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민은 한국 내 섀도우버스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다. 하스스톤에서 성과를 내던 와중에 과감하게 전향을 선택했고, 섀도우버스 대회에 출전하거나 직접 개최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마스터즈 오브 섀도우버스 코리아에서 '초대 우승'까지 차지했으니, 국내 최고의 섀도우버스 플레이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오병민은 '국내 최고'라는 평가에 겸손을 표했다. 대회 우승 이력이 부족하고, 자신 외에도 노력하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는 이유였다. 당장은 겸손했지만 오병민의 목표는 역시 '국내 최강' 및 '세계 최강'이다. 더 노력하고, 대회에서 입증하겠다는 각오다. 그리고 목표의 시작과 정점은 레이지 그랜드 프릭스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섀도우버스로 전향한 선수, 마섀코의 초대 우승자 오병민은 국제 대회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까. 레이지 그랜드 프릭스에 임하는 오병민의 출사표를 들어 봤다.
Q 오랜만이다. 우선 독자들을 위해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투네이션(Toonation)에서 후원을 받고 섀도우버스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사일런트슬레이어' 오병민입니다.
Q 지난 2월 인터뷰 이후 10개월 가량 지났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학업과 게임을 병행했어요. 한국에서 열리는 섀도우버스 대회는 대부분 출전했고, 그 중 마스터즈 오브 섀도우버스 코리아(이하 마섀코) 시즌1에서 우승 했어요. 섀도우버스 챔피언십 코리아에선 8강을 기록했고요. 제가 온라인 컵 대회를 개최해 선수들을 초청하기도 했죠. 섀도우버스와 관련된 활동을 하며 지냈습니다.
Q '마섀코' 초대 우승 아닌가.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다.
웬만하면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하는 것은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개인 대회 우승은 처음이었는데 기분이 정말 짜릿했어요. 또 경기를 자세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초월 위치' 플레이가 완벽했거든요. 그래서 더 만족했던 것 같아요.
Q 레이지 섀도우버스 월드 그랜드 프릭스 시드권까지 받게 됐는데.
실력이 좋은 일본 선수들과 경기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최근 대회에서 우승한 'hasu'라는 선수가 있는데 고등학교 1학년이더라고요. 그런데 어린 나이에도 덱 짜는 것부터 운영까지 정말 계획적이고 수준급이었어요. 그 선수를 보고 열심히 준비해서 잘 해야 겠다는 의욕이 생겼죠.
Q 레이지 그랜드 프릭스에는 여러 국가의 선수들이 참가하는데, 현재 섀도우버스는 어느 지역이 강세인가.
일본이 압도적으로 강해요. 일본 선수들 대부분이 다른 카드 게임을 하다가 넘어와서 이해도가 높고, 게임에 대해 적극적으로 토론하면서 메타를 선도하고 있거든요. 일본이 제일 강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어요. 다른 지역은 비슷비슷해요. 한국도 마찬가지고요.
Q 지난 5월 진행된 섀도우버스 한일전에선 한국도 저력을 발휘하지 않았나.
솔직히 말하면 잘 해봤자 3대1로 질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한국 선수들이 생각보다 잘 하시더라고요. 끝까지 갔다가 아깝게 3대2로 석패했는데 그 경기를 보고 '우리나라도 저력이 있구나'란 생각을 했어요. 가능성을 확인했고, 자극도 받았고요. 그 이후로 더 열심히 한 것 같아요.
Q 대회에서 특별히 경계되는 선수가 있다면.
모든 선수가 다 잘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중에서도 3명이 가장 경계돼요. 앞서 말했던 'hasu' 선수는 사용하는 덱의 폭이 넓고 플레이도 깔끔해요. 'surre'라는 선수는 컨트롤 덱을 정말 잘 다루고요. 또 섀도우버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일본 선수 'sos'도 신경 쓰이죠. 모든 덱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실제로 랭킹 1위를 찍기도 했고요. 다들 강한 선수예요.
Q 그 강자들 사이에서 오병민이 갖는 경쟁력이 있다면 무엇일까.
