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잠시 동안 e스포츠와 떨어져 지냈던 조 부사장은 2013년 네이밍 후원을 시작하면서 전격적으로 복귀했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운영하고 있던 스타크래프트2 팀인 제8게임단을 후원했고 리그 오브 레전드 팀까지 함께 후원하기로 결정하면서 e스포츠와 다시 인연을 맺었다.
진에어가 후원을 시작하면서 두 종목 모두 동반 성장했다. 스타2 팀은 개인리그와 프로리그에서 수 차례 정상에 올랐다. 스타2 종목에서는 김유진이 2014년 IEM 월드 챔피언십, 2015년 WCS 글로벌 파이널 등에서 정상에 올랐고 조성주가 2015년 스타리그 시즌1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또 2016년에는 프로리그 2, 3라운드 연속 우승한 뒤 최종 결승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성과를 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은 신예 중심으로 팀을 꾸리면서도 포스트 시즌은 항상 오르면서 꾸준함을 과시하고 있다.
e스포츠에 무한한 애정을 보이고 있는 조현민 부사장을 만나 2017년 e스포츠 발전을 위해 진에어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이후 비전은 무엇인지 들었다.
◆스타2 팀 존속은 선수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2016년 말 스타2 프로리그가 폐지되면서 참가하던 대부분의 기업들이 스타2 게임단을 정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조 부사장은 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진에어가 후원을 결정한 이후 처음으로 프로리그를 우승한 선수들과의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3년 진에어가 네이밍 후원을 시작한 이래 스타2 팀은 상승 곡선을 그려왔습니다. 단체전인 프로리그에서도 계속 상위권을 지켰고 2015 시즌에는 통합 챔피언전까지 올라갔죠. 그리고 2016년에는 정상에 섰습니다. 좋은 성적을 낸 선수단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해주지는 못할 망정 없앤다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진에어 그린윙스 스타2 팀은 조 부사장이 e스포츠 프로게임단을 유지하는 근거를 만들어줬다. 네이밍 후원을 시작한 이후 가장 먼저 세계 대회 우승을 차지한 것도 스타2 선수인 김유진이었다. 2014년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IEM 월드 챔피언십에서 김유진이 우승하면서 조 부사장은 "진에어 비행기에 래핑을 하겠다"라고 약속했고 실제로 이행했다. 홍보와 마케팅 전문가다운, 항공사다운 스타일로 게임단의 성과에 대해 널리 알렸다.
"2016 시즌 프로리그 통합 우승을 차지한 뒤에도 뭔가 큰 선물을 해주고 싶었는데 프로리그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나면서 선수단에 딱히 해준 것이 없었어요. 괌으로 포상 휴가를 보내줬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비록 프로리그가 폐지됐지만 조 부사장은 스타2 팀을 유지하는 것으로 선수단에게 다른 의미의 선물을 줬다. 단체전인 프로리그가 없어지면서 진에어라는 이름을 팬들에게 자주 보여줄 기회가 사라졌지만 국내에서 개인리그가 계속 열리고 외국 대회도 앞으로 지속될 것이기에 선수단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e스포츠 진가 널리 알리고 있다
조현민 부사장은 세계 각국이 e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자신들의 문화와 사정에 맞는 방식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보고 들으면서 위기 의식도 느낀다고 했다.
"중국이 한국의 프로게이머들에게 높은 수준의 연봉을 제시하면서 영입 작전을 펼쳤고 미국은 대학을 중심으로 생활 밀착형 e스포츠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유럽은 유럽 나름대로 각국에 협회를 만들면서 조직화에 나서고 있고요. 한국이 만들어 놓은 e스포츠 문화를 자국의 환경에 맞게 응용하면서 넘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봅니다."
e스포츠 종주국임을 자부하지만 몇 년 전부터 세계 각국으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개선시키기 위해 조 부사장은 내부 설득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모회사인 대한항공의 임원진을 만날 때마다 e스포츠와 게임의 산업적인 효과를 설명하고 있고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현장에 함께 가려고 노력한다고.
"2014년 한국에서 LoL 월드 챔피언십이 열렸고 대한항공이 후원사로 나섰을 때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 임직원들과 함께 갔어요. 열광하는 젊은 세대들을 보면서 e스포츠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가지시더라고요."
