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출전팀이 확정된 곳은 LA와 샌프란시스코, 마이애미-올랜도다. LA는 북미 프로게임단 임모털스가, 샌프란시스코는 NRG e스포츠가 연고지의 주인이 됐고, 마이애미-올랜도는 미스피츠가 가져가게 됐다.
임모털스가 LA를 대표하는 팀이 되면서, 지난 6월 팀에 부임한 김동욱 감독은 오버워치 리그 참가가 확정된 첫 한국인 감독이 됐다. 그는 e스포츠 업계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지 채 1년도 되지 않는 새내기 감독이지만 부임과 동시에 북미 컨텐더스에서 우승하며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오버워치 리그의 첫 한국인 감독. 야망이 넘치는 그지만 아직 국내 e스포츠 팬들에게는 생소하기만 하다. 데일리e스포츠는 김동욱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Q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현재 임모털스 오버워치팀 감독을 맡고 있는 김동욱이다. 24살이고 'Ookz'라는 아이디를 쓰고 있다. 선수 출신이라 하기엔 너무 짧은 기간 동안 초창기 콩두에 있었다. '버드링' 김지혁 선수와 함께 입단했는데, 공식 경기에는 나서지 못했다. 창단식을 하기도 전에 팀에서 나오게 됐다. 이후 아마추어 팀과 라이노스 게이밍, 게임코치 등에서 강사와 코치 활동을 하다가 임모털스에 입단하게 됐다.
Q 오버워치 이전에 e스포츠에 도전한 적은 없었나.
A 스타크래프트와 리그 오브 레전드를 했는데 모두 프로게이머 문턱에서 그만 뒀다.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자의 반 타의 반이었다. 10년 전부터 프로게이머가 꿈이어서 커리지 매치도 나간 적이 있는데, 내가 두각을 나타낼 쯤 스타크래프트 판이 저물기 시작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시즌3 때 챌린저 상위 50위 안에 든 적이 있다. 이후에도 마스터와 다이아에 머물렀다. 그 땐 프로 제의가 들어오지는 않았다.
Q 해외팀에서 활동 중인데, 원래 영어를 잘하는 편인가.
A 적당히 한다. 통역해주시는 분 능력이 좋아 선수들과 의사소통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나도 간단한 지시 내릴 정도는 된다. 물론 앞으로 더 노력할 것이다.
Q 임모털스는 어떻게 입단하게 됐나.
A 콩두 판테라에 있다가 클라우드 나인으로 간 '비숍' 이범준 감독과 친하다. 임모털스에서 먼저 이범준 감독에게 괜찮은 사람이 없는지 물었고, 이범준 감독이 나를 추천해줬다. 잠깐의 테스트 기간을 거친 뒤 정식 감독으로 임명됐다.
Q 처음 감독 제의가 왔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
A 6월 초쯤 제의를 받고 곧바로 임모털스가 어떤 팀인지 알아봤다. 나에 대한 대우가 달라질 것 같았고, 내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살면서 최고의 선택이라 생각한다.
Q 감독으로 부임하자마자 북미 컨텐더스에서 우승했다.
A 팀에 합류하기 전부터 선수들의 영상을 보고 개인기량을 점검하면서 취약한 포지션이 뭘까 고민했다. 서브힐러와 메인탱커만 바꾸면 잘 할 수 있다고 봤다. 엔비어스나 로그 급으로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티 출신의 '카리브' 박영서와 '페이트' 구판승이 떠올랐다. '카리브'는 서브힐러로 전향한 뒤 더 잘하는 모습을 보였고, 대회에서 콩두 판테라까지 이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페이트'는 살짝 모험이었다. 스크림이나 경쟁전에선 잘하는데 대회에서 약간 부족한 모습이 보였다. 걱정을 했는데 미국에 온 뒤로 계속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덕분에 우승한 것 같다. 둘의 영어실력도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돌진 메타에서는 브리핑이 많이 필요가 없다. 그래서 더 시너지가 났던 것 같다.
Q 두 선수와 친분이 있었나.
A 전혀 친분이 없었다. 그동안 게임을 하면서 내 머릿속에 선수들의 등급을 나눠놨었는데, 서브힐러 중에선 류제홍 선수와 '카리브'가 가장 뛰어났다. '페이트'의 경우엔 세 네 손가락 안에 들었다. 이왕 선수들을 데리고 올 거면 둘이 같은 팀에서 활동했으니 시너지도 나지 않을까 싶었다.
Q 컨텐더스 우승 당시 팀 반응은 어땠나.
A 솔직히 대회 시작할 때는 본선 진출 정도만 바라봤는데, 본선에 가서 우리가 너무 잘했다. 그 때부터 우승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결승전을 치를 때 숙소에 CEO, 총괄 매니저 등 팀 관계자들이 모두 모였는데 우승하는 순간 모두 소리를 질렀다. 개인적으론 TV 화면에 '임모털스 윈'이 뜨자마자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Q 곧 컨텐더스 시즌1이 시작된다. 어떻게 예상하는가.
