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팀으로는 처음으로 롤드컵을 제패한 팀으로 기록된 SK텔레콤은 2014년을 제외한 모든 롤드컵을 우승으로 장식했고 2016년과 2017년은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에서도 사상 첫 연속 우승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전세계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게임단들의 분석 대상이 되고 있다. SK텔레콤이 왜 강한지, 팀을 어떻게 꾸려가는지, 영입 비결은 무엇인지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고 있고 노하우를 배우려 노력하고 있다.
2015년부터 SK텔레콤 T1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송종호 부장을 만나 세계 최고의 팀을 만들어낸 비법과 게임단의 새로운 목표 등을 들었다.
◆프로게임단 맡을 줄 몰랐다
2015년 게임단 사무국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송종호 부장은 프로게임단은 커녕 스포츠단에 근무한 경험도 없다. 법인 영업을 주로 해온 그는 스포츠단으로 발령이 났을 때에도 골프를 담당할 것이라 생각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차치하고 소위 게임의 '게'자도 몰랐다고.
Q SK텔레콤 T1의 사무국으로 2년 동안 게임단을 운영하면서 세계 최고의 팀으로 만들어냈다. 팀을 맡게 된 이유가 있나.
A 2년 전에 스포츠단을 맡아 보라고 발령이 났다. 게임단을 맡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주위에서도 스포츠단에서 골프를 담당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프로게임단 담당이었다.
Q 그래도 평소에 게임에 대한 관심은 있었으니 맡기지 않았을까.
A 게임과 친해질 시간이 없는 세대다. 직장에 들어오고 나서 PC방 붐이 일었고 법인 영업을 주로 맡다 보니 게임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었다. 전혀 모르는 분야를 담당하게 되니까 막막했다.
Q 맡은 지 2년이 됐는데 어떻게 적응했나.
A 2015년 6월에 부임했으니 꽉 채운 2년이 됐다. 첫 6개월은 현황을 파악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팀 파악이 끝난 뒤 여러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신세계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또 하나의 세상을 만난 듯했다. 전혀 모르는 분야이긴 했지만 알아갈수록 성장 동력이 존재하고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느꼈다. 'e스포츠가 나에게 좋은 경험이자 기회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고 뭔가를 해보기 위해 더 집중했다.
Q 구체적으로 e스포츠에는 어떤 매력이 있었나.
A 스포츠 종목 가운데 한국 사람들이 선수로 뛰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분야가 거의 없다. 양궁이나 태권도처럼 휩쓰는 종목들이 있긴 하지만 프로화가 되어 있는 분야는 아니다. 한창 농구가 인기를 끌었을 때 NBA가 한국에도 중계가 되면서 농구 룰은 몰라도 마이클 조던의 이름과 시카고 불스라는 팀을 알게 됐다. e스포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지금 '페이커'라는 아이디를 전세계 사람들이 알고 있고 그의 소속팀인 SK텔레콤 T1을 인지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고 언제, 어디서든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e스포츠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21세기형 문화 콘텐츠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물리적 제약을 초월하는 매력을 갖고 있다.
◆출발부터 달랐던 SK텔레콤 T1
SK텔레콤 T1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의 우승 경력은 이루 말하기 어렵다. 2013년 팀을 창단한 해에 세계 최고의 대회인 롤드컵에서 우승했고 2015년과 2016년에는 사상 첫 연속 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국내 대회인 롤챔스에서 우승한 것은 일일이 언급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세계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는 SK텔레콤이 꾸준한 성과를 내는 비결은 무엇일까. 송종호 사무국장은 "출발부터 달랐다"라고 설명했다.
Q 매 시즌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부임하고 나서 2년 동안 계속 받은 질문이다. 우리 팀이 잘되는 이유는 시계가 잘 돌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훌륭한 선수들을 선발했고 이들을 결집시키는 코칭 스태프의 능력이 출중하다. 이들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기업이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선수, 코칭 스태프, 기업의 세 축이 잘 맞아 떨어지면서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져 있다.
Q 시작부터 성적이 좋았다.
