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페스트 소속으로 활동하며 2016 슈퍼리그 시즌2와 서머 글로벌 챔피언십, 파워리그 시즌2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는 김경덕은 최근 종료된 2017 HGC KR 페이즈1을 끝으로 팀을 나옴과 동시에 히어로즈에서 왕자영요로 종목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왕자영요는 중국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5대5 모바일 MOBA 게임으로 국내에서는 펜타스톰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가 되고 있다.
김경덕은 스타크래프트2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했으니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인 셈이다. 김경덕은 중국 리그에서 활동하기 위해 L5의 '노블레스' 채도준과 함께 e스타 게이밍에 입단, 26일 상하이로 출국할 예정이다.
히어로즈에서 챔피언 타이틀을 달아보기까지 하며 경쟁력을 입증한 김경덕이 종목을 바꾼 이유는 왕자영요가 히어로즈보다 전망이 밝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왕자영요는 향후 5년간 e스포츠 사업에 1천억 위안(한화 약 16조 6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텐센트의 간판 모바일 게임이다. 현재 중국 모바일 게임 순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며, 12개 팀이 출전하는 프로리그(KPL)를 비롯해 2부 리그, 대학생 리그 등 다양한 대회들이 존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다른 종목에 눈길이 갔어요. 그러다 왕자영요란 게임을 알게 돼서 즐기기 시작했죠. 처음엔 e스포츠 판이 크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중국 인터넷 방송에 들어가 보니 시청자도 엄청 많고 대회 환경도 괜찮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왕자영요 e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김경덕은 중국 리그에서 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한 때 AsD라는 팀에서 함께 활동했고, 현재 e스타 게이밍 코치를 맡고 있는 '키누' 김병관에게 입단 가능 여부를 먼저 물었다. 김경덕은 채도준과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김병관 코치는 고심 끝에 둘을 영입하기로 한 것이다.
e스타 게이밍의 히어로즈 선수들 대부분도 왕자영요로 종목 전향을 결심하면서 김경덕과 함께 하게 됐다. 김경덕은 e스타의 2부 팀에서 활동을 시작해 1부 리그 승격을 노릴 계획이다. 스타2와 히어로즈에서 모두 우승을 경험한 김경덕은 왕자영요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WCS에서 우승할 당시 유럽 리그를 선택한 것도 리그 방식을 보자마자 우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히어로즈도 마찬가지로 우승에 대한 자신이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우승할 생각으로 종목을 선택한 거죠. 저는 상금헌터에 어울리는 것 같긴 한데, 이번엔 상금헌터라기보다는 오랫동안 집중해보고 싶어요. 게임을 어떻게 잘해야 하는가만 걱정하면 되지, 스타2나 히어로즈처럼 판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알파 테스트 시절부터 3년 가까이 히어로즈를 해온 김경덕에게 히어로즈는 애증의 대상처럼 보였다. 히어로즈 정책에는 큰 불만이 없다고 하면서도 영웅리그 얘기가 나오자 쌓인 것이 많다는 듯 불만들을 꺼내 놨다.
또 "히어로즈 판이 커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최근 미드 시즌 난투에서 한국팀들이 유럽팀에 밀려 결승 진출에 실패한 것은 블리자드의 e스포츠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개인적으로 히어로즈 정책에 대한 불만은 크지 않지만 다른 종목과 비교했을 땐 씁쓸한 부분이 있죠. 판도 작고요. 히어로즈를 알파 때부터 시작했는데 갈수록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어 베타 때부터 기대치를 낮췄어요. 특히 영웅리그 시스템은 가장 불만이에요. 다른 종목에 눈길을 돌린 것은 영웅리그 시스템 때문이라고 봐도 될 정도죠. 영웅리그 할 때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요. 아침이나 늦은 새벽에 영웅리그를 돌리면 그랜드 마스터가 브론즈와 매칭될 때도 있어요. 사람이 없더라도 실력대가 비슷한 유저들끼리 매칭되기 해야죠. 그리고 저는 이번 미드 시즌 난투에서 한국팀이 우승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이번 시즌만큼 팀들이 연습을 안 한 시즌이 없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엄청 열심히 했는데…."
미드 시즌 난투에 출전했던 MVP 블랙과 L5는 대회 전부터 일부 선수들의 은퇴가 결정돼있었다. 치열하게 경쟁하던 지난해와는 열정의 크기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두 팀 모두 디그니타스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4강에서 탈락했다. 이처럼 세계 대회 우승을 경험해본 선수들이 은퇴를 결정케 하고 연습 의욕을 낮추게 만든 것은 HGC KR의 상금 문제가 컸다.
"상금을 순위에 따라서 차등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선수들 사이에서도 1등과 2등은 정해져있다는 인식이 있어요. L5와 MVP 블랙이 경기를 해서 1, 2위를 가릴 뿐이죠."
HGC KR은 페이즈 1위에게 7만 달러가 주어지고 2위에겐 5만 5천 달러가 주어진다. 3위부터 8위까지는 5만 달러로 균등하다. 최하위 두 팀은 승격강등전을 치러야하지만 아마추어팀이 대부분인 2부 리그 팀들과 실력 격차가 크기 때문에 강등에 대한 걱정이 다른 종목에 비해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중위권 이하 팀들은 상금으로 인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연습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경덕은 연습하지 않는 선수가 비판받을 수는 있지만 근본적 원인은 시스템에 있다는 것을 어필했다.
김경덕은 프로게이머로서의 비전을 위해 종목 전향을 결정했지만 떠나는 순간까지 히어로즈의 부흥을 응원했다. 김경덕은 "종목을 바꾼다고 해서 히어로즈에 대한 불만은 없다. 새로운 종목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뿐이다. 그동안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항상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히어로즈를 많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