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는 가장 체계가 잡힌 e스포츠 종목이다. 지역 아마추어 대회부터 월드 챔피언십까지 이어지는 에코 시스템이 튼튼히 자리매김 했으며, 다수의 팬과 선수를 보유한 만큼 복지에도 남다른 신경을 쓰고 있다.
물론 '가장 체계가 잡혔다'는 말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LoL e스포츠는 걸어왔던 가시밭길 만큼이나 험난한 여정을 앞두고 있다. 특히 2019년 새로운 도전을 앞둔 만큼 채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길동무의 이야기와 도움이 필요한 시기다.
LoL e스포츠와 함께 걸어가고 있는 팬들은 가장 먼저 '선수 보호'에 대해 언급했다. 선수들이 자유롭고, 편하고, 안전하게 경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 팬들이 바라는 점은 그 이후에야 나왔다. 작고 세심한 고민들. 그렇기에 한 번쯤 고민하고, 개선해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SNS를 통해 모은 3명의 팬, 그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다. 이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많은 팬들이 자신의 의견을 보태고, 교류하며 발전적인 팬 문화를 이끌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안녕하세요. 먼저 언제부터 LoL e스포츠를 좋아하셨는지 듣고 싶어요.
A 신예은=2016년부터 경기를 봤어요. 직관은 2017년 초부터 다녔고요.
A 이지예=LoL을 좋아하다가 자연스럽게 e스포츠로 관심이 번졌어요. 작년부터 직관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많이 못 가서 아쉬웠거든요. 이번 서머 시즌은 직관에 집중하려고 휴학했어요. 좋아하는 팀의 경기는 세 경기 빼고 다 보러갔을 거예요.
A 한유림=LoL은 2016년부터 좋아했는데, 그 때만해도 e스포츠 리그에 대해 몰랐어요. 친오빠가 맨날 TV로 e스포츠를 보면 '재밌나? 왜 보는 거지?' 했거든요. '페이커' 이상혁도 몰랐는데, 오빠가 대놓고 무시하더라고요. 그 때부터 검색하면서 관심을 가졌고, 리그를 챙겨보기 시작했죠.
A 예은=처음 LoL을 하면 초보니까 당연히 못 하잖아요. 저도 그랬고, '나는 왜 이렇게 게임을 못할까' 고민하던 시점에 클라이언트에서 경기가 시작한다는 알림을 봤죠. 궁금해서 시청했는데 되게 짜릿했어요. 나는 못 하는 플레이를 선수들은 너무 잘 하니까. 경기를 보면서 대리 만족도 느끼고, 게임 지식도 얻었어요.
Q 어떻게 인터뷰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어요?
A 유림=하고 싶은 말도 있었고, 흔치 않은 자리잖아요. 모집 글을 보자마자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A 지예=제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궁금해서 신청했어요.
A 예은=우리끼리만 얘기하던 팬들이 바라는 점을 기사화하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Q 상암과 강남 경기장을 자주 가보셨을 것 같아요. 경기장의 직관 편의성이나 접근성 등은 어떤가요?
A 지예=개인적으로 둘 다 멀어요. 그나마 접근성은 강남이 편하더라고요. 광역 버스도 많이 다니고, 주변에 카페나 식당도 많고요. 그런데 직관 분위기는 상암이 훨씬 좋아요. 2경기 전에 대기할 장소도 있고, 경기장 의자도 편하고요.
A 예은=지방에서 오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교통편은 강남이 좋은 것 같아요. 상암이 불편한 것이 강남에는 주변에 먹을 곳이 많은데 상암은 없거든요. 승리하고 기쁘면 팬들끼리 모여서 '치맥'이라도 하고 싶은데 마땅한 곳이 없어요. 요약하자면 경기장 내적인 요소는 상암이 좋고, 외적인 요소는 강남이 좋아요.
