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특집 인터뷰를 그동안 해왔던 방식으로 하면 재미가 없겠죠? 어윤수 역시 “뭔가 의미 있는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하더군요. 그래서 이번 어윤수 인터뷰는 1부터 10까지 숫자와 어윤수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어윤수의 프로게이머 10년의 시간을 숫자와 함께 돌아보는 시간, 어윤수는 과연 숫자들과 어떤 인연을 맺었을까요? 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숫자 '2'는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인연일까요? 지금부터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어윤수의 '1'
어윤수에게 1은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숫자인 것 같습니다. 아직 정규시즌에서 우승한 적이 없었던 어윤수에게는 오히려 2라는 숫자가 더 어울리죠. 하지만 준우승만 7번 한 그는 진정한 스타크래프트2 최강자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어윤수의 1은 우리의 생각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어윤수는 자신이 세계 최강인 줄 알았던 중학교 1학년 때 시절을 추억했습니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자신이 스타크래프트를 가장 잘하는 줄 알았다고 하네요. 물론 그의 꿈은 몇 달 지나지 않아 근처 한 중학교 고수에게 처참히 패하며 깨지고 말았지만요.
◆어윤수의 새로운 시작 '2'
어윤수는 '2'라는 숫자를 준우승으로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준우승보다 더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이 바로 '2'라는 숫자와 연관이 돼 있기 때문이죠. 그는 2008년 2월에 처음으로 프로게이머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어윤수는 원래 어떤 팀 소속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가 2008년 1월 우연히 참가한 아마추어 평가전에서 SK텔레콤 박용운 감독의 눈에 들었다고 하네요. 박용운 감독은 그 자리에서 평가전 그만하고 숙소로 가서 테스트를 보자고 했고 어윤수는 SK텔레콤이라는 회사 이름만 보고 곧바로 짐을 싸서 따라갔습니다.
그리고 그는 테스트에서 당시 저그 잘 잡는 테란으로 평가 됐던 SK텔레콤 전상욱을 이겼다고 합니다. 박용운 감독은 곧바로 어윤수에게 2월에 있는 드래프트에서 자신의 팀으로 선발하겠다는 의견을 전했다네요. 그렇게 2월, 어윤수의 운명은 드라마처럼 바뀌었습니다.
◆어윤수에게 '3'은 믿을 수 없는 숫자다
프로게이머 중 공부를 잘했던 선수는 몇 명 있었지만 그 선수들이 프로게이머로 톱 자리에 오른 적은 없었습니다. 아마도 어윤수가 최초의 선수가 될 것 같네요. 어윤수의 중학교 때 최고 성적은 놀랍게도 전교 3등이라고 합니다.
더군다나 사람이 많지 않은 시골학교도 아니고 학생 수도 많고 경쟁도 심했던 서울에서 전교 3등을 했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이 정도 성적을 거둔 학생이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했다니 믿기지 않더군요.
신기하게도 어윤수의 부모님은 그의 꿈을 지원해줬다고 합니다. 아마 다른 부모님들이라면 전교 3등 하는 아들이 프로게이머를 한다고 했을 때 지지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윤수 부모님은 그를 믿어줬고 결국 어윤수는 프로게이머 중에도 최고가 될 수 있었습니다.
◆어윤수의 '4'는 시작이자 아픔이다
어윤수의 방송 경기 데뷔는 4월이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어윤수는 아직도 그 경기를 생생하게 기억하더군요. 당시 MBC게임 소속의 '그림자 테란' 이재호를 만난 어윤수. 하지만 이미 전상욱에게 이겨 팀에 들어왔던 어윤수에게 이재호의 이름은 크게 두려운 상대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신예였습니다. 경험이 없다는 단점을 이재호가 제대로 노렸죠. 이재호는 몰래 멀티로 어윤수의 뒤통수를 제대로 쳤습니다. 그렇게 선배에게 농락(?)당한 어윤수는 데뷔전을 처참하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어윤수는 사실 데뷔전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고 합니다. 워낙 테란전에 자신이 있었고 그 맵에서만 수백번을 플레이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상대가 몰래 멀티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네요. 그때 승부의 세계가 얼마나 냉정한 지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공교롭게 그는 첫 경기 이후 내리 4연패를 기록하며 '4'와의 악연을 이어갔습니다.
◆'5'는 어윤수를 살렸다
그는 2009년 4월 방송 경기 데뷔 무대를 가졌지만 내리 4연패를 기록하며 특급 신예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죠. 그에게는 이제 기회가 거의 없는 듯 보였습니다. 어윤수는 다섯 번째 출전 기회를 얻게 됐을 때 정말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합니다.
