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서 KSV를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임원진의 면면이 화려하기 때문이다. KSV의 대표인 케빈 추가 카밤의 공동 설립자였던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며, CGO를 맡고 있는 아놀드 허가 골드만삭스 투자은행과 보스턴 컨설팅 출신의 금융 전문가인 것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아직 외부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KSV에는 마케팅 전문가도 있다. 바로 최승훈 마케팅 상무다.
최승훈 상무는 지난 20년간 국내외 주요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진행해온 마케팅 전문가다. 최 상무는 외국계 광고회사를 거쳐 LG전자에서 글로벌 마케팅 담당자를 역임했으며, 터키와 두바이 등지에서 4년 넘게 주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KSV에 합류하기 전에는 국내의 대표적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서 2년 반 동안 근무하기도 했다.
대기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던 최 상무가 SM에 합류한 배경에는 앞으로는 제조업보다 콘텐츠 산업이 더 활성화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KSV에 합류한 이유도 일맥상통했다. e스포츠 콘텐츠의 성장 가능성을 본 것이다.
"저는 지난해 11월에 KSV에 합류했습니다. SM은 20년간 탄탄하게 다져진 대기업인 반면 KSV는 신생 기업이기 때문에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죠. 듣기론 게임 쪽에서는 마케팅 인재풀이 크지 않다고 알고 있어요. KSV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마케팅 전문가를 찾았다는 게 놀라웠죠. 연예기획사와 게임단이 지향하는 부분이나 팬에 대한 생각들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 것 같습니다."
최 상무는 KSV에 합류하기 전까진 e스포츠와 인연이 없었다. 그래서 e스포츠가 가진 힘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의구심은 금세 확신으로 변했다. 계기는 지난해 11월 진행됐던 서울 다이너스티 팬미팅이었다. 유료 판매된 팬미팅 티켓은 2분 만에 매진이 됐고, 선수들이 누리는 인기는 웬만한 아이돌 그룹 못지않았다. 현장에서 팬들의 뜨거운 열기를 몸소 체험했던 최 상무는 "제대로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 1월에는 오버워치 리그 개막전도 다녀왔다. 최 상무는 블리자드 아레나에서 서울 다이너스티 선수들을 보고 환호하는 많은 미국 팬들을 보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능성도 엿봤다.
그렇다면 e스포츠 전문가가 아닌 연예기획사 출신의 최 상무가 바라보는 연예인과 프로게이머의 차이점은 무엇이 있을까. 최 상무는 "경기력"이라 말했다. 프로게이머의 인기와 팬의 태도는 모두 경기력과 연결돼있었다.
"가수의 경우 음반이나 프로그램의 순위가 있지만 프로게이머들의 경기와는 다르죠. 선수들은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항상 갖고 있어요. 모든 것이 경기와 관련돼있죠. 연예인들 일정만 어려운 줄 알았는데, 프로게이머들 일정이 엄청 빡빡해 놀랐습니다. 외부에서 보는 것과는 굉장히 달라요. 또 e스포츠 팬들은 선수들을 늘 좋아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경기력이 좋지 않은 날엔 질타한다는 부분에서 팬들의 특성이 차이가 납니다. 관계자 입장에선 '어려운 팬'이라 볼 수 있죠. 마케팅 관점에서 본다면 연예인은 신비감을 팔고, 프로게이머는 친밀감을 판다는 차이가 있네요."
최승훈 상무는 마케팅 담당자로서 다양한 시도들을 준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실현시키고 싶은 일이 오프라인 이벤트의 확대다. 인터넷 상에서만 진행하는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팬들의 활동을 오프라인으로 이끌어내길 원하고 있다. 팬들끼리 모여 경기를 관람하는 '뷰잉파티'도 기획 단계에 있는 아이디어 중의 하나다.
또 다른 목표는 더욱 두터운 팬층을 확보해 팬들이 특정 종목의 팀이 아닌 KSV 자체를 응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최 상무는 아이돌 그룹과 연예기획사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엑소(EXO)의 팬들이 자연스레 SM 소속의 다른 가수들을 응원하게 되는 것처럼 KSV 내에서도 이런 '크로스 셀링'이 이루어질 수 있게 만들어 회사를 키우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KSV라는 브랜드만 보고도 팬들이 유입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게임단으로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KSV는 알파벳 대문자에 태극무늬의 일부가 그려진 단순한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이를 지적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마케팅을 중요시하는 KSV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상무는 "우리도 답답한 부분 중 하나다. 현재 작업 중에 있다. 조만간 통일된 KSV의 브랜드를 선보일 것"이라 말했다.
최승훈 상무는 앞으로 e스포츠 시장이 지금보다 더욱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어렸을 때부터 대부분의 신문을 챙겨봤다는 최 상무는 "뉴스에는 중요한 것들만 나온다"며 "포털 사이트 스포츠 뉴스 페이지에 e스포츠 섹션이 따로 있다는 것은 이미 메인 스트림이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정통 스포츠 시청자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평균 연령대는 올라가는 반면 e스포츠는 TV보다 인터넷을 먼저 접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더 자연스럽게 접하게 될 것"이라 덧붙였다.
e스포츠 시장이 가진 잠재력에는 모두가 주목하고 있지만 아직 그 도화선에는 불이 붙지 않았다. 최승훈 상무는 e스포츠 산업의 성장에 속도가 붙고 진정한 '제2의 한류'가 되기 위해서는 대중에 더욱 가까워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e스포츠 전문 매체가 아닌 일반 매체들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미디어에서 e스포츠를 지속적으로 다룬다면 대중에 더 쉽게 다다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임요환, 홍진호, 페이커처럼 화두가 커지면 일반 대중들도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될 테니까요."
최 상무는 e스포츠의 화두를 키울만한 트리거가 해외에서 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버워치 리그에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팀이 3개가 있다는 것은 엄청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고. 최 상무는 "미국의 게임과 리그에서 한국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는 것은 엄청 큰 화두"라며 오버워치 리그의 이야기가 더 많은 대중들에게 전해질 때 e스포츠 시장도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그가 말한 것처럼 e스포츠가 대중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섰을 때 KSV가 어떤 길을 걷고 있을지, 최승훈 상무와 KSV 게임단의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