A 2013년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만들었고 대부분 두 팀 체제를 구축하던 시절이어서 우리도 두 개 팀을 짧은 기간에 갖췄다. 그 중에 이상혁, 배성웅 등이 속한 2팀(후에 K)이 두각을 나타냈고 첫 해에 롤챔스, 롤드컵 우승을 이끌어냈다. 2014년에는 S를 개편하면서 배준식, 이재완, 장경환, 이지훈 등으로 팀을 이뤘고 2015년 단일팀 체제로 시스템이 바뀌면서 최고의 팀이 됐다. 좋은 선수들을 발굴, 영입해서 최병훈 감독과 김정균 코치가 잘 다듬어준 덕도 크다.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다 보니 팀을 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물심양면으로 더 큰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Q 이런 팀의 사무국장을 맡은 것은 어떻게 보면 큰 행운이다.
A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세계 최고의 팀의 사무국장으로 시작했고 성적에 대한 고민보다 어떻게 지원하고 어떻게 발전시키면 되는지를 고민하면 되는 위치였다.
◆최고의 팀에게 최고의 대우를
SK텔레콤 T1 프로게임단 사무국의 모토는 최고에게는 최고의 대우를 해주자다. 최고의 성과를 내는 선수단이기에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고 더 많이 이길 수 있도록, 더 훌륭한 경기력을 낼 수 있도록 이끌어내자는 것이다.
입단 초기 부진을 겪으면서 팬들의 신랄한 비판을 들어야 했던 강선구가 심리 치료를 통해 안정감을 되찾은 것이나 브라질에서 열린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 참가하는 선수단에게 좌석을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해준 일 등은 빙산의 일각이다. 업계 최고의 성과를 낸 선수단에게 SK텔레콤은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있다.
Q SK텔레콤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운영하는 데 있어 차별점이 있나.
A 어떤 스포츠를 막론하고 프런트가 하는 일들은 비슷하다.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가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프런트는 선수와 코칭 스태프가 성적을 내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의 사무국도 그런 기조로 움직이고 있다. 프런트가 아무리 잘하더라도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10% 이하라고 생각한다.
Q 별로 한 것이 없다고 하는데 '블랭크' 강선구는 2016년에 심리 치료를 자주 받으면서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들었다. 그런 것도 프런트가 주선해준 것 아닌가.
A 그런 사례가 몇 건 있긴 하다. 작년에 강선구가 영입되자마자 성적이 좋지 않아서 마음 고생이 심했다.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게임단이 해줄 수 있는 것은 멘탈 관리다. 경기력이 심하게 요동치는 경우는 게임단이 해결해줘야 한다. 심리 치료를 맡아 줄 수 있는 인물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강선구의 심리 치료를 맡겼고 차차 나아졌다.
Q 그런 일이 있을 때 윗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면 상신한 제안들이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 SK텔레콤은 어떤가.
A 팀을 운영하는 데 있어 의사결정권자들의 철학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팀의 경우에는 선수단의 애로사항을 대부분 해결해주자고 방향을 설정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용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의사결정권자들이 이를 허가하느냐, 결재해주느냐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성적이 잘 나오고 있는데 굳이 심리 치료까지 해야 하느냐라고 위에서 생각하면 심리 치료는 성사되지 않는다. 우리 팀의 의사결정권자들은 그렇지 않다. 선수단의 애로 사항을 세세하게 듣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나서고 있고 현장에서 뛰고 있는 사무국의 뜻을 받아들이고 있다.
Q 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모토가 있을 것 같다.
A 우리가 뽑은 선수들은 모두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토는 '최고에게 걸맞는 최고의 대우를 해주자'로 삼고 있다. 브라질에서 열리는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 참가하는 선수단에게도 편하게 갈 수 있도록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해줬다. 한국에서 출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갈아타고 브라질까지 가는데 26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비행기에서 불편하면 경기력을 유지할 수 없다. 비즈니스석 업그레이드만으로도 큰 돈이 들어가지만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해서 곧바로 결정했다.
Q 또 다른 사례도 있나.
A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현재 쓰고 있는 숙소가 비좁다는 이야기가 있어 똑같은 평수의 숙소를 바로 옆에 하나 더 얻었다. 열심히 훈련한 만큼 열심히 쉬는 것도 중요하다. 또 하나는 개인 방송과 관련된 건이다. 올해부터 트위치를 통해 개인 방송을 하고 있는데 선수들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연습실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방송하는 것을 좋아하는 선수들도 있고 전용 부스를 원하는 선수들도 있더라. 그래서 연습실 안에 개인 방송용 부스를 만들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T1이 그리는 미래는
e스포츠는 해가 바뀔 때마다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성장해가고 있지만 인기 종목이 바뀌기기도 하고 팀의 부침이 발생하기도 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에서 세계 최강이지만 다른 종목의 팀을 육성하지 않고 있는 것도-작년까지 세계 최고의 스타크래프트팀을 유지했다-SK텔레콤 T1의 한계로 꼽힌다.
