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치 않은 경우지만 프로게이머 중에도 친형제가 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팀 템페스트의 '하이드' 진경환, '락다운' 진재훈은 같은 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형제 프로게이머. 두 사람은 최고의 동료로서 소속팀 템페스트를 상위권 팀으로 도약시켰는데, 동료가 아닌 형제의 모습은 '현실 그 자체'였다.
둘도 없는 게임 친구에서 같은 팀 동료가 되기까지. 조금은 서먹한 형제애에 달큰한 동료애가 더해진 진경환, 진재훈 형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먼저 부탁드려도 될까요?
A '하이드' 진경환=템페스트에서 지원가를 맡고 있는 '하이드' 진경환입니다. 제가 원래 주장이었는데 이번에 동생에게 넘겨주게 됐어요.
A '락다운' 진재훈=템페스트에서 어쌔신 포지션을 맡고 있는 '락다운' 진재훈이라고 합니다.
Q 형제가 같은 팀에서 선수로 활동하는 일은 정말 흔치 않은데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즐기셨나요?
A 진경환=아버지가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것을 보고 게임에 대해 알게 됐어요.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어릴 때는 컴퓨터가 한 대여서 둘이서 하는 플래시 게임을 많이 했어요.
A 진재훈=저는 지뢰찾기도 많이 했던 기억이 나요.
Q 컴퓨터가 한 대였으면 많이 다퉜을 것 같은데요?
A 진경환=적당히 조율했어요. 그래서 같이 하는 게임을 많이 했죠. 또 그 때는 컴퓨터 말고도 할 것이 많아서 별로 싸우진 않았어요.
Q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A 진재훈=어릴 적부터 블리자드 게임을 많이 했어요. 스타크래프트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히오스에 블리자드 영웅들이 다 나온다고 해서 관심이 생겼어요. 클로즈 베타 때부터 시작했죠.
A 진경환=이전부터 AOS를 많이 했어요. 카오스, 리그 오브 레전드 등 동생이랑 같이 했었죠. 히오스가 새로 나온다고 해서 봤는데 기존 AOS랑은 느낌이 굉장히 다르더라고요. 아이템도 없고, 신기한 요소들이 많았죠. 그래서 해봤더니 제 성향과 잘 맞아서 정말 많이 했어요. 하루에 25판 정도? 자는 시간 빼고는 다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렇게 못 하겠지만요(웃음). 그 땐 정말 어떻게 했지? 큐(게임 대기열 시간)도 600초 걸리던 때인데.
A 진재훈=그 때 신규 캐릭터가 아눕아락이었잖아?
Q 정말 모든 게임을 함께 하셨나봐요.
A 진재훈=게임 친구였죠.
A 진경환=재밌는 것 있으면 서로 알려주면서 같이 했던 것 같아요.
Q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과정도 들을 수 있을까요?
A 진경환=처음부터 선수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어요. 프로라는 개념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동생이 비공식 랭킹 사이트에서 1위를 달성했어요. 원래도 네임드였는데 때마침 대회가 생겨서 '이름을 알려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했죠. 우승은 못 했는데 아마추어 고수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프로 팀에서 연락 오고,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을 먹은 것 같아요.
Q 그렇게 형제가 모두 프로로 데뷔한 것이군요. 이 쯤되니 가족 분들의 반응도 궁금해요.
A 진경환=부모님이 반대를 하진 않으셨어요. 너희가 정말 해야 겠다면 하라고, 말리지 않겠다고 하셨죠. 이왕이면 같은 팀에서 활동하면 좋겠다고는 하시더라고요. 서로 상대로 만나면 누군가는 져야하니까요. 지금은 같이 하니까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A 진재훈=같이 이기고 있으니까 좋아하시는거야.
A 진경환=아니야. 성적이 안 좋을 때도 좋아 하셨어.
Q 닉네임은 어떻게 지으신 거예요?
A 진재훈=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좋아하거든요. 3편을 보는데 '락다운'이라는 캐릭터가 저격 총을 들고 나오는 거에요. '핵 멋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 게임 닉네임은 무조건 락다운으로 지어야겠다 싶었어요. 마침 히오스를 접하게 됐고요.
A 진경환=제가 처음에 했던 캐릭이 노바였는데 어울리는 닉네임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하이드'로 정했어요.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전 제 닉네임에 만족하고 있어요.
A 진재훈=전 겉 멋이 들어 있는 닉네임이 좋아요. 그래서 제 닉네임이 굉장히 만족스럽고요.
Q 형제 프로게이머라 얻는 이점이 있을까요?
A 진재훈=상금이 두 배로 들어오죠!
A 진경환=단점도 있어요. 저희끼리 충돌했을 때 동료들이 케어를 해줄 수가 없거든요. 저희 입장에서는 싸우고 끝인데 동료들은 '조금 심한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 때도 있고요.
A 진재훈=형제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경우가 종종 나왔죠. 초반기의 얘기고 최근엔 없었어요.
A 진경환=장점은 팀의 구심점이 된다는 것? 아무래도 안정적이니까요. 이길 때 같이 이길 수 있어서 좋고요.
A 진재훈=이것도 있어요. 저희가 우승하면 트로피를 누가 가져갈 지 가위바위보를 하거든요. 그 때 저희가 조금 더 유리하죠. 아쉽게도 이긴 적은 없지만요(웃음). 확률은 높은데 가위바위보를 못 하더라고요.
