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승헌 캐스터는 이름보다는 '성캐'라는 별칭으로 더 많이 불립니다. 그의 유쾌한 성격과 참 잘 어울리는 별명인 것 같습니다. 팬들은 그를 '성캐'로 부르며 마치 옆집 형이나 오빠처럼 생각하더군요. SNS에서도 성승헌 캐스터는 팬들과 활발한 소통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넥슨 게임에서는 이미 '신'으로 등극한 성승헌 캐스터. 하지만 항상 최고의 위치에 있던 그도 지난 해 위기를 맞았습니다. 스포티비 게임즈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이하 롤챔스) 중계를 맡게 된 성승헌 캐스터는 중계진에 쏟아지는 비판을 오롯이 맨몸으로 받아야 했습니다. 아마도 성승헌 캐스터 인생에서 가장 많은 악플을 받은 시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일반 사람들이라면 멘탈이 무너질 수도 있을 정도로 팬들은 스포티비 게임즈 중계진에게 강한 불만의 목소리를 토로했습니다. 사실 성승헌 캐스터보다는 해설진들에게 쏟아진 비판이었지만 중계진은 한 팀이기에 성승헌 캐스터도 마음이 편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아직도 스포티비 게임즈 중계진은 팬들에게 합격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만 하더라도 인터뷰 내용이 우울하면 어떻게 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역시 '성캐'는 '쾌남'이었습니다. 심각한 질문도, 어려운 질문도 그만의 유머로 받아 치는 모습에서 그가 왜 e스포츠에서 가장 유쾌한 캐스터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유쾌하다 못해 시원하기까지 한 성승헌 캐스터와의 즐거운 인터뷰, 지금부터 함께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악플, 아직도 부족해요"
데뷔 초를 제외하고 성승헌 캐스터는 기사에 악플이 달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 받는 캐스터였습니다. 그러나 롤챔스 중계를 시작하며 성승헌 캐스터는 평생 받을 악플을 모두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혹독한 비판에 시달리고 있죠.
물론 그 비판은 성승헌 캐스터에게 향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스포티비 게임즈에 대한 비판이고 경험이 없는 해설진들에 대한 비판이 훨씬 많지만 리그에서 가장 많이 노출되는 사람이 중계진인 만큼 성승헌 캐스터도 논란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조심스럽게 요즘 힘들지 않냐고 물어봤습니다. 캐스터 인생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생각하고 한 질문이었는데요. 성승헌 캐스터의 답변은 '우문현답'이었습니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기도 했죠.
"악플이 있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악플이 있다는 것은 저희 중계를 보신다는 거잖아요. 그것만으로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악플! 부족해요! 더 달아 주세요! 더 많이 봐주셔야 합니다!"
악플을 더 많이 달아 달라고 말하는 이 사람. 그렇다면 성승헌 캐스터는 지금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요? 또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익숙함의 문제에요. 중계진이 서로 손발을 맞추고 팬들에게 익숙해 지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 부분을 맞춰가고 있고 다행인 것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거죠. 나는 잘하고 해설자들은 못한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정말 잘하는 캐스터와 해설진들을 모아 놓아도 손발이 맞지 않으면 팬들은 외면할 겁니다.
이번 시즌 해설진들이 교체되면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물론 팬들 입장에서는 지난 시즌에 비해 발전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서로 손발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에요. 지금보다 더 많은 악플(?)을 달아주셔야 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해요. 즉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죠. 팬들의 관심이 없다면 그 리그는 아무런 힘이 없어요. 악플을 달아주시는 팬들에게 감사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욕을 먹더라도 많이 봐주시기만 한다면 다 견딜 수 있어요(웃음)."
성승헌 캐스터는 롤챔스 중계가 자신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활짝 웃었습니다. 지금의 고통을 즐기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이제는 베테랑 캐스터가 된 시점에서 성승헌 캐스터에게 이런 시련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나태해진 상황이었어요. 정신이 번쩍 들었죠. 세상은 내가 게으른 모습을 못 보는구나 생각했어요(웃음). 롤챔스를 중계하면서 어느 때보다 공부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하고 노력도 많이 해요. 어떤 분야에서 10년 이상을 하면 익숙해지면서 게을러지게 마련이거든요. 하지만 요즘 저는 절대 게으르지 않습니다. 얼마나 바쁜지 몰라요. 정말 감사 드려요(웃음)."
◆유쾌, 상쾌, 통쾌한 중계
카트라이더 리그나 피파온라인3 리그 중계를 하는 성승헌 캐스터와 롤챔스를 중계하는 성승헌 캐스터는 완전히 다른 사람입니다. 롤챔스 중계에서 성승헌 캐스터는 최대한 잡담을 줄이고 기본에 충실하지만 카트라이더나 피파온라인3 리그에서는 그의 입담에 팬들은 배꼽을 잡습니다. 사실 이런 유쾌한 중계는 성승헌 캐스터만이 할 수 있는 것이기에 롤챔스에서 그의 입담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성승헌 캐스터가 봉인을 풀고 롤챔스에서 훨훨 날아 오른 적이 있습니다. 클라이언트 오류로 경기가 오랜 시간 지연되면서 성승헌 캐스터는 꾹 참아왔던 입담을 화산 폭발 시키듯 풀어놨습니다. 현장을 찾은 팬들과 이야기하고 소통하고 심지어는 집에 가는 차비까지 쏘겠다는 약속도 했죠. 정말 긴 시간 지연됐지만 현장을 찾은 팬들은 성승헌 캐스터 덕분에 즐겁게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롤챔스에서 기존의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은 일단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직은 중계진이 손발을 맞추고 기본을 잘해야 할 때니까요. 팀워크가 맞지 않은 상황에서 저 혼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들 팬들이 과연 재미있게 들을지도 의문이에요. 입담이라는 것은 원래 기본이 받쳐졌을 때 빛을 발하는 것이거든요. 지금은 기본을 지킬 때라고 생각해요.