A 변수가 많을 것 같다. 메타도 바뀔 거고 새로운 영웅도 등장했다. 그동안 해외에선 엔비어스와 로그 두 팀이 대회를 휩쓸었는데 우리도 끼게 됐다. 시즌 제로가 끝나면서 다른 팀들도 상향평준화 됐다. 솔직히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우리가 우승할 수도 있고, 꼴지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Q 유럽팀인 엔비어스와 로그가 북미 컨텐더스에 참여한다. 이에 대한 불만은 없나.
A 나도 한국 선수를 쓰니 불만을 가지면 안 된다. 오버워치 리그 자체가 국적 제한이 없고 북미 시장의 규모가 크니 그쪽 팀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본다. 내가 그 팀들이어도 북미 리그에 참여하고 싶었을 것이다.
Q 오버워치 리그 참가가 확정된 첫 한국인 감독이다. 뿌듯할 것 같은데.
A 오버워치 리그에 우리 팀이 나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우리 지역이 LA고 막상 오버워치 리그 나가는 것이 확정되니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오버워치 리그에 나가면 내 명성이나 대우도 좋아지겠지 하면서 행복회로를 돌리기도 했다.(웃음) 해외에선 트위터를 많이 하는데 한 팬이 남긴 글이 인상 깊었다. 2부 리그 팀들을 좋아하는 팬이었는데, 자신이 응원하던 팀이 해체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그런데 임모털스는 해체될 일이 없어 행복하다더라. 그 글을 보자마자 마음이…. 나는 2부 리그, 1부 리그, 오버워치 리그를 다 경험하게 됐다.
Q 본인은 잘 풀린 케이스지만, 상황이 어려운 팀들은 해체가 잇따르고 있다.
A 많이 안타깝다. 선수들이야 좋은 실력을 갖고 있으면 좋은 대우를 받고 다른 팀에 갈 수 있다. 그래서 선수들에 대한 걱정은 크게 없다. 다만 게임단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
Q 한 지역을 대표하다보니 부담감도 클 것 같다.
A 부담감이 크기도 하지만 큰 걱정은 안한다. 우리 팀에는 한국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게임을 잘하는 이유는 마인드 차이에 있다고 본다. 한국인만의 마인드가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한국 선수들이 많이 있을수록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서울팀이 경계 대상 1호다. 앞으로 북미팀들 중에서 모두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팀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수들의 해외 진출 속도가 빠른데, 리그 오브 레전드가 판을 닦아놓은 게 큰 것 같다. 그 덕분에 오버워치 e스포츠도 빨리 성장한 것 같다.
Q 오버워치 리그의 첫 시즌은 LA에서 치르게 됐다. 홈에서 치르는 경기인데.
A LA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LA가 북미에서는 e스포츠의 성지이기도 하고, 한국인도 많다. 소속감을 많이 느끼는 성격이다. 그래서 미국이란 나라도 좋아졌고, LA란 도시도 좋아졌다. LA 임모털스에서 오래오래 있고 싶다.
Q 오버워치 리그 팀은 선수를 12명까지 보유할 수 있다. 더블 스쿼드를 꾸릴 생각이 있나.
A 더블 스쿼드가 가장 이상적이긴 하다. 내부 스크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더블 스쿼드가 안 되면 후보인 선수는 연습도 많이 못한다. 개인적으론 여건이 되면 하고 싶지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 때문에 못할 수도 있다.
Q 앞으로 해외에 진출하고 싶은 선수나 코치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A 북미팀들이 알게 모르게 성격이나 연습을 어떻게 하는지 등을 많이 본다. 인성 문제 같은 것도 없어야 한다. 웬만하면 시즌 중에는 다른 게임 하는 모습도 안 보여줬으면 좋겠다. 연습을 똑바로 안하는 선수는 본인 실력을 폄하 당한다. 선수들은 절박함, 간절함을 가졌으면 좋겠다. '헝그리 정신' 있는 선수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 같다. 처음부터 큰 인기를 누린 선수들 중 노력을 하지 않아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코치 같은 경우엔 잘하느냐 못하느냐를 보여주기가 힘들다. 하지만 열심히 하면 언젠간 빛을 본다. 나도 이 말을 믿지 않았지만 '쓰리잡'을 뛰는 등 힘든 시절을 겪고 노력하다보니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Q 감독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이나 각오는.
A 임모털스를 한국의 SK텔레콤 T1처럼 '왕조'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올해의 지도자상' 같은 것도 한번쯤 받아보고 싶다. 그리고 감독 생활을 꾸준히 오래도록 하고 싶다. 이름 있는 감독으로 남고 싶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