A 진경환=그래도 트로피에는 별로 욕심이 없어서 괜찮아요.
A 진재훈=단점은 졌을 때 상금이 두 배로 떨어진다는 점 정도인 것 같아요.
Q 두 선수는 본의 아니게 합숙(?)을 하고 계시는데요. 연습할 땐 누가 더 잔소리가 많은가요?
A 진재훈=제가 조금 더 많이하는 것 같아요. 서로 크게 신경쓰지 않다가 건수가 생기면 잔소리하죠.
Q 형제로서의 서로는 어떤가요? 서로는 어떤 형, 동생이에요?
A 진경환=지금도 게임적으로 부딪힐 때가 가끔씩 있어요. 아무래도 4년 째 같이 해오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게임 안에서는 믿을 수 있는 존재예요. 게임 밖에서는 각자 할 것 해서 부딪힐 일이 없어요.
A 진재훈=찾으면 있는 존재? 찾지 않아도 뒤에서 든든히 받쳐 준다는 느낌이에요. 인터뷰니까 이 정도는 말 해야지.
A 진경환=사실 저는 동생이랑 같이 인터뷰 하는 것이 신기해요.
A 진재훈=평소에 다른 사람 앞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무뚝뚝한 표정으로 진행된 방송 인터뷰에 대해 묻자)감정이 얼굴 표정에 드러나는 스타일이에요. 그 때는 별 생각 없었어요. '인터뷰 하는구나' 했죠.
A 진경환=그 때 표정은 중립 0.9였어요.
A 진재훈=의도된 표정은 아니었어요. 인터뷰에 '홍코노'와 각별한 사이라고 적어주세요. 어색해서 그런 것 아니라고. 그럼 좋아할 거예요.
Q 그럼 선수로 봤을 때는 어떤가요? 서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세요?
A 진경환=실력을 두고 봤을 때 스타 플레이어가 될 자질이 충분히 있는 것 같아요.
A 진재훈=형은 지원가인데다가 톱 플레이어잖아요. 대체하기 힘든 자원이에요.
A 진경환=만약 동생이 실력이 부족했으면 같이 안 했을 거예요. 프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잖아요.
A 진재훈=프로는 정으로 게임하면 큰일나요.
Q 서로에게 부러운 점, 고쳐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진재훈=설명을 잘하는 것이 부러워요.
A 진경환=항상 냉정함을 유지하는 성격이요. 멘탈적인 부분이 저보다 나은 것 같아요.
A 진재훈='무'를 생각하면 돼요. 영웅 리그에서 누가 '트롤'을 해도 '1은 1이요, 2는 2다' 무념무상으로 해요. 그런 면은 형이랑 조금 다르더라고요.
A 진경환=요새는 화나 짜증을 덜 내긴 하는데 내면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해요.
A 진재훈=그런데 요새 영웅 리그 매칭이 이상해요. 개선이 반드시 필요해요. 매번 문의하면 '전달하기 힘들다.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하시는데 하나무라는 바로 패치됐잖아요.
A 진경환=북미 지역에서 맵이 이상하다고 하니까 바로 없앴는데, 한국은 피드백이 조금 느린 것 같아요.
A 진경환=버그도 마찬가지고요. AOS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이 안 돼 있으니 개선됐으면 좋겠어요.
Q 최근 2018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글로벌 챔피언십 코리아(HGC KR) 페이즈1에서 템페스트가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두 선수 중 누구의 기여도가 더 높다고 생각하시나요?
A 진재훈=형제니까 반반이요.
A 진경환=사실 저희는 '사인' 윤지훈의 버스를 타고 있어요.
A 진재훈=가정이 있는 아버지는 강하다.
A 진경환=유부남이 강한 것으로 하자. 요새 지훈이의 폼이 많이 올라왔더라고요.
A 진재훈=맨날 분유값 벌어야 한다고 열심히 해요.
Q 게임 재능은 누가 더 많은 것 같아요?
A 진경환=저는 제가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 노력파고, 동생이 재능파죠.
A 진재훈=전 재능이라기 보단 게임에 몰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A 진경환=그게 재능이야. 나는 질릴 때도 있어.
A 진재훈=O형이라 그런가?
Q 설날인만큼 서로에게 덕담 한 마디 해주세요!
A 진경환=올해는 블리즈컨 가자! 트로피 꼭들고 싶다.
A 진재훈=형의 복을 받아서 우승할게. 한 명한테 복 몰아주고 우승하자!
Q 올해 목표도 들어볼 수 있을까요?
A 진재훈=전승 우승이요. 세트는 모르겠고, 모든 경기에서 승리해 월드 챔피언십에서 진출, 우승하고 싶어요.
A 진경환=스폰서를 구하고 싶어요. 우승해서 좋은 스폰서를 구하고, 동료들이 안정적으로 게임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Q 어느덧 인터뷰가 마무리 됐네요.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 있으세요?
A 진경환=이제 HGC KR 경기 직관이 가능하잖아요. 팬분들이 가게에 찾아와 주시면 정말 힘이 돼요. 2018 시즌에도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항상 감합니다.
A 진재훈=빛을 발한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팬분들이 많이 와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어렵게 시간 내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곱하기 200번이요! 관객석에서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래서 프로 하는구나'란 생각이 들어요. 다시 한 번 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설 연휴 잘 보내세요!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