다행히 그는 다섯 번째 기회에서 첫 승리를 가져가는데 성공했습니다. 상대는 같은 팀 선배였지만 그때는 공군에 입대했던 박태민. 사실 그 당시 공군에게 지면 '은퇴(?)'를 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죠. 게다가 어윤수는 세 종족전 가운데 저그전을 가장 못했습니다. 어윤수는 더욱 이를 악 물고 경기에 임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덤빈 어윤수는 박태민을 이길 수 있었는데요. 만약 다섯 번째 기회를 잡지 못했다면 아마 우리는 어윤수를 보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5'는 어윤수에게 기회를 준 숫자일 것입니다.
◆어윤수의 운명을 결정 지은 '6'
과연 어윤수는 왜 수많은 종족 가운데 저그를 했던 것일까요. 어윤수의 중학교 때 친구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어윤수는 저그 이외에도 테란과 프로토스 등 세 종족 모두 수준급 실력을 가진 랜덤 유저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 때 자신이 우주 최강인줄 알았던 어윤수가 인근 고등학교에 한 친구에게 처참하게 패한 사건 뒤 그는 한 종족을 전해 열심히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네요. 그리고 그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종족을 정했습니다.
어윤수는 래더에서 열 번의 경기를 랜덤으로 플레이 한 뒤 가장 많이 나오는 종족을 주 종족으로 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10번 중 6번이나 나온 종족이 바로 지금 그가 플레이하고 있는 저그였다고 합니다. 저그는 그에게 그렇게 운명처럼 다가왔습니다.
◆어윤수의 '7'은 웃픈 숫자다.
어윤수에게 7은 정말 무서운 숫자입니다. 7은 그가 스타크래프트2 정규 개인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횟수입니다. 일곱 번이나 결승전에 올라갔지만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으니 그에게 7은 자신을 찌르는 아픔과도 같은 숫자일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윤수는 일곱 번의 준우승 덕분에 스타크래프트2에서 가장 성공한, 유명한 선수가 됐습니다. 누구도 7번이나 결승전을 간 적도 없는 데다 선배 홍진호 덕분에 준우승을 많이 하면 주목을 받은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어윤수는 스타크래프트2에서 가장 성공(?)한 선수로 꼽힙니다.
◆8강을 넘으면 우승이다
어윤수에게는 8과 관련된 기분 좋은 징크스가 있었습니다. 어윤수는 8강을 넘으면 100% 결승에 진출했죠. 2017년 시즌까지 어윤수는 8강 이후 14승0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해 7번이나 결승전에 올랐습니다.
특히 2017년 시즌1에서 어윤수는 진짜 '8강 신'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윤수의 8강 상대는 당시 1억 원이 걸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는 전태양이었습니다. 어윤수는 1, 2세트에서 패한 뒤 이대로 끝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기적과 같이 '패패승승승'으로 승리했고 그 시즌 또다시 결승전에 올랐다고 합니다.
그의 8강 신화는 2018년 아쉽게 깨지고 말았는데요. 2018년 3월 어윤수는 4강에서 김대엽에게 패하면서 아쉽게도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전혀 아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을 먹여 살렸던 8강 징스크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 하네요.
◆어윤수는 '9시'를 가장 좋아한다
어윤수에게 9는 기분 좋은 숫자입니다. 그에게 방송 경기 첫 승을 안겨줬던 박태민과의 맞대결에서 그는 맵 9시에 위치했다고 합니다. 그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어윤수는 방송 경기 긴장감을 떨쳐낼 수 있었고 코칭 스태프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이후로 어윤수는 왠지 9시에 위치하면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맵이 펼쳐졌을 때 자신의 드론이 9시에서 미네랄을 캐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고 하니 그에게 9는 '엔돌핀 숫자'가 아닐까요?
◆과거의 10년 그리고 미래의 10년
지금까지 어윤수의 과거 10년의 이야기를 했다면 마지막 숫자 10 이야기는 미래를 바라보고자 합니다. 사실 어윤수는 앞으로 선수 생활에 제약이 있습니다. 군대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스타크래프트2 리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어윤수는 앞으로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건물주'라고 답한 뒤 소리 내며 크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상형과 결혼해 알콩달콩 살고 싶다는 너무나 현실적인 소망을 전했습니다.
데일리e스포츠와 생일이 같은 프로게이머 어윤수. 그렇기에 더욱 정이 가고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선수 어윤수. 그의 좋은 소식이 앞으로도 데일리e스포츠에서 계속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