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 시즌을 앞두고 유럽 LoL팀 바이탈리티를 떠나 에버8 위너스에 합류한 것도 하승찬만의 독특한 행보였다. 플레잉코치라는 독특한 직책과 정글러로 변경한 포지션, '컴백'이라는 새로운 닉네임까지. 하승찬 다운 결정이었다.
매번 새롭게 도전하는 하승찬은 "재미있는 것을 찾다보니까 여러가지를 경험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 간단명료한 이유는 하승찬의 자양분이자 동력이 됐다.
하승찬은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2017 서머에서 어떤 재미를 발견할까. 재미의 뒤꽁무니를 좇아 롤챔스로 돌아온 하승찬의 서머 시즌 이야기를 들어봤다.
Q 2016년 말에 kt 롤스터를 떠나 바이탈리티로 이적했다. 어떤 판단이었나.
해외에도 나가보고 싶었고, 돈도 많이 주니까 이적하게 됐어요. 외국인과 생활하면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잖아요. 프로 게이머를 그만둔다고 생각했을 때, 해외에 나가본 경험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기회라고 생각했죠.
Q 해외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어떤 점이 힘들었나.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었어요. 저는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데 음식이 안 맞더라고요. 대회 전에 매니저가 다른 팀으로 이적해서 음식을 해줄 사람도 없었죠. 스트레스가 안 풀리니까 불면증이 크게 와서 2주 정도 잠을 못 잤어요. 대회 전날에도 잠을 못 잔 경우가 많았고요. 핑계라면 핑계일 수 있지만 몸이 힘들어서 쉬겠다고 말했고, 필요해지면 불러달라고 했죠. 2주 정도 쉬고 리그에 돌아갔어요.
Q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유는 무엇인가.
음식을 먹으러 왔어요(웃음). 활동을 하든 안 하든 음식을 찾아서 왔죠. 지금은 스트레스 해소하면서 불면증 없이 지내고 있어요.
Q 에버8 위너스와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처음에는 중국팀 코치로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협상이 결렬됐고, 한 시즌 쉴 생각이었죠. 그런데 쉴 거면 팀에 와서 플레잉코치 역할을 하면서 경험을 쌓으면 어떻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정글러도 해보고 싶던 참이었고요. 코치 경험도 쌓고, 정글러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서 합류했어요.
Q 팀의 첫 인상은 어땠나.
선수들의 멘탈이 약하더라고요(웃음). 팀 분위기는 활기차고 좋아요. 선수들 모두 적극적인 자세로 열심히 하고 있죠.
Q 닉네임을 컴백으로 바꿨다.
서포터가 아니니까 이전 닉네임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서 바꿨어요. 롤챔스에 돌아왔으니 '컴백'으로 정했죠.
Q 앞서 언급했 듯이 정글러로 포지션을 변경했는데, 어떤 판단이었나.
예전부터 하고 싶었어요. 정글러가 패치를 통해서 강해졌잖아요. 세니까 재밌어보이더라고요. 원래 적을 제압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서포터는 힘들잖아요. 나는 적을 못 잡는데 적은 나를 잡으니까 억울했죠. 운영에 있어서 서포터랑 정글러가 비슷한 부분이 있으니 포지션을 변경해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Q 운영상의 교점이라면 어떤 부분인가. 포지션 변경에 대한 자신감은 어떤가.
두 포지션이 가장 활발하게 돌아다니잖아요. 시야 장악부터 시작해서 같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서 비슷한 것 같아요.
아직 정글러 챔피언에 대한 숙련도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부족해서 시간이 필요해요. 게임 이해도는 자신있는데 챔피언 숙련도가 안 되니까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끌어올려야할 것 같아요.
Q 정글러 하승찬은 어떤 스타일인가. 비슷한 선수가 있다면.
제 스타일을 정하진 않았는데 현재 SK텔레콤 T1의 '피넛' 한왕호와 kt 롤스터의 '스코어' 고동빈의 영상을 많이 보고 있어요.
Q '말랑' 김근성과 포지션 경쟁을 하게 됐다. 챌린저스부터 승강전까지 '루키'로 꼽히는 선수인데 옆에서 보니 어떤가.
어려서 그런지 피지컬이 정말 좋아요. 아무래도 경험이 적다보니 고쳐야할 점이 많긴 하지만요. 기본적으로 이기는 방법을 아는 선수라서 팀적으로 부족한 점을 알려주고 있어요. 저는 챔피언 상성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듣고 있고요. 서로 단점을 보완해주는 셈이죠.
Q 팀에서는 코칭스태프까지 겪어본 하승찬에게 기대가 클 것 같다. 어떤 역할을 부여받았나.
플레잉코치인데 분석에 집중해서 게임 내의 디테일한 운영을 알려주고 있어요. 경험에서 배운 것들을 토대로 연습 경기에서 나오는 실수를 짚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죠.
Q 다수가 신인으로 꾸려진 에버8의 잠재력을 본다면.
목표는 승강전 탈출이예요. 다들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강해서 리그 중간에 멘탈만 잡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팀 내에서는 미드 라이너인 '셉티드' 박위림을 가장 기대하고 있어요. 피지컬이 좋아서 잘할 것 같아요.
Q 코칭스태프, 해외진출, 포지션 변경까지. 여러번 도전했다. 하승찬에게 도전은 어떤 의미인가.
레블즈 아나키에서 활동하기 이전에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을 했었으니 종목 변경도 했었네요. 도전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가장 재미있는 것을 하는 거예요. 재미있는 것을 찾다보니까 여러가지를 경험하게 됐죠. 앞으로도 능력이 된다면 재미를 따라가고 싶어요.
Q 다시 롤챔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머 시즌 목표는 어떤가.
현실적인 목표는 승강전 탈출이고, 이상적인 목표는 기량을 끌어올려서 '폼이 떨어졌다'는 말을 듣지 않는 거예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Q 한국 무대에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일단은 성공적으로 정글러 데뷔를 하고 싶어요. 포지션 변경 후 잘 된 사례가 많잖아요. '스코어' 고동빈은 너무 잘 해서 힘들겠지만 따라가려고 노력할 생각이에요.
Q 마지막으로 서머 시즌에 임하는 각오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승강전에서 탈출하겠습니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