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빼면 이창석과 노회종은 다소 의외의 조합으로 보이지만 이창석이 직접 노회종 영입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팀에서 서포터가 필요하단 소식에 바로 노회종이 떠올랐다고. 노회종도 이창석을 믿고 터키행을 결정할 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보였다.
둘은 서로에 대한 신뢰만큼이나 할 얘기도 많아보였다. '수다 떨 듯 편하게 답변하면 된다'는 기자의 주문이 약간 후회스러울 정도로 두 선수는 정말로 정신없는 수다를 떨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듣고만 있어도 정신이 혼미해지는, 아니, 무척이나 유쾌한 둘의 이야기를 텍스트로 온전히 전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울 뿐이다.
Q 오랜만의 인터뷰다. 짧은 휴식기가 있었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A 이창석=게임만 죽어라 했다. 기량을 올리는데 집중했다. 올해 초부터 시작해서 2년 만에 한국 서버 챌린저도 찍었다.
A 노회종=롤드컵 기간에도 계속 숙소에서 연습했고, KeSPA컵도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이 쉬진 못했다. 집에서 솔로랭크 하고 강아지와 놀면서 지냈다.
Q 우선 새 팀에 입단한 소감부터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떻게 슈퍼매시브에 합류하게 됐나.
A 이창석=e유나이티드에서 나오고 해외팀을 찾으려 했다. 여러 곳에서 제안이 왔는데, 슈퍼매시브에서 장문의 편지와 함께 큰 관심을 보여줬다. 영어가 되는 베테랑 미드 라이너를 원한다고 하더라. 사실 큰 기대는 안했다. 터키라 자본도 많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조건이 좋았다. 알아보니 터키 리그에서 최상위권을 항상 유지하는 팀이고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이나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노려볼 수 있는 팀이더라. 돈은 좀 적게 받더라도 성적을 내고 내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팀에 가고 싶었다. 한국인 서포터도 찾는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바로 생각난 게 회종이었다. 스크림도 몇 번 보고, 대회를 보면 상위권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고, 게임 센스나 성격도 좋다고 생각했다. 내가 해외 적응만 잘 도와주면 될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연락했다.
A 노회종=진에어에서 내년에도 함께 가고 싶다고 해주셨는데 개인적으로 프로 경력이 쌓이다보니 롤드컵 욕심이 났다. 그런 와중에 창석이 형한테 연락이 왔다. 슈퍼매시브는 롤드컵을 바라볼 수 있는 팀이기에 선택했다. 그리고 마음을 움직인 부분이 우리팀 원거리 딜러인 'Zeitnot' 베르카이 아시쿠준이 '터최원'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열심히 하면 좋은 성적을 내고 롤드컵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Q 다른 지역에서 연락 온 것은 없었나.
A 노회종=중국 쪽에서 연락은 왔었다.
A 이창석=미국하고 유럽 쪽은 자리가 많지 않았다. 내가 1부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했고.
Q 둘은 진에어 출신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함께 활동한 적은 없다. 어떻게 친분을 쌓았나.
A 이창석=진에어나 아프리카 프릭스 시절 숙소에 놀러가면서 몇 번 얼굴을 익혔었다. 나는 진에어라는 팀에 애정이 있어서 자주 놀러갔었다.
A 노회종=진에어가 없었다면 인연이 안 닿아서 터키에 못 갔을 것 같다.
Q 이번 시즌을 좀 돌아보자. 바이탈리티에서 후보로 밀린 이유는 무엇이었나.
A 이창석=바이탈리티는 미드가 아니라 정글러로 갔었다. 애초에 간 목적 자체도 '하차니' 옆에서 배우려고 갔다. 한국에서 솔로랭크 돌릴 바에 (하)승찬이가 게임을 잘 아니 가르쳐준다고 해서 배우려고 갔다. 대회 욕심은 크게 없었다. 그런데 승찬이가 불면증 때문에 게임을 못하게 됐다. 팀에 후보 서포터가 없었는데, 'Nukeduck' 얼렌드 보트빅 홀름이 서포터로 가고 내가 미드로 뛰게 됐다. 정글러 때 쌓은 경험과 지식을 미드에서 쓰면 좋을 것 같더라. 내가 몰랐던 개념이나 동선들이 보이게 됐다. 그래서 반년 만에 다시 미드 라이너로 포지션을 변경하게 됐다.
