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가 전성기라고 하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서 자신의 해를 맞이하는 선수들은 노장 축에 속합니다. 만 24세라면 사회적으로는 직업을 가지려는 시기입니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했거나 남자들은 군 복무를 마치고 졸업을 눈 앞에 둔 나이이지요. 하지만 프로게이머들에게는 전성기를 넘어 쇠퇴기로 들어가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수 생활을 위해 군 입대를 연기했기에 병역의 의무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고 짧으면 5~6년, 길면 10년 넘도록 게임을 해왔기에 관절이 하나씩 고장이 날 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매년 만 24세를 맞은 프로게이머를 조사할 때면 인터뷰를 요청하기가 애매해집니다.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겪고 있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황금 개띠 해인 2018년 무술년에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킹존 드래곤X를 이끌고 있는 강범현은 아직도 성장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만 24세의 프로게이머이기 때문입니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데뷔했지만 매년 최고의 퍼포먼스와 성적을 내면서 성장해온 강범현이 2018년을 맞이하는 느낌은 어떨까요. 프로게이머 인생 6년을 돌아보면서 무술년의 각오를 들어봤습니다.
◆나진을 만난 건 큰 행운
강범현은 2013년 나진 e엠파이어에 입단하면서 본격적인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합니다. 여러 게임을 아우르면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왔던 그에게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는 운명처럼 다가왔죠. 공부 머리도 있었던 강범현은 고3 시기에 학교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에 들어갔다가 친구들이 하고 있던 LoL에 푹 빠졌고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와 맞바꿨죠.
Q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생각을 언제 하게 됐나.
A 3형제의 막내다. 형들이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에 대한 접근성이 높았다. 초중고 시절에 여러 게임을 접했고 잘했다. LoL을 만난 건 고등학교 3학년 때다. 대입을 준비하기 위해 학교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에 들어갔는데 친구들이 LoL을 열심히 하더라. 빠지지 말아야지라고 마음을 먹긴 했지만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게임이었다.
Q 학교 기숙사까지 들어갈 정도면 성적이 상위권이었을 것 같다.
A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학교에서 판단했기에 넣어줬다. LoL을 하게 되면서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고 서울 근교에 있는 대학의 호텔경영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게임에 더 시간을 할애했다. 랭킹이 계속 올라갔고 나진 e엠파이어에서 연락이 왔다. 중간 고사를 봐야 하는 시기였는데 나진에서 테스트를 보자고 했고 학교를 빠지고 테스트에 임했다. 그리고 곧바로 합숙을 시작했다.
Q 강범현에게 나진은 어떤 의미인가.
A 프로게이머로서 지금의 자세를 가르쳐준 곳이다. 대학생으로 사는 것보다 프로게이머로 사는 것이 자유로워 보였는데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좋아하는 것이 직업이 되자 유의해야 할 것, 꼭 해야 할 것이 더 많았다. 단순히 게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앞에 '프로'가 달려 있기에 챙겨야 할 것이 많았다. 프로게이머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박정석 감독님 휘하에서 바른 생활을 배웠고 '제파' 이재민, '세이브' 백영진 등 TV 속에서만 보던 인물들에게 진짜 게임을 배웠다. 내가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하면서 매년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 나진에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Q 원래 서포터를 선호했나.
A 미드 라이너로 시작했는데 서포터가 성격에 맞는 것 같아서 전환했다. 시즌2 때 LoL을 처음 배웠는데 그 때에는 아리가 정말 좋았고 내 손에 맞았다. 아리로 점수를 대부분 올렸는데 크게 하향되면서 점수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서포터로 전환했다.
Q 아마추어 시절 솔로 랭크에 대한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다.
A 내 인생의 두 번째 지도자인 '노페' 정노철 감독이 선수 시절에 솔로 랭크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 때 내가 미드 라이너를 하고 있었는데 정글러와의 호흡을 맞출 줄 모른다고 크게 지적을 당했다. 솔로 랭크를 하더라도 이기기 위해서는 팀 게임을 해야 한다고 깨달았고 게임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미드 라이너에 대한 부담을 느꼈다.
Q 서포터로의 전환은 어렵지 않았나.
A 미드 라이너를 하면서 원거리 챔피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기 때문에 룰루, 소나, 나미 등 당시 대세를 이루고 있던 챔피언들을 두루 다룰 줄 알아서 적응이 어렵지는 않았다.
◆GE를 통해 세계에 이름을 알리다
강범현이라는 이름이 전세계에 알려진 계기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통해서 입니다. 나진 실드 소속인 2014년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SK텔레콤 T1 K를 무너뜨리고 롤드컵에 출전했지만 8강에서 중국 대표 OMG에게 0대3으로 패하면서 강범현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죠.
