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와 홍진호 덕분(?)에 우리는 1인자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2인자에게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2인자라는 타이틀은 당사자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1인자를 더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카트라이더 게이머 김승태도 1인자 타이틀과는 인연이 없는 선수였다. 팀에는 최고의 선수인 유영혁이 버티고 있었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김승태가 주행에서 유영혁보다 더 낫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항상 에이스 역할은 유영혁 차지였다. 경험이 없는 김승태는 스스로 팀의 운명을 결정지을 에이스 결정전 출전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지난 해 대통령배에서 우승을 하고 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김승태는 여전히 유영혁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카트라이더 개인전 결승전까지 진출하며 그 벽을 깨는 듯 보였지만 김승태는 결승전에서 유영혁이라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며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대로 가면 유영혁의 그림자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문호준과 유영혁이 양분하고 있는 카트라이더 리그에서 자신의 이름도 제대로 남기지 못하는 선수가 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에이스 역할을 할 준비가 되지 않은 듯 보였다.
매번 인터뷰에서 "에이스는 (유)영혁이형"이라고 못을 박으며 욕심도 없는 선수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김승태였지만 가슴 속에서는 1인자로 올라가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나보다. 김승태는 유영혁을 제치고 에이스 결정전에 출격했고 결국 승리를 따내며 못 넘을 것 같았던 벽을 훌쩍 뛰어 넘었다.
에이스 결정전에서 승리한 뒤 김승태의 목소리는 누구보다 자신감이 넘쳤다. 평생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유영혁이라는 벽을 넘었기 때문일 것이다. 절대 에이스 결정전에 나가지 않겠다던 1년 전 인터뷰는 잊은 듯 했다. 언제든 에이스 결정전에 출격해 자신의 가치를 뽐내고 싶다며 자신의 가치를 한단계 끌어 올렸다.
아직 김승태가 1인자로 올라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그가 내민 첫 걸음이 문호준과 유영혁으로 설명되는 카트라이더 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일으킬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