Q 정글러로 활동한 것이 미드에서 크게 도움이 됐나.
A 이창석=많이 바뀌었다. 원래는 맵도 잘 안보는 편이었고, 1대1 라인전을 중시했는데, 지금은 정글도 잘 도와주고 상대 동선을 보면서 로밍을 가고 시야도 잘 먹어준다. 상대 정글 시간을 재서 카운터 정글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팀 전체적으로 많이 발전한 것 같다.
Q 이후에도 주전으로는 나서지 못했다. 미드 라이너 선발 경쟁에서 밀린 이유가 있나.
A 이창석='Nukeduck'이 스크림 때 엄청 잘한다. 유럽 미드 라이너들 다 씹어 먹을 정도인데 이상하게 대회만 가면 실수가 많이 나오더라. 나는 반대로 스크림 때 실수가 많이 나왔다. 대회 중간에 '내가 나가면 잘할 것 같은데' 하는 마음도 생겼는데, 'Nukeduck'의 스크림 때 포스가 '유럽의 페이커' 급이라 어쩔 수 없었다.(웃음)
Q e유나이티드에선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A 이창석=승률도 90% 정도 나왔고 나쁘지 않았다. 승강전에서도 골든 코인 유나이티드를 3대0으로 이기고 좋았는데 마지막에 피닉스1에 져서 아쉬웠다. 물론 이기나 지나 챔피언십 시리즈(LCS)에는 못가서 크게 상관은 없었을 것 같다.(웃음) 어떻게 보면 1년 만에 주전 미드 라이너로 뛴 거라 좋기도 했다. 미드 라이너로서 기량을 많이 회복했고, 계속 잘하고 있는 것 같아 포지션 변경이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다.
Q e유나이티드에서는 '댄디' 최인규와 호흡을 맞췄었다. 어땠나.
A 이창석=생각보다 재밌었다. 소심하고 말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친해지니 말도 많아지고 배려도 잘해주더라. 떨어지기 아쉽다. 계속해서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Q 노회종은 아프리카 프릭스(전신인 아나키 시절을 포함해) 후 진에어가 두 번째 팀이었다. 새로운 팀에서의 생활은 어땠나.
A 노회종=아나키와 프릭스 때는 지금만큼 평가받지 못했다. 약체 서포터라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진에어에 와서 나에게 잘 맞는 원딜을 만난 것 같다.
A 이창석=아~ '상윤' 보단 '테디'다?!(웃음)
A 노회종='상윤' 권상윤과 '테디' 박진성 둘 다 잘하지만 나와 맞는 것은 '테디'인 것 같다. 물론 나도 열심히 해서 기량이 많이 오른 것 같다. 진에어 덕을 많이 본 것 같다.
Q 진에어를 나오면서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는데, 한상용 감독에게 무릎 꿇었다는 표현을 했다. 무슨 얘기인가.
A 노회종=장난삼아 쓴 거다. 아프리카에서 나오고 나서 (전)익수와 함께 팀을 알아보게 됐는데 자리가 많지 않더라. 어딜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가 마침 진에어에서 선수를 구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감독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그걸 농담처럼 표현한 거다.
Q 실제로 겪어본 한상용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A 노회종=엄청 '츤츤'이시다. 뒤에서 엄청 잘 챙겨주시는데 앞에서는 그저 '한상드래곤'이시다. 스크림에서 실수 한 번 할 때마다….(웃음)
A 이창석=상대방 스킬을 피해야 하는데 감독님 말도 피해야 한다.(웃음)
A 노회종=선수들이 피드백해서 이제는 감독님 방에서 스크림을 보신다. 그래도 뭐라 하시는 게 들린다.