A 유림=교통편은 강남이 훨씬 좋아요. 접근성도 좋고요. 그런데 넥슨 아레나는 권위가 없어 보여요. 일반 건물에 자리 잡아서 그런지 경기장이란 느낌이 확 오지 않더라고요.
A 지예=경기 전후는 강남이 좋은데 경기 할 때는 상암이 최고예요. 이벤트도 상암이 많거든요.
A 예은=상암은 맵 같은 경기 화면이 가려지는 '시야방해석'이 많아요. 강남은 경기장 자체가 작으니까 경기 화면은 잘 보이죠. 그래도 역시 상암을 이길 순 없어요.
A 지예=강남 경기장의 비싼 자리에 앉으면 목이 너무 아파요. 의자도 불편하고. 뒷 자리에 앉기엔 구조물이 많아서 자세가 불편해져요. 강남 골드석에 앉을 바에는 상암 시야방해석에 앉을 것 같아요.
A 예은=또 맨 앞자리에 앉으면 선수들이 막 지나가잖아요. 그 때마다 선수 보호가 안 된다는 느낌이 들어요.
Q 경기장 시설 중 조금 더 보완됐으면 하는 것이 있을까요?
A 예은=개인적으로 선수들의 흡연 구역이 따로 있었으면 좋겠어요. 강남 넥슨 아레나 경기를 보러 갔을 때 얘긴데요. 1경기가 끝나고 경기장 밖에서 팬들이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2경기에 출전하는 선수가 그 사이를 뚫고 가서 담배를 피시더라고요. 선수는 경기 전에 흡연하러 간 것 뿐인데, 굉장히 부담스러워 보였죠.
A 지예=편의점 가고 흡연하고. 선수들의 심신안정에 필요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팬들과 동선이 같으니까 문제가 생겨요. 선수가 경기 전에 지나가면 가끔 잡는 팬들이 있더라고요. 기쁜 마음은 이해하죠. 좋아하는 선수가 지나가면 얼마나 반가워요. 그런데 모른 척 해주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해요.
A 예은=상암에서도 불편한 상황이 있었어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남자 세 분이랑 같이 탔거든요. 제가 중간 위치였는데, 제 뒤의 두 분이 어떤 선수에 대해 악평을 하더라고요. 그러다 앞을 봤는데, 앞에 있는 사람이 그 선수였어요. 일부러 패배한 것도 아닐텐데 그 좁고 조용한 공간에서 자기 악평을 들으면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경기가 있는 날에는 선수들의 활동 공간을 따로 마련해줬으면 좋겠어요.
Q 경기를 관람할 때 느꼈던 불편한 점은 없나요?
A 유림=경기가 너무 늦게 끝나요. 2경기 3세트까지 가면 집 가는 길이 까마득해지죠.
Q 말이 나온 김에 경기 시간에 대한 얘기를 더 해볼까요?
A 예은=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8시 경기를 늦추거나 당기면 시간 내기가 더 힘들어질 거예요. 저는 '숙박 패키지'를 내는 것도 좋다고 봐요.
A 지예=외국인 분들도 많이 오시잖아요. 주변 호텔과 엮어서 하나의 관광 상품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A 예은=지방에서 상암 경기를 보러 오는 분들을 보면 숙소를 합정, 공덕에 잡으시더라고요. 상암에 있으면 훨씬 편하겠죠.
A 유림=저는 조금 앞당겼으면 좋겠어요.
A 예은=5시 경기가 풀세트로 진행돼 늦게 끝나면 8시 경기를 보러 온 관객들은 멍하니 기다리다 들어가요. 8시 경기까지 3세트를 하면 더 늦어지죠. 이기면 또 팬미팅을 하잖아요. 경기장에서 1박 2일을 하게 되는 셈이에요.
Q OGN과 스포티비게임즈 중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유림=OGN은 해설이 말하는 대로 되고요, 스포티비는 한 대로 말을 해요.