외국 매체를 만났을 때에도 한국에는 e스포츠라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제보하기도 했다. 한국의 문화를 전하고 싶다며 취재 의뢰를 했던 CNN과 BBC에게 관광지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e스포츠 동향을 전하면서 실제로 기사로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스타리그를 후원했을 때에는 좌석에 붙어 있는 모니터를 통해서 경기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콘텐츠를 넣기도 했다"는 조 부사장은 "e스포츠나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한국의 콘텐츠 수출의 50% 이상은 게임이 맡고 있고 e스포츠 선수들의 수준은 세계 최고다'라고 알리고 있어요."
◆진에어 스타일로 e스포츠 마케팅 나선다
진에어는 4년째 그린윙스 프로게임단에 네이밍 후원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 점보스 프로배구단처럼 프로게임단을 아예 인수해서 진에어의 휘하에 두고 직접 운영하는 것은 어떠냐는 질문에 조 부사장은 "현재 진에어의 기업 상황에서 독자적인 사무국을 꾸려서 운영하는 것은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고 솔직히 답했다.
당분간 진에어는 선수들의 연봉과 숙소 운영비 등 네이밍 후원 비용을 대면서 한국e스포츠협회의 도움과 함께 팀을 운영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이다.
책임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조 부사장은 "진에어의 강점인 e스포츠 친화적인 마케팅을 통해 e스포츠의 외연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창단 초기 멤버십 카드를 발매하는 등 e스포츠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던 진에어는 2017년을 맞아 e스포츠 팬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식의 마케팅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개막과 동시에 시작하려던 e스포츠 팬들을 위한 마일리지 시스템을 거의 완비했습니다. 진에어 그린윙스를 응원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팬들은 물론, 현장을 방문하는 e스포츠 팬들에게 여권 형식의 방문 스탬프를 제공하고 이를 진에어 마일리지로 환원하는 방식을 곧 선보일 예정입니다."
글로벌 e스포츠 팬들을 위한 관광 상품도 준비중이다. 진에어는 제주에서만 중국의 시안, 상하이로 운항하고 있지만 김포나 인천에서 중국으로 가는 노선권이 주어진다면 중국의 젊은 e스포츠 팬들을 대상으로 관광 코스를 만들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항공사인 진에어만이 할 수 있는 글로벌 마케팅 활동이 다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생기고 현실이 뒤따라주는 대로 e스포츠에 접목시킬 예정입니다."
실제로 진에어는 IEM 월드 챔피언십에서 김유진이 우승했을 때 스타2와 LoL 팀 선수들의 사진을 비행기에 래핑하면서 이슈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또 한 번 그린윙스 게임단이 큰 성과를 낸다면 다시 래핑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있다"라고 힘주어 말하기도.
◆교육과의 연계 통해 미래 비전 만들어야
조현민 부사장은 최근에 미국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한 팬과 연락이 닿아 현지 사정을 들으면서 깜짝 놀랐다. 시카고의 한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이 팬은 조 부사장에게 "미국에서는 대학마다 자체적으로 e스포츠 대회를 열고 있고 교류전도 펼치고 있다"라며 "상금 규모도 꽤 크다"라고 전했다.
이 소식을 듣고 나서 조 부사장은 게임단 선수들에게 영어 교육을 시키기 시작했다. 회사가 학원비를 내고 선수들이 원하는 코스를 제공하는 영어 학원을 직접 고르도록 했다. 올 1월부터 시작된 영어 교육이 자리를 잡을 경우 다른 언어로도 넓혀갈 생각이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의 특성상 어린 나이부터 게임만 하게 되잖아요. 이미 최고 수준에 올라 있는 선수들에게 계속해서 훈련만 강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e스포츠가 전세계적인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기에 우리 선수들도 외국어를 익혀 놓으면 외국 팀에서 선수로 뛰든지, 은퇴 이후에 외국에서 지도자로 활동할 수 있고 아니면 학생으로 공부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조 부사장은 스포츠와 학업을 병행하는 미국의 방식을 한국이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프로 스포츠 선수가 되고자 하는 학생일지라도 일정 수준의 학업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졸업을 시키지 않는 것이 미국의 방식이다.
"프로게이머를 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고 기초를 닦아주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학원 스포츠 기반이 없는 e스포츠 업계이기에 기업이 이를 맡아줘야 합니다."
e스포츠에 대한 자그마한 관심에서 대회 후원부터 시작한 조현민 부사장은 이제 선수들의 미래까지 함께 고민할 정도로 애정을 갖고 있다. 이 관심과 애정이 e스포츠를 차세대 문화 콘텐츠로 깊이 뿌리내리는 자양분이 되길 바란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사진=e스포츠 기자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