A 이창석=나중에 감독님이 인터뷰 보시고 혼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A 노회종=괜찮다. 지금 미국에 가 계신다.(웃음)
Q 진에어 팀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A 노회종=2018년 진에어는 제발 승강전만 안 갔으면 좋겠다. 삭발각이니 승강전 가지 말고 롤드컵에서 봤으면 좋겠다.
Q 이제 다시 해외 쪽 얘기를 해보자. 노회종은 해외팀 경험이 이번이 처음인데.
A 노회종=국내 말고는 생각이 없었다. 어쩌다보니 나가게 됐는데 창석이 형이 많이 도와줬다. 영어도 배우고 롤드컵에 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본다. 많이 배울 것 같다. 같이 가게 된 '아이린' 허영철 코치님도 재밌으시다.
Q 이창석의 영어는 이제 수준급인데, 노회종의 영어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A 노회종=진에어 영어 수업 1년차다.(웃음) 모든 선수가 영어 수업을 듣는다. 많이 는 것 같지는 않지만 가봐야 알 것 같다. 통역사(이창석)가 있어서 괜찮다. 코치님까지 둘이나 있다. 나는 우리 팀 원딜하고만 잘 소통하면 된다. E! W! 레츠고! 한마디면 된다.(웃음)
Q 이창석처럼 활발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외국어를 빨리 배우더라. 그런 면에선 본인도 빨리 배울 것 같다.
A 노회종=재밌을 것 같다. 창석이 형과도 '케미'가 잘 맞을 것 같다.
A 이창석=내가 봐도 금방 늘 것 같다. 1년이면 내 반 정도 되지 않을까. 나는 내가 이런저런 오더를 다 해서 빨리 늘 수밖에 없었다.
A 노회종=그럼 나는 원딜하고만 소통해야 하는데 안 늘 것 같다. 어떻게 하나.
Q 터키 언어도 배워야하지 않을까.
A 이창석=터키에서는 영어를 공용어처럼 쓴다고 들어서 걱정은 없다. 언어는 금방 배우니 걱정 없다.
A 노회종=난 창석이 형이 있어서 걱정 없다.(웃음)
Q 터키 문화에 대해서도 배워야 할 것 같은데.
A 이창석=그래서 최근 터키에 관한 뉴스를 찾아보고 있는데 뉴스를 본 순간 테러가 터졌더라.
A 노회종=IS 얘기가 나온다.
A 이창석=(김)태일이가 안전하다고는 하던데….
A 노회종=터키 간다니까 주변 사람들이 테러 조심하라고 하더라. 밤엔 절대 안 나갈 생각이다.
Q 터키 가서 특별히 먹고 싶은 음식도 있나.
A 이창석=케밥 정말 좋아한다. 케밥의 본고장 아닌가. 맛있는 거 엄청 많더라. 딱 내 입맛에 맞을 것 같다. 해산물도 맛있다더라. 내가 해산물에 살고 해산물에 죽는다. 미국에서도 해산물 전문점을 일주일에 한 번씩 갈 정도였다.
A 노회종=창석이 형이 다 해결해줄 거다. 난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창석이 형과 계약했다. 한식은 형이 다 해결해주기로.
A 이창석=생일에 떡국 끓여주겠다.
Q 슈퍼매시브는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는 팀이다. 오히려 부담감이 생길 수도 있는데.
A 이창석=오히려 좋게 작용할 거라 생각한다. 해외 2년 있다 보니 '나머지 4명 못해도 혼자 캐리하겠다'는 마음으론 절대 안 되더라. 5명 다 잘하는 팀에 가는 게 마음도 편하고 성적도 잘 나온다. 금액 차이가 '넘사벽'이면 모르겠지만.
A 노회종=가서 전승 우승할까봐 겁난다.(웃음)
A 이창석=한두 번은 지지 않을까.
