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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e스포츠 해설서' 직접 쓴 조형근 "프로게이머가 알려주는 e스포츠"

[피플] 'e스포츠 해설서' 직접 쓴 조형근 "프로게이머가 알려주는 e스포츠"
조형근이라는 프로게이머가 있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 초창기 시절 선수로 활동한 이 저그 플레이어는 피골이 상접한 외모로 주목을 받았다. 개인리그 본선에도 몇 번 올라가보지 못했고 16강에서 '광탈(광속 탈락)'할 정도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빛 스타즈 소속으로 뛰었던 그는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처음으로 열린 결승전에서 강도경과 호흡을 맞춰 6세트 '버티고 플러스' 맵에 출전해 승리하면서 3대3 타이를 만드는데 일조했고 나도현에게 바통을 넘겼다. 에이스 결정전에서 나도현이 승리하면서 한빛은 10만 명의 관객 앞에서 우승한 첫 팀이 됐다.

이후 조형근의 활약상은 거의 없었다. 2005년말 은퇴 이후 군입대를 고민하고 있던 그는 공군이 전산 특기병으로 프로게이머를 선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해 제1기 공군 에이스 선수로 뽑혔다. 공군에서도 개인전보다는 팀플레이에 주로 출전했고 전역 이후에는 은퇴했다.

소식이 뜸했던 조형근은 학업을 마무리하는 데 전념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01년 스카이 스타리그에 나왔던 그는 1년 동안 게임과 결별하고 수학능력시험 준비에 집중했고 그 결과 부산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입했다. 휴학계를 내고 프로게이머로 5년 가까이 선수로 뛰었던 조형근은 공군 전역 이후 학교로 복학했고 졸업할 즈음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다.

그 뒤로도 별다른 이야기가 들리지 않았던 그가 회사원이 아닌 저자로 등장했다. e스포츠 업계에 꼭 필요한 내용으로만 꽉 채운 'e스포츠, 나를 위한 지식 플러스'라는 책을 들고,

[피플] 'e스포츠 해설서' 직접 쓴 조형근 "프로게이머가 알려주는 e스포츠"

◆한 번은 책을 써보고 싶었다
Q 프로게이머 출신이 책을 쓸 생각을 하는 일부터 특이하다. 어떻게 쓰게 됐나.
A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 책은 내가 쓴 세 번째 책이다. 처음으로 쓴 책은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라는 제목으로 출판됐고 '공부하라는 부모, 게임하려는 자녀'라는 책도 있다. 가장 먼저 쓴 책은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막연한 꿈을 갖고 있었던 내 중고등학교 시절 이야기와 현역 프로게이머가 됐을 때의 생활과 은퇴를 고민하던 때, 은퇴 이후를 적었다. 두 번째 책은 프로게이머를 하겠다는 아이를 둔 부모들이 갖고 있을 고민을 함께 나누기 위해 쓴 책이다.

Q 이번에 내놓은 'e스포츠, 나를 위한 지식 플러스'는 시리즈물 같다.
A 넥서스북스라는 출판사에서 제안을 해주셨다. 내가 원고를 작성해서 여러 출판사에 보냈는데 그 때 넥서스북에도 보냈다. 출판되지는 않았지만 그 때 내 글을 기억하고 계셨다가 이번에 커피, 야구, 메이저리그, 골프 등 하나의 주제를 깊고 넓게 알아보는 콘셉트의 시리즈 책을 낼 때 e스포츠 분야의 저자로 나를 택해서 써보라고 기회를 줬다.

조형근이 집필한 e스포츠 해설서인 'e스포츠, 나를 위한 지식 플러스'.
조형근이 집필한 e스포츠 해설서인 'e스포츠, 나를 위한 지식 플러스'.

Q 그동안 소식이 뜸해서 궁금했다. 어떻게 지냈나.
A 선수로서의 활동이 그리 길지 않았고 눈에 띄는 성과도 내지 못했다. 내 이력에 가장 큰 성과는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처음 열린 프로리그 1라운드 결승전에서 팀플레이에 나와서 이겼던 것밖에 없다. 그리고 공군 에이스 1기라는 것 정도? 그 뒤에는 평범한 학생으로 살았고 취직한 이후에는 회사원과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딸 아이의 아빠도 됐다.

Q 평소에 글재주가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나. 책을 내는 일이 쉽지 않은데.
A 살아가는 동안 꼭 해보고 싶은 일의 목록을 버킷 리스트라고 하지 않나. 그걸 적어보는데 책 한 권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래서 작년에 무작정 쓴 글이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라는 책으로 나왔다. 내가 살아온 인생에는 대한민국에서 그리 많은 사람들이 겪어보지 못한 과정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고 덤덤하게 적었는데 주제가 특이해서 그랬는지 출판이 됐다. 그 다음 책은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봤는데 요즘 시대가 게임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교차되는 분위기가 만연해서인지 또 책으로 나왔다. 운이 좋았다.

