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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PWM에 '재미있는 바람'을 불러 온 김기열 해설위원

[피플] PWM에 '재미있는 바람'을 불러 온 김기열 해설위원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워페어 마스터즈 프로 투어(이하 PWM)가 지난 5월 14일 막을 올렸다. e스포츠로 발전해 나가는 배틀그라운드의 성장 과정. 그런데 대회 만큼이나 PWM의 새로운 목소리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개그맨 김기열이 해설위원으로 참가한 것이다.

김기열의 배틀그라운드 사랑은 소문이 자자하다. 배틀그라운드로 진행하고 있는 개인 방송과 다양한 콘텐츠만 봐도 그 애정이 얼추 가늠된다. 여기에 플레이 타임이 2,500 시간에 달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정말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애정과 공식 리그 해설위원은 전혀 다른 맥락의 이야기다. 공식 리그 해설은 단순한 애정 이상의 지식과 주관이 있어야 한다. 김기열이 제안을 받은 뒤 망설이고 또 망설인 이유. 자신의 서투름에 "개그맨이 왜 중계를 하고 있냐"는 말이 나올까 봐 두려웠다.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김기열은 끝내 중계복을 입고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얍삽한 플레이'를 좋아한다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의 전투 심리전을 짚어 주고, 중계진의 분위기를 밝게 띄울 요량이다. '김기열스럽게' 말이다.

Q PWM 해설로 뵙게 될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본업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어떻게 결심하셨나요?
결정하기 어려웠죠. 제가 일반 대회나 커스텀은 많이 열어 봤고, 거기서 중계랑 옵저빙도 해봤는데 PWM은 공식 프로 리그잖아요. 재미 삼아 하는 중계가 아니라 본격적이고 전문적이어야 하는. 걱정도 많이 됐어요. 가령 제가 '왜 저렇게 잡히죠?'하면 '넌 뭔데? 얼마나 잘 하길래 멋대로 판단해?'라는 비판을 들을 수 있잖아요. 부담이 상당했죠.

사실 처음엔 캐스터 쪽으로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해설이더라고요. 거절 할 타이밍을 놓쳤어요(웃음). '못 할 것 같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다음 주에 꼭 해야겠다 하다가 '안 되겠는데?' 싶어서 미루고. '미팅에서 꼭 얘기해야지'했는데 PD님이 커피도 사주시고 부담 갖지 말라고 잘 대해주셔서 또 미루고. 나중에 얘기를 꺼내긴 했는데 '이제와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늦은거죠.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와서, 나름 공부했어요. 오래 해설해 온 분들의 노하우를 따라 잡을 순 없겠지만요.
[피플] PWM에 '재미있는 바람'을 불러 온 김기열 해설위원

Q 공부라면 어떤 부분이었나요?
제가 개인 방송을 하다보니 게임을 하루에 8시간 씩 하게 되더라고요. 배틀그라운드를 2,500 시간 정도 했어요. 게임은 많이 해 봤고, 또 이런 저런 준비를 했는데 우선 명칭을 다시 한 번 정리했어요. 멕시코 출신 개그맨 김성원 씨라고 있는데 3개 국어를 하는 친구거든요. 그 친구한테 물어서 미라마의 정확한 명칭을 배웠습니다.

Q 1년 넘게 배틀그라운드를 즐기셨잖아요. 이젠 '데드 아티스트'의 오명을 벗어나셨나요?
실력보다는 소통 능력이 상승했어요. 실력은 변화가 없는 것 같아요.

Q 저격 총기에는 여전히 약하신 것 같아요.
아뇨, '스나'도 잘 해요. 일부러 안 쓰는 거예요. 무조건 앞에 나가서 싸우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돌격병이에요. '마이크로 우지(Micro UZI)'랑 '사이가(S12K)'를 좋아해요. '엠포(M416)'로 '단발 광클'하는 것도 재밌고요. '윤루트' 윤현우 선수도 그렇게 쓰잖아요. 그런데 '윤루트'가 하면 잘하는 거고, 내가 하면 '왜 단발 쓰냐'고 해요.