A 노회종=한두 번도 지면 안 된다. 나만 믿어라. 자신감은 엄청나다. KeSPA컵 때 메타가 내게 어울린다는 느낌이 왔다. 우리 둘이 요즘 메타에 최적화됐다. 나는 벌써부터 '터최봇' 듀오가 돼서 올스타까지 바라보고 있다. 큰 그림 그리고 있다.(웃음)
Q 아직 올해 올스타도 안 끝났는데 대단하다. 터키 리그에 은근히 한국 선수들이 많다. 지난 시즌에만 8명이 등록돼있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같다.
A 이창석=한국 선수들이 아무리 와도 제일 중요한 건 터키 선수다.
A 노회종=수준이 우리 때문에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다.
Q 이창석은 '프로즌' 김태일과 맞대결을 해야 하는데.
A 이창석=태일이한테 진적이 없다.(웃음) 무난할 것 같다.
Q 그래도 터키 적응 면에선 김태일이 앞서지 않을까.
A 이창석=해외 생활은 내가 선배다. 나는 이제 3년차다.
Q 김태일과 친한가.
A 이창석=아마추어 때부터 친했다. 5년 넘게 알고 지냈다.
Q 터키로 언제 출국하나.
A 이창석=12월 셋째 주 쯤. 빨리 가서 빨리 적응하는 게 좋다.
A 노회종=난 친화력이 창석이 형 급이다. 형의 하위호환이다. 만나자마자 '왓츄어네임'하면서 악수하면 끝난다.(웃음)
Q 새 시즌 목표는.
A 이창석=전승 우승이다. 태일이 참교육 시키고, '체이서' 이상현도 참교육 시키겠다. 상현이 정글 먹고 있을 때 가서 잡겠다.
A 노회종=전승 우승! 해피 터키! 바텀 파괴자가 되겠다.
Q 이제 곧 연말이다. 2017년을 돌아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 있다면.
A 이창석=올해 초 비트코인에 투자했어야 하는데…. 200만 원일 때 들어갔어야 하는데….(한숨)
A 노회종=나도…. 올해 초에 넣을 기회 있었는데….(한숨)
Q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
A 이창석=다른 선수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많은 편이다. 요즘엔 부동산에도 큰 관심이 있다.
A 노회종=인터넷에서 주식 같은 것 자주 본다. 하도 자주 보니 감독님이 보지 말라고 하실 정도였다.(웃음)
Q 성적에 대해 얘기해본다면.
A 노회종=진에어에서의 성적이 아프리카 때보다 안 나와서 아쉬웠다.
A 이창석=승강전도 다녀오지 않았나.
A 노회종=한번쯤은 가볼만한 것 같다.(웃음) 모든 경기를 할 때 긴장된 적이 없었는데 승강전은 정말 가시방석이다. 결승전보다 더 떨린다.
A 이창석=결승 가본 것처럼 얘기한다.
A 노회종=2부 가는 순간 군 입대까지 생각하고 있었다.(웃음)
Q 해외리그에 가면 국내에서 존재감이 잊히는 경우가 많은데.
A 이창석=그런 게 아쉽긴 한데 해외에서 행복하니 후회는 없다. 그만큼 해외 팬들도 관심이 많다.
A 노회종=그런 우려 없애기 위해 전승 우승하고 현지 서버 랭킹 1등에 올스타까지 다 하겠다.
A 이창석=유럽에서 1등 해도 아무도 모른다.
A 노회종=아…. 그럼 전승 우승만 하겠다.
Q 정신이 혼미해진다. 이제 인터뷰를 마쳐야겠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씩 해 달라.
A 이창석=롤드컵에서 봅시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A 노회종=롤챔스에서 2년 반 동안 했는데 계속 응원해주시고 힘주신 여러분들에게 고맙다. 터키 가서도 열심히 할 테니까 잊지 않고 계속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사랑한다.
사진=박운성 기자(photo@dailyesports.com)
정리=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