SK텔레콤 T1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이 아니라 프로게임단 차원에서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있고 단기 목표는 무엇이며 향후에는 어떤 방향으로 팀을 확장, 발전시킬 계획인지 물었다.
Q SK텔레콤이 꾸준하게 성적을 내는 데에는 좋은 선수들이 영입된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A 리그 오브 레전드는 5명이 경기하는 팀 게임이다. 5명 모두 꾸준히 기량을 유지하면서 인원을 유지할 수도 있지만 개개인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외국 팀에서 뛰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고 다른 팀의 문화를 경험하고 싶은 선수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시즌마다 인원 변동이 생기는데 내가 사무국장으로 있는 동안에는 많은 선수들이 우리 팀에서 뛰고 싶다고 찾아왔다.
Q 직접 찾아온 선수들이 있나.
A 2016 시즌을 앞두고 '듀크' 이호성이 우리 팀에서 뛰고 싶다며 찾아왔다. 코칭 스태프와 이야기를 한 뒤 받아들였고 묵묵히 제 역할을 해주면서 롤드컵 우승까지 이뤄냈다. 올해에는 '후니' 허승훈이 외국 생활을 끝내고 우리 팀에서 뛰고 싶다며 찾아왔다.
Q 선수단을 개편할 때 마음은 어떤가.
A 우리 팀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가서도 성공하기를 바란다.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으면 적군으로 만나야 하지만 그건 경기 안에 국한된 이야기이다. 외국 팀 진출을 원하는 선수들에게는 팀을 알아봐주기도 했다. 잠재력이 있었지만 이상혁과 이지훈에게 가려 있던 '스카웃' 이예찬이 에드워드 게이밍으로 갈 때 중국 라인을 통해 연결시켜준 것이 사례라고 할 수 있다.
Q T1의 롱런이 언제까지 될 것인가도 관심사다.
A 담당자의 욕심을 솔직하게 털어 놓자면 계속 우승하고 싶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다. 팀이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앞서 이야기한 선순환 구조가 유지돼야 한다. 한 번 구축된 환경이 발전하도록, 좋은 선수들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고 코칭 스태프가 지치지 않도록 유지, 발전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더블 스쿼드를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른 팀과의 연습 경기만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다. 각 포지션별로 2명의 선수를 유지하면서 내부 경쟁을 유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코칭 스태프도 꾸준히 보강하면서 감독, 코치의 노하우가 전수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Q 경기력 이외에 발전시키고 싶은 부분도 있을 것 같다.
A 팬들과의 소통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싶다. 현재 SNS를 통해 소통하고 있기는 하지만 성적이나 팀의 이름값에 비해서는 팔로어 숫자가 적다. 유럽 팀인 프나틱의 SNS 운영 방식을 지켜보고 연구하고 있다. 프나틱은 페이스북으로만 250만 명이 넘는 팬을 보유하고 있는데 우리 팀도 그 이상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무엇이 부족한지 연구중이다. 사무국 직원 숫자가 적다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팬 여러분들도 아이디어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주시면 팀도 호응하겠다.
Q T1의 비전이 궁금하다.
A 단기적인 목표는 대한민국 프로 스포츠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것이다. 한국의 프로 스포츠는 대기업이 후원, 운영하면서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현장을 찾는 팬들이 많다는 논리로 자본의 투입을 당연시한다. T1은 이를 뛰어 넘어 자생력을 갖추는데 초점을 맞추고 운영할 생각이다. 모기업의 투자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고 싶다.
중장기적으로는 e스포츠 산업 안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다. 게임 산업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서 파생 영역을 선점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보겠다. 글로벌 경쟁력도 강화하고 싶다.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은 하나의 기업이 하나의 팀만 보유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어 어렵겠지만 다른 종목들은 상황이 다르다. 한국식 트레이닝 방식을 외국 선수들에게 적용해서 해당 지역 최고의 팀을 만들어내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아직 구체화되지 않아서 정확하게 이러한 모델이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 여러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