2015년 한 팀이 2개의 스쿼드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이 바뀌면서 강범현은 새로운 팀을 찾아 나섰고 정노철이 감독직을 맡으면서 새롭게 꾸린 후야 타이거즈에 입단했습니다. 이 팀은 GE, KOO, 락스 등 앞에 달린 이름이 계속 바뀌었지만 어찌됐든 강범현은 송경호, 이서행, 김종인 등과 호흡을 맞추면서 2015년과 2016년 롤드컵 무대를 밟았고 준우승과 4강이라는 결실을 맺었습니다.
Q 나진 실드에 속해 2014년 롤드컵을 출전하기도 했다.
A 롤드컵에 나간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국내 대회에서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지만 서킷 포인트를 어느 정도 모았기에 한국 대표 선발전에 나갈 수 있었다. 선발전을 치르면서 팀의 실력이 확실히 올라왔다는 것을 느꼈고 전년도 롤드컵 우승팀인 SK텔레콤 K를 잡아내면서 막차를 탔다. 그룹 스테이지에서 물고 물리면서 클라우드 나인과 순위 결정전까지 치르면서 8강에 진출했다. OMG를 만났는데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0대3으로 완패하고 말았다. 무대 뒤에서 펑펑 울었다. 나진 실드의 구성원이기는 했는데 나는 이기고자 하는 욕심이 없었던 것 같다.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분했고 승부욕이 생기기 시작했다.
Q 그래서 팀을 옮겼나.
A 2014 시즌이 끝나고 나서 여러 이슈들이 겹쳤다. 가장 큰 이유는 단일 팀 체제로 규정이 바뀐 것이다. 나진에는 '카인' 장누리 선배가 있었다. 오래도록 활동해 온 선배와 경쟁하는 것이 경쟁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서로에게 피해가 될 것 같아서 나를 원하는 팀이 있다면 그 곳으로 가고 싶었던 시점에 정노철 감독이 팀을 꾸린다는 이야기가 들렸고 합류하기로 했다.
Q 구성원들을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A 정노철 감독이 각 포지션에서 뛸 선수들을 영입해오셨는데 공통점이 있었다. 잠재력은 엄청나다라고 평가를 받았지만 실제로 나를 비롯해서 성적으로는 정점을 찍어본 선수가 거의 없었다. '우리가 의기투합하면 뭔가 대형 사고를 터뜨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Q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들었다.
A 초창기에는 지원이 좋았다. 우리를 후원하는 기업이 인터넷 개인 방송 사업자였고 BJ들, MCN 크리에이터들을 양성하는 곳이었다. 빡빡하게 운영할 수도 있었지만 게임단에는 자율권을 많이 줬다. 2015년 롤드컵에 진출했을 때 소문이 정말 좋지 않았다. 외부에 알리지는 않았지만 기업에서 후원도 거의 없었다. 선수단 모두 헝그리 정신을 발휘했고 더 똘똘 뭉쳐서 뭔가 해야 한다,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준우승이라는 결과 자체만 보면 아쉽지만 과정까지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Q 2015년 롤드컵 결승전에서 특별한 기억이 있나.
A 4강이 끝나고 나서 1주일 정도 시간이 있는데 그 때 우리 팀의 상황이 좋지 않아서 대회가 끝나면 선수들이 흩어질 것이라는 기시가 나오기도 했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마지막 정신줄을 잡고 있었는데 결승이 시작됐다. 무대에 섰는데 유럽 팬들이 우리 팀의 이름인 '쿠'를 부르면서(당시에는 KOO 타이거즈였다) 응원해주더라. 언더독의 반란을 기대한다는 생각이었고 상황상 우리가 약자였기에 힘을 불어 넣어주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큰 무대를 계속 밟고 싶다는 생각이 이 때 들었다.
Q 2016년에도 롤드컵을 가면서 단골 손님이 됐다.
A 락스 타이거즈라는 이름이었다. 팀을 운영하는 주체가 바뀌었지만 선수들은 대부분 그대로였고 우승을 위해 뛰었지만 4강에 머물렀다. 단골 손님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우승하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많이 힘들었던 해였다. 롤드컵에서 경기력이 떨어지면서 나로 인해 팀의 전력이 낮아진 것 같아서 미안했다. 롤드컵을 마친 이후 선수들이 뿔뿔이 흩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실제로 헤어지면서 각자도생의 길을 걸었다.
◆17 롱주, 18 킹존, 그리고 주장
2017 시즌을 앞두고 락스 타이거즈 멤버들은 흩어졌습니다. '스멥' 송경호는 kt 롤스터로, '피넛' 한왕호는 SK텔레콤 T1으로, '쿠로' 이서행은 아프리카 프릭스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죠. 하단 듀오 '프레이' 김종인과 '고릴라' 강범현은 롱주 게이밍의 러브콜을 받아들였습니다.
