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자리잡기 시작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엔 새로운 것들 투성이다. 대회와 무대, 팀과 선수 모두 새롭고 신기하다. 그리고 배틀그라운드 아시아 인비테이셔널 2017 중계에서 흘러 나오는 낯선 목소리도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지수보이' 김지수 해설위원은 한 달 전만 해도 시청자와 함께 게임을 즐기던 스트리머였다. 그런데 11월 지스타 2017에서 마이크를 잡고 배틀그라운드 아시아 인비테이셔널 2017을 중계했다. 짧은 시간동안 일어난 변화. '꿈'처럼 아득했던 중계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김지수 해설은 마음을 다잡았다. "인생을 걸었다"고 말할 정도로 의지가 대단했다.
걸어온 길보다 갈 길이 한참 먼 초보 해설자지만 김지수 해설의 목표는 뚜렷하다. 모두에게 사랑 받는 김동준 해설위원처럼 되는 것,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해설을 하는 것이다. 김지수 해설은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모든 목표를 이뤄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배틀그라운드의 늦깎이 해설자는 우리에게 어떤 재미를 안겨줄까. 해설만큼이나 겸손하고 섬세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배틀그라운드 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는 '지수보이' 김지수입니다. 나이는 31살이고 여자친구는 없습니다.
Q 배틀그라운드 아시아 인비테이셔널 2017의 해설을 맡았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
너무 급작스러워서 발표하고 나서도 믿기지 않았어요. 너무 큰 대회다보니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면서 많이 불안했죠. 당시에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한 것 같아요.
Q 배틀그라운드의 성장세가 상당하다. 출시 당시에 이렇게 잘 될 것이라 생각했나.
처음에 봤을 때는 이렇게까지 인기가 많아질 것 같지 않았어요. 과거 다른 게임들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다채로움은 있었는데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생각은 못했죠. 그런데 점점 이용자가 늘어나더라고요. 참 매력적인 게임인 것 같아요.
사실 저도 배틀그라운드의 덕을 많이 봤어요. 처음 개인 방송을 했을 때 시청자가 1명, 2명이었거든요. 어떤 게임을 해도 100명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은 보는 맛도 있고, 시청자와 소통하기도 편해서 인기가 좋더라고요. 다양한 상황이 매 게임, 매 순간마다 벌어지니까 시청자분들이 좋아하시고요. 저한테는 인생을 바꿔준 특별한 게임이죠.
Q 게임성과는 별개로 e스포츠로 자리 잡긴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어떻게 생각하나.
아직 배틀그라운드가 얼리엑세스 단계고, 계속 발전해나가고 있는 상태잖아요. 옵저버와 중계진의 호흡이 조금만 더 맞게 되면 충분히 e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사실 e스포츠 종목화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 옵저버 문제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해설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는데 진행상의 어려움은 없었나.
아무래도 해설이 옵저버에 끌려간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주도권 자체가 옵저버에 있으니까요. 배틀그라운드는 옵저버가 잡아야 하는 화면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이후에 옵저버가 숙련되고, 게임 자체의 최적화가 조금 더 이뤄지면 시청자 분들이 보시기에도 멋진 장면들이 많이 연출될 것 같아요.
Q 옵저빙에 있어서 개선됐으면 하는 점은 없나.
현재 각 팀을 네임카드 정도로만 구분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색깔이 비슷한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는 피아식별이 어렵더라고요. 조금 더 구분지을 수 있도록 독특한 색깔이나 카드 모양 등이 적용됐으면 좋겠어요. 시청자 분들이 '이 팀과 이 팀은 서로 적이구나'라는 것을 중계진이 얘기하지 않아도 인식할 수 있게끔요. 그런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상공에서 대치 구도를 잡아줬을 때 조금 더 보기 편할 것 같아요.
Q 스트리머에서 해설위원으로 깜짝 변신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아프리카 멸망전'이라는 이벤트 대회를 중계하기 전에 개인적으로 비공식 연습 경기를 치렀는데, 관계자 분들이 그 경기를 보시고 '이 친구 쓸모 있겠다'는 판단을 해주셨나봐요. 제대로 해보지 않겠냐고 연락을 주셨어요.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거든요. 근데 정말 힘든 일이더라고요.
9월 말만 해도 집에서 시청자분들이랑 스쿼드를 돌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여기에 있더라고요. 무슨 일인가 싶고 아직도 꿈만 같아요. 정말 진심으로요. 저를 발탁해주시고, 기대해주시는 분들께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아직도 부족해요. 시청자분들께서도 지적을 많이 해주시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쉽게 전달해드리려고 하다보니 늘어지는 부분이 생기고, 어색한 멘트도 있는데 제 실수를 캐치하면서 발전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Q 아프리카tv 배틀그라운드 인비테이셔널이 첫 공식 중계 아니었나.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 같다.
