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후보 0순위인 아디다스 네메시스가 목표를 3위라고 밝힌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중국 광저우에서 펼쳐진 EA 챔피언스컵 서머 2017(이하 EACC) 8강에서 승리해 4강에 오른 네메시스 원창연, 김정민, 강성훈은 우승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 목표가 3위라고 전했다.

얼핏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목표다. 챔피언십 우승, 준우승, 3위를 기록한 선수들인데다 김정민은 EACC 초대 우승, 강성훈은 지난 시즌 우승을 거머쥐며 국제 대회 경험까지 쌓은 선수들이 목표가 3위라고 밝힌 것은 어떻게 보면 자만심으로까지 비쳐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EACC에서 네메시스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던 네메시스는 조별 예선 첫번째 경기에서 중국팀에 일격을 맞으며 3패로 이번 시즌을 시작했다.

이후 조별예선에서도 험난한 길이 펼쳐졌다. 원창연이 패하면서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이겨야 8강에 진출할 수 있게 된 것. 김정민과 강성훈은 긴장되는 순간에서도 최선을 다해 겨우 8강에 이름을 올렸다.

8강도 쉽지 않은 경기였다. 첫 경기에서 원창연이 완승을 거두며 무난하게 4강에 오를 것으로 기대됐지만 2세트에 출전한 김정민은 아슬아슬한 순간을 연출하며 결국 승부차기까지 갔다. 승부차기에서도 계속 골이 막혔지만 상대가 골대를 맞추는 운이 따라주면서 천신만고 끝에 4강에 올랐다.

몇 번을 탈락할뻔한 위기에 직면했던 네메시스. 이미 강성훈과 김정민, 원창연은 과거의 영광을 버렸고 지금까지 위기의 순간을 잘 극복하고 4강에 오른 것만으로도 세명은 충분히 기쁜 상황인 것이다.

원창연은 "사실 조별 예선을 할 때 다른 팀들에게 집중 견제를 받는 것을 느끼며 8강 진출도 어려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며 "4강은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지금의 경과만으로도 행복하다"라고 해탈한 모습을 보였다.

욕심을 버린 네메시스. 하지만 그렇기에 이번 4강에서의 네메시스는 더욱 무섭다. 이번 4강을 즐기겠다는 네메시스의 마음가짐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3위가 목표라고 밝힌 네메시스 선수들이 과연 어떤 반전의 결과를 이끌어 낼지 지켜보자.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