'프릴라'라고 불리는 김종인과 강범현 듀오를 영입하면서 롱주 게이밍은 단숨에 우승권 전력으로 평가된 것이 사실입니다. 이들 이외에도 '쏭' 김상수가 코치로, '플라이' 송용준이 미드 라이너로 합류하면서 경험과 기량을 모두 갖춘 팀이라 인정 받았죠. 스프링 1라운드만 해도 6승3패로 롱주는 포스트 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았지만 2라운드에서 무너지면서 5위 안에도 들지 못했습니다. 서머를 앞두고 임금 체불 이슈가 터지면서 롱주에 대한 기대는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프릴라'도 팀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기도 했습니다.
Q 2017년 김종인과 함께 롱주로 이적하면서 큰 기대를 받았다.
A 많은 분들이 기대와 응원을 해주셨는데 스프링 스플릿에서는 부응하지 못했다. '프릴라'가 부진했던 탓이다. 이유를 따져 보자면 스프링은 성적이 나올 수 없었던 구조였다고 생각한다. 선수단, 사무국 모두 집중하지 못했다.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정리가 잘 되지 않아 부산했다.
Q 오히려 구성원들의 네임 밸류가 낮았던 시기인 서머 스플릿에서 롤챔스 우승까지 차지했다.
A 스프링에서 큰 실패를 맛보고 나서 김종인과 약속한 것이 있다. 동료가 누가 되든지 우리 팀의 하단 듀오는 한국 최고, 세계 최고라는 것을 보여주자고 했다. 우리가 하단을 탄탄하게 만든다면 다른 포지션 선수들도 편하게 게임할 수 있을 것이고 팀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선배로서의 모범도 보여주자고 했다.
Q 선배들의 의기투합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뜻인가.
A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한 것 뿐이다. 새로 합류한 선수들이 플레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줬기에 챔피언스 코리아 우승을 일궈냈다고 생각한다. '비디디' 곽보성은 스프링부터 함께 했기에 잠재력이 큰 선수라고 생각해왔다. 중국에서 거의 뛰지 못했지만 '칸' 김동하는 강력한 라인전 능력을 보여주면서 기대감을 키웠고 '커즈' 문우찬이 공격적인 플레이로 색깔을 더하면서 한층 탄탄해졌다. 게다가 후배들이 친화력이 엄청나게 좋았고 분위기도 잘 띄워줬다. 서머가 시작되기 전에 외부에서는 어수선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선수단은 '포스트 시즌은 가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Q 2017년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A SK텔레콤 T1과의 롤챔스 서머 결승전이었다. 2015년과 2016년 롤드컵에서 SK텔레콤이라는 벽을 넘지 못해서 우리가 원하던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는데 서머 결승전에서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우리 팀도 잘했지만 내 개인적으로도 만족감이 들었다. '칸' 김동하가 결승 MVP를 받았지만 내심 나에게 돌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Q 롤드컵 우승도 꿈꿨을 것 같다.
A 롤드컵을 치르기 위해 중국에 가기 전에 역대급 전력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 팀에 가서도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 순간은 많았지만 2017년에 대한 기대는 더 컸다.
Q 실제로 16강에서 한 세트도 패하지 않으면서 롱주가 가장 우승에 근접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A 롤드컵 무대에 서본 적이 없는 후배들이 정말 잘해줬다. 롤챔스 결승에서도 떨지 않았던 선수들이긴 하지만 롤드컵에서도 안 떨더라. 그렇지만 8강에서는 달랐다. 삼성 갤럭시(현 KSV)가 정말 좋은 기량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Q 어떤 점이 이전의 삼성과 달랐나.
A '코어장전' 조용인이 정말 잘했다. 팀이 지기도 했지만 하단 듀오의 라인전에서 조용인이 역대급 플레이를 보여줬다. 조용인이 자이라와 타릭을 잘 다룬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롤드컵 때 타릭이 전성기를 맞으면서 슈퍼 플레이를 자주 보여줬다.
Q 조용인과 본인을 비교하면 어떤가.
A 나는 정통 서포터라고 한다면 조용인은 원거리 딜러에서 포지션 변경을 한 서포터다. 이 경기를 치르기 전까지 내가 서포터 경험이 많기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패한 뒤로 많이 배웠다.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방심하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준 선수가 조용인이다. 2017년 '울프' 이재완, '마타' 조세형을 상대할 때에도 버거웠지만 롤드컵에서 만난 '코어장전' 조용인은 정말 산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이뤄 놓은 것만으로 안주하면 안된다는 자극제가 됐다.
Q 2018년 스프링에서 킹존 드래곤X는 이전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강해졌다. 무엇이 달라졌나.
