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부터 시작된 '이게토크다'는 국내 유일의 e스포츠 팟캐스트다. e스포츠의 '이'와 게임의 '게'를 따서 지은 '이게토크다'는 1세대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출신인 변성철 현 게임컬처랩 대표가 진행을 맡고 있다. 역시 1세대 프로게이머 출신이자 현재는 한 게임사에서 근무 중인 박신영씨가 그의 팟캐스트 파트너로 함께 하고 있다.
변성철 대표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코치, 해설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쳐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국제e스포츠연맹에서 재직한 e스포츠 행정 전문가다. 누군가에겐 독보적인 테트리스 챔피언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변성철 대표는 어떤 계기로, 왜 e스포츠 팟캐스트를 시작하게 됐을까. 그 이유를 묻자 변대표는 "업계에서 나름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으니 그 나름의 생각을 얘기하고 교류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e스포츠와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신영이와 함께 딱 1년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어느덧 4개월째에 접어들었네요. 많은 분들이 왜 인터넷 방송이 아닌 팟캐스트로 하시냐고 궁금해 하시는데, 저희 둘 다 일을 하다 보니 약속된 시간을 맞추기가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하기 위해 팟캐스트를 선택했죠."
2주 간격으로 업로드 되는 '이게토크다'는 업계 소식을 비롯해 프로게이머의 은퇴 후 진로, 게임 과몰입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다. 가끔은 e스포츠 업계에서 일을 하는 관계자들을 게스트로 초대하기도 한다. 처음엔 게스트를 초대하고 주제를 설정했지만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흘러가는 단점이 있어 최근엔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게끔 적절한 게스트를 부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언젠가는 생방으로 진행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시청자들과 소통하면서 질문도 바로바로 받고 대답 해드리는 식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네요. 청취자와 구독자는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팟캐스트가 좀 더 발전하게 된다면 후원을 받아 청취하시는 분들에게 작은 경품이라도 나눠드리고 싶네요."
e스포츠 팟캐스트에 대한 얘길 하고 있으니 자연스레 그가 이끌고 있는 게임컬처랩에 대한 회사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생겼다. 업계에서 아직은 생소한 게임컬처랩이라는 이름. 과연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2015년 시작된 게임컬처랩은 아동과 청소년의 건강한 게임 문화생활을 선도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게임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놀이문화가 급성장하면서 관련 산업의 성장이라는 긍정적인 부분과 동시에 과몰입과 같은 부정적 문제가 생겨났는데, 변성철 대표는 게임컬처랩 사업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했다.
"어떻게 건강하게 게임을 즐기고, 하나의 도구로 잘 다룰 수 있을까 연구하고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게임중독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비판적인 시각과 뉴스거리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그로 인해 게임시장은 항상 위축되고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나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자존감이 낮아지는 측면이 있죠. 이런 부분들을 바로 잡아야 되겠다는 생각에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게임 과몰입과 관련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게임컬처랩이 최근 가장 공들이고 있는 분야는 바로 '게임 리터러시 교육'이다.
게임 리터러시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는 교사 직무 연수 프로그램으로 게임컬처랩은 '학교에서 활용하는 e스포츠 대회'라는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단순히 게임을 통한 경쟁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회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e스포츠와 관련된 다양한 직군들을 체험하는 것이다.
"게임 리터러시를 통해 학교 내에서 e스포츠 대회를 운영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게임을 많이 좋아하는데, 선생님들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죠. 그런 점에서 e스포츠 대회가 좋은 소통의 도구인데, 게임은 많이 해봤지만 정작 e스포츠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죠. 저희는 실제 대회 운영을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강의를 해주고 있죠. 작년엔 일산중학교 축제 때 대회 기획부터 운영까지 도움을 줬는데, 학생들이 선수로만 참여한 것이 아니라 코치나 해설 역할을 하고, 스스로 인터뷰도 따고 방송을 편집하는 등 다양한 것들을 경험했죠."
이런 식으로 다양한 직업을 체험해본 학생들의 반응은 무척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을 못하는 학생들도 다양한 역할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회에 참여할 수 있으니 수업의 만족도가 높아진 것이다.
교사들 역시 만족도가 높았다. 변 대표에 따르면 게임 리터러시의 다양한 오프라인 수업 중에서 교사들로부터의 평가가 가장 좋다고. 특히 학교 내에서 게임 대회를 개최하려면 교장이나 교감 등을 설득하기가 어려운데, 직업 체험이 동반되니 설득하기가 수월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성철 대표가 게임 리터러시를 통해 바라는 점은 명확했다. 모니터 앞에 앉은 학생들이 의자를 조금 더 뒤로 빼 게임 외의 것들도 보길 바랐다. 넓은 시야를 통해 게임 산업과 관련 직업들을 보고, 게임을 통해 다양한 것들을 체험하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e스포츠 시장이 커지면서 각 게임사에서는 e스포츠 전문 인력들을 필요로 하고 있는데, 실제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별로 없는 실정입니다. e스포츠 강국이라지만 프로게이머 외의 직군들에 대해 교육을 해주는 곳은 없었죠. 게임 리터러시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e스포츠의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이를 활용해서 학교와 기업 간의 인턴십 프로그램 연계 등을 통해 취업까지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
게임컬처랩은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사회적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얻는 초석을 다졌다. 고용노동부 산하의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성장지원센터에 입주해있는 게임컬처랩은 2016년 1월에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선정됐고, 7월에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변성철 대표는 2년 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지난해 게임 리터러시 산업 예산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만큼 정부가 게임 교육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죠. 앞으로 게임사들과 협력해 조금 더 좋은 프로그램을 아동과 청소년들에 알리고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진정한 e스포츠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교육 사업이었지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 게임컬처랩은 주목받지 않는 곳에서 꿋꿋하게 전문 인력 육성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있었다.
2018년에는 '이게토크다'와 게임컬처랩이 함께 발전을 지속해 국내 e스포츠 업계에 한 획을 긋기를 희망해본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