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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9주년 기획] 보험사 지점장된 이호우 "경력·사교성·리더십 꼭 챙겨라"

[창간 9주년 기획]  보험사 지점장된 이호우 "경력·사교성·리더십 꼭 챙겨라"
프로게이머에게 은퇴란 비단 선수 생활이 끝나는 것뿐만 아니라 경력 단절을 의미한다. 10대부터 게임을 잘한다고 평가 받았고 20대의 대부분을 프로 선수로 살아왔던 프로게이머에게 경력을 이어가기 위한 수단은 감독이나 코치 등 지도자가 되거나 트위치TV, 아프리카TV 등을 통해 개인 방송을 하는 것이 전부다.

데일리e스포츠는 창간 9주년을 맞아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사람들 가운데 은퇴하고나서 특이한 직업을 택한 인물들을 인터뷰했다.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게이머 은퇴자 특집 인터뷰는 총 5회로 기획됐고 두 번째 주자는 스페셜포스 프로게이머였다가 지금은 메리츠화재 서울산지점 지점장인 이호우다.<편집자주>


"저 같은 사람 인터뷰한다고 울산까지 먼 길을 직접 오셨습니꺼. 프로게이머 그만 두고 딱히 잘 사는 것도 아닌데예."

울산역 근처에 위치한 메리츠화재 서울산지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익숙한 얼굴이 구수한 사투리를 쓰면서 기자를 맞이했다. 한 때 프로리그로 치러지기도 했던 스페셜포스 종목에서 마당발로 유명했던 이호우였다. 은퇴한 프로게이머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SNS를 한 덕인지 이호우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종종 보도했고 최근에는 보험회사의 지점장까지 승진했다는 소식을 듣고 단숨에 울산까지 달려갔다.

이호우는 스페셜포스가 인기를 끌었을 때 업계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실력도 좋았고 입심이 좋아서 방송을 많이 탔다. 프로리그가 개최됐을 때에도 이호우가 속한 이스트로는 첫 시즌인 생각대로T 스페셜포스 프로리그 2009 시즌1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팬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이스트로가 팀을 해체하면서 STX 소울, MBC게임 히어로 등의 팀에 들어갔던 이호우는 웅진 스타즈에서 은퇴했다.

[창간 9주년 기획]  보험사 지점장된 이호우 "경력·사교성·리더십 꼭 챙겨라"

"2012년 웅진 스타즈에 있을 때 프로리그를 중단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7년 정도 선수 생활을 했던 것 같은데 대회가 없어지면서 자연스레 저도 선수를 그만하기로 했죠."

26살의 적지 않은 나이였기에 이호우는 더 고민할 것도 없이 군대를 택했다. 2년간의 군생활을 마치고 나온 그는 무엇을 해야 할 지 막막했다. 여기저기 지원서를 냈고 면접도 몇 번 봤는데 프로게이머로서의 경력을 인정해주는 곳은 거의 없었다.

"현대자동차에서 생산직으로 채용이 되어서 일을 시작했는데 쳇바퀴 돌아가듯 일을 하더라고요. 얼마 다니지 못하고 등산복 매장에서 1년 정도 일하다가 보험 회사가 사람을 찾는다고 해서 지원했죠."

보험의 '보'자도 몰랐던 이호우는 메리트 화재라는 회사 이름도 처음 들었다고. 기초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됐는데 다른 사람들보다 실적이 좋았고 첫 해에 보험왕을 차지했다. 때 마침 팀장이 공석이어서 한 번 해보겠다고 회사에 이야기했더니 해보라고 기회를 줬고 실적을 이어감과 동시에 관리 능력까지 인정받으면서 지금은 지점장까지 올랐다. 쾌속 승진의 길을 걸었다.

"프로게이머하던 사람이 보험사에 들어와서 지점장까지 올라올 줄 누가 알았겠어요. 돌아보면 운이 많이 따랐고 주위에서도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어린 나이에,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취업 전선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에는 눈 앞이 깜깜했다.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기간을 경력으로 봐주지 않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직장을 구하려면 이력서를 내야 하잖아요. 프로게이머 경력을 쭉 썼죠. 우승 경력도 넣고 속했던 팀들 이름도 쓰고. 그 중에 STX, MBC, 웅진같은 대기업도 있으니까 취업할 때 도움이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인정해주는 곳이 하나도 없었어요. 취업하려는 회사 쪽에서 제 경력을 확인해 보니 4대 보험 기록이 하나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무슨 이야기인 줄 몰라서 어리둥절해 있는데 프로게이머가 계약직이다 보니까 그런 일이 생긴 것 같다라고 설명해주더라고요."

일반 회사 취업이 어려웠던 그에게 보험사는 성격에 딱 맞는 직장이었다. 프로게이머 시절 항상 웃는 얼굴로 주위 사람들을 대했던 이호우는 고객들을 만날 때에도 똑같은 자세로 임한다. 싫은 소리를 들어도 허허허 웃어 넘길 수 있는 밝은 성격 덕분에 단기간에 성공 가도에 올랐다.

"보험 일을 처음할 때에는 고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요령이 없었어요. 막막했는데 게이머 활동할 때 팬미팅한다는 생각으로 해보니 잘 통하더라고요.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어색함도 빨리 털어내고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는 것과 똑같더라고요."

[창간 9주년 기획]  보험사 지점장된 이호우 "경력·사교성·리더십 꼭 챙겨라"

이호우는 프로게이머 후배들에게 세 가지를 당부했다. 현역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훌륭한 성과를 낼 것과 인간 관계를 탄 탄히 다져 놓을 것, 리더 역할을 반드시 해볼 것.

"프로게이머는 수명이 짧은 직업이라 이른 시점에 은퇴를 고민해야 하죠. 하지만 현역으로 뛰는 동안에는 온 신경을 게임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도 스페셜포스 프로리그 사상 처음 열린 광안리 결승전에서 우승했기에 기회가 생긴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프로는 성적으로 말하기에 현역일 때에는 좋은 성적을 내려고 최선을 다해야 해요."

이호우가 당부한 두 번째는 인간 관계의 폭을 넓혀 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 임하는 직업이긴 하지만 경기가 끝났을 때에는 동료이기에 친하게 지내라는 것. 또 다른 팀 코칭 스태프나 관계자들도 안면을 틔워 놓고 방송이나 언론 등 매체, 응원해주는 팬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법도 배워 놓으라고 강조했다. 은퇴 후에 도움을 받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사회 생활의 절반 이상이 인간 관계이기에 사교성은 꼭 필요한 덕목이다.

끝으로 프로게이머 기간 동안 리더 역할을 한 번은 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회에 나와 보니 사람을 부리는 사람과 수동적, 피동적으로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사람은 대우가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다는 이호우는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리더나 오더 역할을 꼭 해보라고 당부했다.

"스페셜포스 프로게이머로 여러 팀에서 뛰었을 때 리더 역할을 많이 해봤어요. 팀 분위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갈등이 생겼을 때 중재하는 역할을 맡았던 경험이 사회 생활을 할 때에도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호우는 "프로게이머가 됐다는 것은 그 게임에서 최소 100위 안에 든다는 뜻이잖아요. 그 경험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은 이미 닦은 것이나 다름 없어요. 선수 때 가졌던 승부욕을 사회 생활을 하면서 발휘한다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성공할 겁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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