A 18년 시즌을 앞둔 우리 팀은 변화를 최소화했다. 기존 멤버들을 다 잡았고 '피넛' 한왕호를 영입하면서 전력이 보강됐다. 2명의 정글러 모두 공격적인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보완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정글러 출신 지도자인 '액토신' 연형모 코치가 합류하면서 정글러를 중심으로 한 피드백이 정교해지고 늘었다. 한왕호가 SK텔레콤에서 피드백하는 방식을 배워와서 공유했고 연 코치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용이 풍성해졌다. 정글러 간의 융화가 이뤄진 것 같다.
Q 나이 어린 선수들과 생활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가.
A 내 나이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어렵지는 않다(웃음). 요즘 선수들과 프로게이머 초년생 시절의 나는 확실하게 다른 것 같다고 느낄 때는 있다. 나진에 들어갔을 때 나는 박정석 감독, '엑스페션', '프레이'. '카인', '쏭', '세이브' 등 구성원들의 이름과 아이디만 봐도 위축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요즘 선수들은 유명세에 기가 눌리지 않는다. 누구를 만나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고 실제로도 자기 플레이를 보여준다. 내 초창기보다는 훨씬 당돌한 것 같다.
◆아쉬움이라는 단어가 없는 2018년이 되길
2013년부터 프로게이머를 시작한 강범현은 어느새 6년차가 됐습니다. 역사가 길지 않은 e스포츠 업계에서 6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죠. 지난 6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많이 떠오른 단어는 '아쉬움'이라고 이야기하는 강범현은 2018년에는 그 단어를 쓰지 않고 싶다고 했습니다.
Q 개띠로서 황금 개띠해를 맞은 소감은 어떤가.
A 특별한 느낌은 없다.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정도?(웃음)
Q 올해 세운 목표가 있나.
A 선수로서, 주장으로서 2018년 목표는 당연히 롤드컵 우승이다.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지 않는 해가 되길 바란다. 늘 후회하고 아쉬움이 남았지만 성적이 어떻게 됐든지 올해가 지난 뒤에는 누구의 부정도 받지 않고 '고릴라 1년 동안 잘했다'라는 내외의 평가를 받고 싶다. 킹존 드래곤X가 순항하는 가운데 고릴라가 주장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싶다.
Q 너무나 공적인, 팀적인 목표를 이야기한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목표는 없나.
A 내외적으로 멋있는 사람이 되자라고 세웠다. 최근에 다이어트를 하면서 살을 빼고 있다. 프로게이머를 막 시작했을 때 66 킬로그램이었는데 얼마 전에 몸무게를 재보니 76 킬로그램까지 늘었더라. 충격을 받아서 다이어트를 시작했는데 68 킬로그램까지 뺐다. 인터넷에서 내 과거 사진을 찾아서 저장했고 살이 한창 올랐을 때 사진과 비교하면서 계속 자극을 받았고 8 킬로그램 감량에 성공했다. 프로게이머로 연차가 쌓이면서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다는 것도 조금 자랑스럽다.
Q 혹시 롤모델로 삼은 사람이 있나.
A 아버지다. 북센이라는 곳의 대표 이사직을 맡고 계시는데 이 직장이 아버지의 첫 직장이다. 30년 넘게 근속하고 계시면서 평사원부터 대표까지 역임하셨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고 나 또한 은퇴라는 길을 걷겠지만 최대한 오래 선수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아버지를 보면서 갖게 됐다.
Q 이를 위해 몸 관리를 하는 것인가.
A 몸 관리, 건강 관리도 프로게이머 생활을 오래 하기 위한 기본이겠지만 다른 목표를 세웠다. 선수 생활에 집중하기 위해서 연애를 포기하기로 했다. 워낙 모태 솔로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연애하느라 시간을 쓰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봤고 선수로 뛰는 동안에는 연애를 자제하기로 했다.
Q 자체 연애 금지라는 이야기인데,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A 2017년 롤드컵을 치르면서 '코어장전' 조용인이 산처럼 느껴졌다. 이재완, 조세형 등 기존에 있던 서포터 경쟁자들에다가 조용인이 합류했다. 올해 시즌을 치르면서 아프리카 프릭스의 '투신' 박종익이 치고 올라왔고 유럽에서 활동하면서 경험을 더 쌓은 bbq 올리버스 '이그나' 이동근도 두려운 존재가 됐다. 아이디어가 좋은 MVP '맥스' 정종빈, 락스 '키' 김한기 등도 기량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동안 잘해왔다고 나에 대한 평가가 계속 좋으리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정점을 찍었기에 내려올 일만 남았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내 자리를 지켜내고 성장하기 위해서라는 더 집중해야 하고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 아쉬움이 없으려면, 그 단어를 쓰지 않으려면 뭔가 희생해야 하고 내가 택한 희생양은 연애다.
Q 2018년을 맞이하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시기를 바라지만 건강을 잃어가면서 목표를 이루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건강이 최고다. 발전하는 킹존 드래곤X에 많은 응원 부탁드리며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기지 않는 '고릴라'가 되겠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