Q 배틀그라운드는 결국 운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우리 수준에서는 마지막 안전 지대가 우리 집에 잡히면 끝이잖아요. 상대 진영에 걸려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프로 대회에서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자기장 운도 뛰어 넘을 만한 실력을 가진 분들이 많거든요. 대회를 계속 보면 에임 능력은 비슷하고, 오더와 파밍 상태가 승부를 가르는 것 같아요. 위치 잡는 능력도 중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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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개그맨'의 본능에 따라 '해설도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전혀 없어요. 웃음에 대해서 저한테 기대하시는 분이 없거든요(웃음). 주위 개그맨들 얘기를 들어보면 지나가다 마주치는 분들이 '웃겨 봐, 웃겨 봐'해서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요. 너무 편해요. 그리고 행사에 가면 제가 워낙 안 웃기는 이미지니까 조금만 웃겨도 '쟤 되게 웃기네'하거든요. 게임 방송도 그렇고요. '알고 보니까 웃긴 애였구나' 하는. 해설도 그래요. 웃기겠다는 부담은 없고, 말이 많아서 조금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Q 말이 많은 편이신가요? 한번 씩 툭툭 터져 나오는 '드립'도 기대돼요.
드립이 아니고 그냥 말이에요. 재미없는 얘기도 계속 해요. 해설을 보면 스포티비게임즈가 제일 전문적이더라고요. 다른 방송사는 노는 분위기가 있는데 여긴 진중해요. 중계진의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제가 밝은 분위기를 끌어내고 싶어요. 대중적으로 누구나 대회를 즐길 수 있도록요.

Q 해설위원마다 집중적으로 다루는 분야가 있는데요. 김기열 해설은 어떤 부분에 집중 할 생각이신가요?
제가 게임을 얍삽하게 잘 하거든요. 얍삽한 지역도 많이 알고요. 전투력이 약하니까 지형지물을 많이 이용해서 게임을 해요. 어디에 숨어 있으면 유리한지도 알고. 그런 부분을 짚어 줄 생각이에요.

Q 해설을 하려면 팀과 선수에 대한 정보가 많아야 하잖아요. 많이 만나보셨어요?
일부러 피했어요. 친분을 쌓으면 중계에 사적인 얘기가 들어갈 것 같아서요.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할 생각이에요.

Q 해설에 있어 기대되는 점, 걱정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개그맨이 왜 여기 있냐?"는 얘기를 들을까 봐 걱정돼요. 좋게 얘기하면 '형이 왜 여기서 나와'고요. 개그맨이 잘 하지도 못하면서 저기 앉아있냐는 반응이 나올까 봐 우려돼요. 그럼에도 선수들의 플레이가 제 목소리를 타고 전달된다는 것이 기대되고요. 이런 선수들의 경기를 중계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기분 좋죠.

Q 대회를 많이 개최하시면서 옵저빙, 중계도 많이 하셨잖아요. 이와 관련한 소소한 팁이 있을까요?
옵저빙을 보면 너무 빨리 돌아가요. 어린 친구들은 보기 편할 수도 있는데 나이가 좀 들면 볼 만할 때마다 넘어가니까 힘들거든요. 마지막 전투 땐 어쩔 수 없지만 초반에는 잡아 둔 상황을 진득하게 설명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옵저빙 할 때 처음엔 고정해두고 상황을 얘기하고 넘어가요. 절 옵저버로 섭외했어도 좋았을 것 같아요.
[피플] PWM에 '재미있는 바람'을 불러 온 김기열 해설위원

Q 공식 리그 해설위원이 되셨습니다! 앞으로의 각오를 들려주세요.
주변 개그맨들이 되게 놀라워 해요. "어떻게 중계를 하지?"하면서요. 기대에 부응은 못 하겠지만 노력해 보려고요. 첫 중계 땐 말을 굉장히 아끼면서 분위기를 파악하고, 조금 편안해지면 바꿔보고 싶어요. 너무 장난스럽지 않게, 정도 있게 밝은 분위기요. 그러려면 중계진끼리 친해져야겠죠. 성승헌 캐스터님은 일을 많이 하시니까 친해지면 저한테도 조금 주실 것 같고(웃음).

Q 시청자와 팬분들께도 한 마디 해주세요!
개인 방송을 하다보면 '개그맨이 게임을 왜 이렇게 많이 하냐'고 하세요. 잘못 알고 계신 거예요. 개그맨이 게임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게임을 엄청 많이 하던 애가 개그맨이 된 거예요. 제가 1993년 초등학생으로 게임 대회에 나가서 6등을 한 사람이에요. '레인보우 식스' 개인 래더 1위를 한 적도 있고, '아바'도 100위 안에 들었고요. 배틀그라운드 방송 보시는 분들이 '더럽게 못 한다'고 하시면서 못 믿는데 진짜 방송 안 키고 하면 잘할 수 있어요. 정말로. 자부심이 있어요. 저는 게임을 사랑하고 평생할 거예요. 80살 돼서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게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중계도 그 마음에 기반해 열심히 할 테니 잘 부탁 드립니다.

정리=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사진=신정원 기자 (sjw1765@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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