초월 위치를 전세계에서 제일 잘 한다고 말하려 했는데 지금은 너프돼서 가져오기가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강점이 조금 퇴색된 느낌이 있죠. 근데 저도 웬만한 덱에 다 자신감이 있어요. 한국에서 도와주는 선수들도 많고요. 국내 선수들과 협업해서 경쟁력을 키울 생각이에요.
Q 현재 국내 섀도우버스 프로씬에서 자신의 랭킹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제일 잘 한다고 말하긴 힘들 것 같아요. 잘하는 편이긴 하지만요(웃음).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저도 계속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Q 레이지 그랜드 프릭스는 '별들의 신화'가 적용된 메타로 치러질텐데, 어떨 것 같나. 현재 어떤 리더와 덱이 1티어인지.
마섀코 시즌2를 치를 때, 제가 최적의 덱을 찾지 못한 상황이라 패배했거든요. 그래서 확답할 수가 없어요. 과제가 최근에야 마무리 돼서 메타를 열심히 연구하고 있어요. 레이지 전까지는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섀도우버스 메타가 정말 좋아요. 7개의 리더가 다 튀어 나오거든요. 그래서 머리가 아프죠. 어떤 리더를 해도 그 리더 만의 강점이 있고, 리더 간에 물고 물리는 관계가 형성되니까 1티어를 꼽기 참 어려워요. 대회가 아닌 솔로 랭크 기준으로 말하자면 뱀파이어가 강한 것 같아요. 그런데 대회는 또 다르죠.
결국 대회에서는 선수들이 선호하는 리더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그래서 유명 선수들의 영상이나 개인 방송을 틈틈이 보고 있어요. 분석 내용에 맞춰서 준비할 생각입니다.
Q 대회에 임하는 각오와 우승에 대한 자신감은 어떤가.
우승을 할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마섀코 시즌1 우승자 자격으로 가는 것이고,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고, 후원사도 생겼으니 최대한으로 노력해서 좋은 성적을 거둘 거예요.
최소한 DAY2는 가야겠죠. DAY1에서 24명이 붙고 8명이 DAY2에 진출하는데, 그 안에는 들어야 체면치레를 할 것 같아요. 궁극적인 목표는 우승이지만요.
Q 신규 확장팩 얘기도 잠깐 해보자 '시공의 재탄생' 카드가 하나 둘 공개되고 있는데.
당장의 대회를 준비하다보니 눈여겨 보진 않았어요. 그런데 새로운 리더 네메시스가 궁금하긴 하더라고요. 그 리더의 카드는 흥미가 있어서 찾아보고 있어요. 아티펙트를 생성해서 덱에 넣는데 강력해 보여서 기대돼요. 현재 카드가 다 나오지 않았는데 나오면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Q 아직 중요한 대회가 남아 있긴 하지만 2017년이 끝나간다. 섀도우버스 선수로서의 2017년은 어땠나.
섀도우버스로 전향한 것은 제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선택인 것 같아요. 대회도 자주 열리고, 규모도 크고요. 또 해외 진출 기회도 얻고 후원사도 생겨서 정말 최고의 한해를 보낸 것 같아요.
Q 2018년 목표가 있다면.
대회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내는 것이 우선이고, 팀 대회에서도 한 번 우승해보고 싶어요. 제가 우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희 팀에 빛을 보지 못한 선수가 많거든요. 같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한국에선 섀도우버스를 즐기시는 분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섀도우버스는 카드 게임 중에서 운 적인 요소가 적은 편에 속하거든요. 오른쪽에서 뽑는 운이야 카드 게임의 특성 상 피할 수가 없는 것이고요. 섀도우버스는 실력이 있으면 언제든지 잘 할 수 있고, 연구가 확실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게임이에요. 대회만 봐도 우승할 만한 선수들이 다 우승 하고요. 진지하게 카드 게임을 하시는 분들이 뛰어 들기에 괜찮은 것 같아요. '카드 게임을 정말 잘 한다, 자신 있다'는 분들은 섀도우버스를 한 번 쯤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