[피플] 'e스포츠 해설서' 직접 쓴 조형근 "프로게이머가 알려주는 e스포츠"

◆내가 가진 궁금증도 풀고 싶었다
Q 두 책 모두 독자층이 명확하다. 이번 책의 타깃은 누구인가.
A e스포츠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타깃이다. 앞에 쓴 두 책이 내 경험과 굉장히 주관적인 생각에 기반한 책이라면 'e스포츠, 나를 위한 지식 플러스'는 객관적인 시선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최근 들어 e스포츠가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과 같은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에 정식 종목으로 포함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부족하겠지만 내 책을 통해 개괄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Q 이번 책을 쓰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A 앞선 두 권의 책은 전적으로 내 생각을 쓰는 일이었다. 내가 걸어온 길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두 시선 가운데 편한 대로 택일하면 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e스포츠, 나를 위한 지식 플러스'는 사람들에게 e스포츠라는 분야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줘야 하는 책이기 때문에 내 생각을 자유롭게 담으면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쉽게 글이 나가지 않더라. 그래서 내가 나에게 질문하는 방식으로 풀어봤다. 프로게이머 출신 조형근이 아니라 e스포츠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는 질문자의 자세로 주제를 정한 뒤 자료를 찾고 해답을 발견해가는 방식으로 접근했더니 수월해졌다.

Q 실제로 e스포츠에 대한 공신력 있는 데이터나 연구 데이터가 많지 않다.
A 그 점도 어려움을 겪은 이유 중에 하나였다. 연구 자료들이 많으면 객관화하기가 쉬울텐데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한국e스포츠협회가 많이 도와주셨다. 협회는 매해 현황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고 2016년 실태 조사 결과 자료를 주셔서 요긴하게 썼다.

Q 설명문 형식일 것 같은데 혹시 저자의 생각을 담은 부분은 없나.
A 가장 마지막 챕터인 '프로게이머는 은퇴 후에 무엇을 하나요'에 몇 가지 생각을 담았다. e스포츠가 eternal(영원한) 스포츠가 되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프로게이머 출퇴근제 도입이다. 대부분의 현역 선수들이 숙소 생활을 하고 있고 집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이 부분이 개선되어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연습실에 모여 훈련하고 퇴근한 뒤에는 개인 생활을 즐길 수 있어야만 선수 생명이 길어지고 은퇴한 이후에도 사회 적응이 빨라진다고 생각한다.

Q 자료 수집 이외에 어려움은 없었나.
A 설명문을 쓰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이전에 썼던 책의 문체와 완벽하게 반대라서 글이 잘 나가지 않더라. 그 때마다 선수들의 경기를 봤는데 SK텔레콤 T1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의 미드 라이너 '페이커' 이상혁의 경기력에 매료됐다. 잘한다는 이야기는 기사로 많이 접했지만 엄청난 플레이를 자주 보여주더라. 회사 생활과 병행하다 보니 실시간으로 보거나 직접 경기장에서 보지는 못하지만 자기 전에 챙겨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이건 엄청나게 개인적인 건인데 꼭 이야기해야 겠다. 아내에게도 정말 미안하다. 얼마 전에 딸 아이를 얻었는데 책을 써야 한다는 이유로 주말마다 컴퓨터 앞에 있다보니 육아를 도와주지 못했다.

[피플] 'e스포츠 해설서' 직접 쓴 조형근 "프로게이머가 알려주는 e스포츠"

◆내 아이도 즐기는 e스포츠되길
Q e스포츠는 아직 20년이 채 되지 않은 신흥 분야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라 생각하나.
A 역사는 짧지만 강력한 기억들을 많이 남긴 분야라고 생각한다. 광안리 10만 명의 기억은 이제 10년이 조금 넘었고 얼마 전에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의 뷰어십은 4억 명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추세라면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Q 장밋빛 전망이 많기는 하지만 해결해야할 과제도 많다.
A 내가 선수로 뛸 때는 아니었지만 대학에 다니고 있을 때 승부 조작 이야기를 들었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에도 몇 차례 더 소식이 들렸는데 그 때 'e스포츠가 없어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가졌다. 승부 조작이 e스포츠에 더욱 위험한 이유는 선수나 시청자 모두 나이가 어리기 때문이다. 선수들에게는 "어린 나이에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게임만 하니까 유혹에 빠진다"라는 지탄이 쏟아지고 시청자나 팬들에게는 '더러운 e스포츠말고도 보고 즐길 거리는 많아'라며 등을 돌릴 빌미를 줄 수 있다.

또 종목의 수명이 짧은 것도 보완해야 할 사항이다. 야구나 축구와 e스포츠가 다른 점은 게임사의 소유물이라는 점인데 게임사가 종목 유지에 대한 의지가 떨어질 경우 언젠가는 대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소멸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메이저 종목들을 보유하고 있는 게임사의 의지나 정책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Q e스포츠 업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
A e스포츠의 시작이 탁구대 두 대를 붙인 테이블부터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e스포츠의 끝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선수, 지도자, 관계자 모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고 부정적인 시선, 인식 등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오래오래 e스포츠가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튼튼히 하고 꽃을 피운다면 내 아이도 e스포츠를 보고 즐기는 시대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책을 쓰는데 큰 도움을 준 이재균 전 한빛 스타즈 감독이자 현 협회 운영팀장에게 감사드린다. 찾기 어려운 자료를 구해주시기도 하고 협회가 직접 검수도 해주시면서 책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임요환, 강도경, 홍진호, 박정석 등 흔쾌히 추천사를 직접 써준 동료 선수들에게 고맙다. 그 중에도 나를 프로게이머의 길로 인도해주고 때로는 무서운 선배로, 사적인 자리에서는 형으로, 훌륭한 지도자로 길을 걷고 있는 강도경 선배에게 감사드린다.


글=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사진=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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