4강에 올라갔다.
A ASL 참가를 결정한 뒤 서울 지역 예선에 출전했지만 탈락했다. 부산에서 열린 2차 예선에 나가기 위해 KTX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에 '과연 내가 뚫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내내 불안했지만 어렵게 통과했다. 24강과 16강에서도 1패씩을 안으면서 최종전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다. 정말 우여곡절 끝에 4강까지 올라선 것 같다.
Q 4강 상대가 이영호다.
A 만감이 교차한다.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숙적은 또 다시 만나는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Q 경기 전에 컨디션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대0으로 완승을 거뒀다.
A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부담감이 너무나 심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송병구가 스타1을 다시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는 해도 무시할 수는 없는 선수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머리 속이 정말 복잡했다. 경기장에 도착해서도 멍할 줄 알았는데 경기가 시작하니 집중력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그 덕에 이긴 것 같다.
Q 1세트부터 상대 전략을 간파했다.
A 송병구가 변수를 둘 것 같았다. 프로토스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을 때 초반 빌드에서 이기고 들어가려는 심리가 있다. 그래서 1세트에서 9드론 스포닝풀을 가져가서 완승을 거뒀다.
Q 2세트도 낙승을 거뒀다.
A 1세트를 마친 뒤 송병구의 심리를 다시 생각했다. 내가 주도권을 가져가는 전략을 구사한다면 송병구가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는 전략이 9드론이라고 생각했고 송병구가 위축되자 2개의 해처리에서 히드라리스크로 올인해서 승리했다.
Q 3세트도 쉽게 풀렸다.
A 내가 그린 그림 안에서 경기가 끝났다. 저글링 흔들기가 성공했고 질럿을 포위 공격해서 잡아내면서 끝났다고 생각했다.
Q 4강에 올라갔는데 이영호를 만났다.
A 이 상황 자체가 재미있다. 즐겁다. 스타1을 다시 하기로 시작한 시점부터 지금까지가 드라마틱하게 흘러갔다. 솔직히 이영호와 4강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재미있을 것 같고 기대가 된다. 1주일 남았는데 정말 열심히 준비할 생각이다.
Q 어제 생일이었다.
A 팬들이 많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셨지만 집 밖에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조금 자고 일어나니까 1월10일이었다. 오늘 경기를 이기니까 그런 아쉬움들이 모두 사라졌다. 준비한 보람이 있었다.
Q 하고 싶은 말은.
A 이렇게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주실 줄 몰랐다. 스타1을 좋아하는 팬들이 아직도 많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5년 만에 스타1 전성기 때의 분위기를 다시 느끼고 있다. 스타1을 다시 시작하면서 팬들의 응원과 관심은 내려 놓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정말 감사드린다. 큰 성원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 예전에는 익숙하고 당연하다고도 생각했는데 이제는 부끄럽고 어색하다.
강남=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