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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LOL에서 오버워치와 배틀그라운드로…새로운 길 걷는 블라썸 박시한 감독

[피플] LOL에서 오버워치와 배틀그라운드로…새로운 길 걷는 블라썸 박시한 감독
박시한 감독에게 있어 2017년은 기쁨과 슬픔, 설렘과 아쉬움이 공존했던 한해였다. 자신이 이끌던 리그 오브 레전드 팀 에버8 위너스가 롤챔스 승격과 강등을 연이어 겪었기 때문이다.

에버8은 롤챔스 2017 서머 스플릿에 출전하며 현재 아프리카 프릭스에서 톱 라이너로 활약하고 있는 '기인' 김기인을 비롯해 터키 리그의 로열 밴디츠로 이적한 '말랑' 김근성과 '셉티드' 박위림 등 유능한 신인들을 배출했다. 하지만 팀은 끝내 승격강등전에서 살아남지 못하며 2부 리그인 챌린저스 코리아로 회귀하고 말았다.

"이전과 달리 최상위 리그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 내 뜻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고요. 예전엔 이런 선수들만 있으면 우승할 수 있겠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좋은 선수들을 가지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어요. 하지만 지난 몇 년보다 많이 배운 시즌이기에 만족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전에는 환경이나 못하는 선수들이 있으면 그걸 부진의 이유로 삼았다면, 이번엔 감독으로서 제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된 것 같아요. 승강전은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선수들이 부담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정말 아쉬워요.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것들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다들 성장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롤챔스에 잔류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지만 한 스플릿 만에 지난 몇 년보다 많은 것을 배웠다는 박 감독이었다.

박시한 감독은 2013년 대만 지역 리그에서 e스포츠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시즌1부터 게임을 플레이했던 박 감독은 상위권에 랭크된 덕에 많은 해외 선수 및 관계자들과 인맥을 형성할 수 있었고, 자연스레 제안을 받아 코치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사실 이전에도 대기업 팀에서 코치 제안이 왔었지만 당시는 e스포츠 시장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고, 대학교도 졸업해야 한다는 생각과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거절했다고. 박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기회가 있었는데 거절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홍콩의 CGA 팀을 이끌었던 박 감독은 이후 일본으로 넘어가 라스칼 제스터, 세븐스 헤븐의 감독을 역임했다. 한국이 아닌 일본을 택한 이유는 e스포츠의 '블루오션'이라 생각했고, 만들어진 곳보다 새로운 곳에서 본인만의 스타일로 지도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박 감독은 비록 일본에서 우승 타이틀은 따내지 못했지만 지도자로서 경력을 쌓을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2017 스프링 스플릿 때 에버8 위너스에 합류하면서 국내 무대에 데뷔, 팀을 롤챔스 무대로 이끌었다.

[피플] LOL에서 오버워치와 배틀그라운드로…새로운 길 걷는 블라썸 박시한 감독

롤챔스를 경험하며 지도자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는 박 감독은 이제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박 감독은 최근 주식회사 마크오가 운영하는 프로게임단 블라썸에 합류했다. 블라썸은 현재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과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종목에서 팀을 운영하고 있다. 박시한 감독은 이중 오버워치와 배틀그라운드 팀을 맡게 됐다. 블라썸 오버워치 팀은 컨텐더스 코리아 출전을 앞두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감독으로서 오버워치라는 종목이 생소해보이지만 한 때 카운터 스트라이크 종목에서 선수로 뛰었던 만큼 FPS 게임에 조예가 깊은 박 감독이기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마크오가 운영했던 GC 부산의 초기 세팅 역시 박 감독이 맡았었다. 에버8에 합류하기 전 박 감독은 오버워치 팀 준비 작업을 담당했고, 함께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코치 활동을 했던 25년 지기 친구 이호철 감독에게 GC 부산의 사령탑을 맡겼다. GC 부산을 에이펙스 로열로더로 이끌었던 박창근 코치를 발탁한 사람 역시 박시한 감독이었다. 박창근 코치는 박 감독의 대학교 후배다. GC 부산이 오버워치 리그의 런던 스핏파이어로 넘어가면서 박창근 코치 역시 런던의 일원이 됐고, 이호철 감독은 서울 다이너스티 코치로 부임하게 됐다.

"어떻게 말하면 제가 감독과 코치를 다 세팅해놓고 나온 입장이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시즌 중 팀을 키워낸 것은 둘이기 때문에 지금은 이호철 코치와 박창근 코치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고 있죠. 새로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역시 평소 즐겨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종목이 바뀐다고 해서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네요."

[피플] LOL에서 오버워치와 배틀그라운드로…새로운 길 걷는 블라썸 박시한 감독

자신감에 차있지만 부담감도 물론 느낀다. GC 부산이 이룬 로열로더라는 타이틀의 무게감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박시한 감독에 따르면 현재의 블라썸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락스 타이거즈'와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그 부담감 때문에 오버워치 팀을 맡는 것에 대해 거절할까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부담감 때문에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 보다 후회 없이 해보자는 평소 소신 때문에 블라썸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꼭 로열로더가 아니라도 감독이나 코치,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다 똑같을 것 같아요. 부담감에 발목이 잡히거나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사실 부담감은 모든 상황에서 모두가 겪는 일이니까요. 부담감은 필드에서 하나의 기본 요소라고 봐요. 부담감을 극복하고 원하는 목표를 이뤘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더욱 크죠."

부담감을 역으로 이용하겠다는 긍정적 자세의 박 감독이었다. 박 감독은 오버워치뿐만 아니라 배틀그라운드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언제나 목표는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겁니다. 목표는 항상 높게 잡는 편이에요. 목표를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낙오도 있을 수 있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지만, 우승을 위해 달려가는 것이 프로팀의 자세라고 봅니다. 배틀그라운드의 경우엔 운이 따르고 불확실한 요소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잘하는 팀들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죠. 좋은 성적을 내는 확률을 높이는 게 연습이고, 우리 팀만의 색깔을 가지고 연습을 진행할 계획이기 때문에 시기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최대한 빨리 상위권에 가도록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

박 감독은 GC 부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최근 2명의 새로운 코치를 영입했다. 자신의 제자였던 '헬퍼' 권영재와 '엘라' 곽나훈이 그 주인공이다. 현재 권영재는 오버워치 팀 코치를, 곽나훈은 배틀그라운드 팀 코치를 맡고 있다. 코치 발굴에 있어 좋은 안목을 가진 박 감독이 프로게이머 출신의 두 코치를 어떻게 성장시킬지 관심을 모은다.

박시한 감독은 인터뷰 말미에 리그 오브 레전드 감독으로서 여전히 미련이 남는다고 했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종목보다 e스포츠 전체에서의 욕심이 더 크기 때문에 과거의 실수나 부진을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성적보다는 다양한 경험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가는 길이 바뀌었어도 그가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다.

다듬어지지 않는 길을 걷고 있는 박시한 감독과 블라썸이 2018년에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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