부담감은 아직도 있어요. 저는 한 달 조금 넘은, 이제 막 시작한 사람이잖아요. 집에서 하는 개인 방송과 달리 다른 중계진들의 리듬에 맞추고, 시청자 분들의 반응을 살피고, 단어 하나하나에 주의를 해야하니까 조금 힘들더라고요. 제 인생을 건 일이니까 극복해야겠죠.
Q 해설위원마다 유독 신경써서 전달하는 부분들이 있다. 김지수 해설의 포인트는 무엇인가.
저는 자기장이 결정되었을 때, 이 지역이 갖는 이점과 이 지역을 선점했을 때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팀들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개인 방송을 정말 많이 보거든요. 국내 선수부터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의 방송까지 빠짐없이 봐요. 선수들이 어떤 성향과 버릇을 갖고 있는지 캐치해서 설명해드리려고요. 다만 머릿 속에서 말이 춤을 추는 바람에 전달이 잘 되지 않는 것 같아요. 고민이 많습니다.
Q 중계를 위한 사전 준비가 철저하다고 들었다. 어떻게 준비하는 편인가.
선수들의 전적을 검색하는 것은 기본이고, 개인 방송을 시청하면서 선수들의 선호 지역과 총기, 플레이를 분석해요. 이 선수들이 오더를 내렸을 때의 움직임과 심리전을 계속해서 파악하고요. 그래서 각 팀들의 스타일을 정립해요. 이 팀은 어디 지역을 선점하고, 차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은폐, 엄폐 플레이를 펼치는 팀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시청자 분들이 '이런 점에서 강점을 가진 팀이구나'하고 빠른 시간에 습득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Q 중계 준비 시간은 얼마나 되나.
제가 개인 방송을 정말 열심히 하는 편인데 11월에는 하루 밖에 못 했어요. 10월에도 일주일 조금 넘게 했나 그럴거예요. 방송을 하지 않을 때 선수들의 개인 방송과 해외 대회를 찾아보고, 기억에 남는 플레이는 직접 해보면서 뒤떨어지지 않게 준비했죠. 아시아 인비테이셔널 준비도 열심히 했는데 중간에 선수 변동이 많아서 아쉬워요.
Q 아시아 인비테이셔널 첫 중계의 만족도는 어땠나.
점수를 매긴다면 10점 만점에 6점이요. 제가 그렇게 벌벌 떨 줄 몰랐거든요. 아무래도 김동준 해설님과 성승헌 캐스터님처럼 최고의 중계진 분들이 옆에 계시니까 더 긴장됐던 것 같아요. 저는 그분들의 해설을 보고 듣고 자랐던 사람이니까요. 제 옆에 계시다는 것이 아직도 꿈만 같아요.
그리고 오프라인 무대가 처음이었거든요. 지스타에 사람이 이렇게 많을 지 몰랐어요. 부담감이 상당해서 단어들이 머릿 속에서 메아리 치고 휘감아 도는 바람에 조리있게 말하지 못했어요. 많은 분들이 불편하셨을 것 같아요. 극복하기 위해 연습도 많이 하고 노력 중이에요. 조금만 더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경험 많은 중계진과 함께 하면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김동준 해설님과 성승헌 캐스터님이 케어를 정말 잘 해주세요. 그래서 멘탈을 다잡을 수 잇었죠. 김동준 해설님은 워낙에 솔직하셔서 '넌 이번에 어떤 점이 부족했어. 이 부분을 고치면 조금 더 나을 것 같아'라고 바로바로 짚어주세요. 매 라운드가 끝난 뒤에 이런 점을 고쳤으면 좋겠다고 피드백 해주시죠. 성승헌 캐스터님은 제가 무너질까봐 옆에서 '잘했어, 잘했어'하면서 인자하게 케어해주시는 편이에요.
제가 이전엔 박상현 캐스터님과 호흡을 맞췄잖아요. 끝나고 나서 '너는 이런 방향으로 나갔으면 조금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식으로 말씀해주시는데 정말 감사했어요. 저로서는 꿈만 같은 일이죠. 정점에 계시는 분들이 저같이 밑바닥에 있는 초보자를 코칭해주신다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워요. 채정원 전 해설님, 현 아프리카 본부장님도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관계자분들께 항상 감사드려요.
Q 아프리카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해설에 매진하라는 의미로 아프리카tv 쪽에서 좋은 조건으로 제의를 주셨어요. 받아도 될지 모를 정도로 좋은 조건이라 영광스러웠죠. 그 값에 맞는, 그 이상의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할 생각입니다.
Q 어떤 해설위원이 되고 싶나.
제 목표는 김동준 해설님이에요. 김동준 해설님처럼 모두에게 사랑받고, 모두가 인정하는 그런 해설위원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선수분들, 시청자분들 모두가 납득하는 해설을 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저는 천재가 아니에요. 다른 분들은 메이저 무대에 처음 올라와서부터 잘하시는데 전 그런 스타일이 아니에요. 저에게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여러분들이 꼭 만족할 수 있는 중계를 들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