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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9주년 기획] 공무원이 된 프로게이머 김태훈 "선수 때처럼 치열하게"

[창간 9주년 기획] 공무원이 된 프로게이머 김태훈 "선수 때처럼 치열하게"
프로게이머에게 은퇴란 비단 선수 생활이 끝나는 것뿐만 아니라 경력 단절을 의미한다. 10대부터 게임을 잘한다고 평가 받았고 20대의 대부분을 프로 선수로 살아왔던 프로게이머에게 경력을 이어가기 위한 수단은 감독이나 코치 등 지도자가 되거나 트위치TV, 아프리카TV 등을 통해 개인 방송을 하는 것이 전부다.

데일리e스포츠는 창간 9주년을 맞아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사람들 가운데 은퇴하고나서 특이한 직업을 택한 인물들을 인터뷰했다.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게이머 은퇴자 특집 인터뷰는 총 5회로 기획됐고 첫 주자는 경북도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프로게이머 출신 김태훈 주무관이다.<편집자주>


"어렸을 때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경험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5년 내내 최선을 다했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그 때 기억을 떠올리면서 집중할 수 있었어요."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사람이 7급 공무원이 된다는 일은 뉴스에 날 만하다. 어른들에게 프로게이머는 공부와는 담을 쌓은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김태훈은 고정 관념을 깬 인물이다.

[창간 9주년 기획] 공무원이 된 프로게이머 김태훈 "선수 때처럼 치열하게"

김태훈은 대학교 1학년 때 프로게이머를 시작했다. 경북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한 김태훈은 고등학교 때부터 게임에 소질이 있었다.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에 다닌 그는 주말에 집에 오면 밤 늦게까지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를 즐기면서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었다.

"처음에는 심심풀이로 스타1을 했죠. 주중 내내 기숙사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만 해야 했기에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어요. 주말에 집에 오면 스타1에 매달렸고 사람들로부터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지방 명문대학인 경북대학교에 입학한 김태훈은 우연한 기회에 커리지 매치에 입상하면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인기 e스포츠 종목이었던 스타1은 지방을 돌면서 준프로게이머 선발전인 커리지 매치를 개최했고 김태훈은 상위 입상하며 자격을 얻은 뒤 드래프트를 통해 MBC게임 히어로에 입단했다.

"프로게이머로 이름을 날리지는 못했지만 선수 생활 내내 즐거웠어요. 동갑내기들이 많아서 의기투합했고 밤 늦게까지 전략을 연구하고 연습하면서 집중했죠. 팀플레이 전담 선수였던 점을 인정 받아 공군 에이스에 입단했고 군에서도 좋아하는 스타1을 계속할 수 있었죠."

2012년 10월에 전역한 김태훈은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속 팀인 MBC게임 히어로가 해체되면서 돌아갈 팀을 잃었고 스타1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아서 대부분의 선수들이 은퇴하거나 스타크래프트2로 전환했다.

[창간 9주년 기획] 공무원이 된 프로게이머 김태훈 "선수 때처럼 치열하게"

"제 인생의 갈림길이었어요. 복학해서 학교를 다니려고 했더니 아직 1학년이더라고요. 부모님께서 공무원 시험을 추천해주시더라고요. 공무원은 학력을 보지 않으니까 대학 졸업장을 포기하는 대신 합격한다면 더 낫다고 생각했어요."

2년 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김태훈은 프로게이머 때의 승부욕이 되살아났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에는 막연하게 교과서를 봤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는 전략적으로, 집중해서 핵심을 파고 들었다. 하루 10시간 넘게 매일같이 연습했던 선수 시절의 경험도 시험 준비에 도움이 됐다. 눈 뜨면 PC 앞에 앉아야 했던 게이머 시절의 습관이 시험 공부에도 도움이 됐다.

"스타1이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잖아요. 모든 유닛을 다 쓰기 보다는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찾아내고 그에 맞는 유닛을 뽑아서 몰아쳐야 이기거든요. 공부는 엉덩이 힘으로 한다는데 선수 때 몸에 밴 관성들도 좋게 작용했고요."

2년 동안 시험에 열중한 김태훈은 국가직과 지방직에 모두 합격했고 지방직을 선택했다. 첫 발령지는 경북도청 대변인실이었고 지금은 문화융성사업단에서 호찌민-경주 세계 문화 엑스포 2017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프로게이머는 어린 나이에 사회 생활을 경험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경쟁이 무엇인지, 살아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죠. 그 과정에서 삶의 치열함, 인간 관계의 중요성 등을 깨닫게 되죠."

김태훈은 프로게이머로서 성공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해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봤기에 다른 일을 하더라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의 경험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가치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수 만 명이지만 그 중에 프로게이머라는 이름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잖아요. 화끈하게 프로 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은퇴 이후에도 자기 인생을 위해서 화끈하게 살 수 있을 겁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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