물론 저는 유쾌한 중계를 선호하기 때문에 그 끼를 누르기가 쉽지 않아요. 그날 그동안 눌러왔던 끼가 폭발한거죠(웃음). 마음껏 날아다녔어요. 미리 상의한 것도 아닌데 팬들과 인터뷰 하고 이야기하고 정말 즐거웠어요. 사실 교통비를 제공한다고 해놓고 그 친구 집이 춘천이라는 이야기에 움찔하긴 했지만요(웃음). 앞으로 중계진들이 기본기를 갖추고 팀워크를 어느 정도 맞추게 되면 잠재된 제 안의 '흥'이 저절로 나오지 않을까요? 지금은 그럴 때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억눌렀던 욕망(?)을 분출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성승헌 캐스터는 앞으로도 계속 팬들과 소통하는 중계를 하고 싶어 했습니다. e스포츠 중계는 다른 스포츠 중계와 달리 팬들을 눈앞에서 볼 수 있고 그들의 반응을 즉각 느낄 수 있으며 그들과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스포츠가 중계진들과 눈을 맞출 수 있겠어요. 그건 e스포츠만이 할 수 있는 거에요. 그런데 다른 스포츠랑 똑같이 그냥 전달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눈 앞에 있는 팬들과 함께 하는 것이 e스포츠 중계가 가지는 매력이잖아요. 궁극적으로 롤챔스 역시 기본기가 갖춰진 다음에는 팬들과 소통하는 즐거운 중계를 해보고 싶어요."
◆성승헌 캐스터에 대한 오해와 진실
팬들이나 관계자들 사이에서 성승헌 캐스터에 대한 소문(?) 몇 가지가 있습니다. 어렵게 인터뷰를 잡은 만큼 과감하게 소문에 대한 진실을 알아보자는 생각에 용기를 내 두 가지 질문을 했는데요. 의외로 속 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성승헌 캐스터가 아무래도 잘생긴(?) 외모와 재치 있는 말솜씨, 상당한 재력(?)가임이 알려지면서 도대체 뭐가 부족해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일각에서는 성승헌 캐스터의 눈이 높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들렸습니다.
"맞습니다. 소문은 사실입니다(웃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주변에서 눈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외모가 연예인처럼 예쁜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눈이 높다고 하면 대부분 예쁜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아요. 요즘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연예인 중 한 분이 한예리씨거든요. 인형 같은 외모는 아니지만 수수하면서 매력적이고 말 하는 도중의 위트와 차분한 성격 등 제 이상형과 굉장히 가깝더라고요.
아무래도 단순히 외모만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눈이 높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온상민 해설위원은 저보고 결혼하지 말라고 하더군요(웃음). 결혼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제 마음을 확 끌어당기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 같아요. 다시 말해 눈이 높아서 결혼을 못하고 있는 겁니다(웃음)."
대부분 이런 소문에 대해 질문하면 사실이 아니라고 답변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 성승헌 캐스터는 '쿨'하게 소문을 인정했습니다. 역시 '성캐'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용기를 가지고 두번째 소문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관계자들 사이에서 성승헌 캐스터가 후배들에게 무서운 선배라는 소문이 있거든요. 평소 성승헌 캐스터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소문이기에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이번 소문도 사실입니다(웃음). 사실 그냥 무서운 선배가 아니라 굉장히 무서운 선배입니다(웃음). 물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따끔한 충고와 정확한 지적이 필요할 때도 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저와 호흡을 맞추는 친구들을 많이 혼내는 편입니다. 물론 매일 그렇게 혼내지는 않죠. 그들과 저는 누구보다도 친하고 신뢰가 쌓인 관계지만 잘못을 하거나 바르지 않은 언행을 할 때는 가차 없이 혼냅니다. 전쟁과도 같은 방송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그렇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성승헌 캐스터는 요즘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나'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자신을 보고 캐스터를 꿈 꾸는 많은 사람들을 이끄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가 된 것이죠.
"e스포츠는 정말 많은 리그들이 있는데 생각보다 캐스터가 많지 않아요. 예전에는 내가 잘하기 위해 노력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는데 이제는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아요. 나를 보고 꿈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귀감이 돼야죠.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항상 즐거운 기운이 가득 넘치기에 만남부터 기다려지는 성승헌 캐스터. 지금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결국에는 그의 도전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팬들에게 "악플을 달 때는 좀더 구체적으로 달아야 하니 꼭 우리 중계를 봐달라"는 성승헌 캐스터의 마지막 부탁을 전해드립니다.
글=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