A 예은=OGN에서는 "톱 라이너가 상단에서 '갱'을 맞아 '플래시'가 빠졌다. 그러면 대각선 법칙에 따라 용을 가겠죠? 바텀에서 뭔가 일어날 거예요"라고 예상해줘요. 그런데 스포티비는 벌어진 내용에 대한 과정을 설명하죠.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하고.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내용 같아요. 그래서 보는 사람들이 '중계는 OGN이 훨씬 낫다'하는 것이죠.
A 지예=확실히 OGN에 선수 출신 해설위원이 있어서 더 편한 감이 있어요.
A 유림=스포티비는 한 마디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A 예은=스포티비가 데이터는 정말 잘 활용해요. OGN도 점점 게임 내 데이터를 끌어오고 있는데 스포티비가 빨랐죠. 다만 세 명의 중계진을 봤을 땐 OGN을 따라가기 어려워요.
Q 양 방송사가 새롭게 시도한 '해적방송'과 '단돌한 포인트'는 어떤 것 같으세요?
A 예은=재밌어요. '단돌한 포인트'는 일반 이용자들이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을 잘 짚어줘서 정말 좋아요. 팀 유니폼을 입고 '해적 방송'을 진행하는 것도 팬 입장에서 뿌듯하고요. 또 직관을 가면 커뮤니티 반응을 살펴보기 어려운데, 방송 내에서 짚어주니까 재미가 한층 업그레이드 되는 것 같아요.
Q 올해는 아시안게임이 들어오면서 대회가 더 많아졌잖아요. 프로 게이머에게 대회는 기회라지만, 스케줄이 과한 것은 아닌지 우려도 돼죠.
A 예은=처음 e스포츠 팬이 되기 전에는 선수들의 휴가가 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경기 일정이 굉장히 빡빡하더라고요. 휴가도 짧고, 금세 복귀해야 하고. 문제는 분명히 있는데 어쩔 수 없단 생각도 들어요.
A 유림=요샌 스트리밍도 일이잖아요.
A 예은=스트리밍이 계약으로 진행되다보니 방송 시간 할당량을 채워야 하잖아요. 이해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시즌 경기 다음 날, 경기 있기 이틀 전에는 일정을 조절해줬으면 좋겠어요. 선수들 멘탈 케어가 안될 것 같아요. 경기를 진 다음 날에는 '어그로성 채팅'이 많아지거든요. 채팅 관리를 해주는 매니저들이 있지만 완벽한 방어막이 될 순 없으니까요.
Q 말씀하신 것처럼 경기장 밖에서 선수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개인방송이잖아요. 그런데 선수들이, 혹은 팬들이 상처받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아요. 게임단의 모니터링이 필요한 문제겠죠?
A 예은=아주부 때는 도네이션으로 구독한 사람들만 채팅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지금은 어그로 끌려고 들어오는 팬들이 많아요. 사실 팬이 아니라 '악플러'죠. 방송을 보다 보면 '이런 채팅을 왜 하는 거지?' 싶을 때가 많아요. 모니터링으로 거르고 삭제한다고 해도 워낙 많으니까 선수들이 보게 되죠.
A 지예=SK텔레콤 방송을 자주 보는데, 경기 직후에 험한 채팅이 정말 많아요. 사실 그런 사람들은 사실 어딜 가도 그럴 거예요. 응원이 아니라 자극적인 내용만 찾아서 채팅하고. 인원이 많은 방송은 구독자 채팅을 해야할 것 같아요.
A 예은=정기 구독 시스템이 있잖아요. 시청자가 많은 몇몇 선수들 방송은 구독자만 채팅을 할 수 있게 막아 놓아도 좋을 것 같아요.
A 유림=말씀하신 것처럼 악플러들은 구독자 채팅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뿌리 뽑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악성 댓글을 달아서 선수에게 상처주는 것은 선수와 팬 차원을 넘어 사람 대 사람으로서 하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선수들이 말실수해서 논란이 되는 경우도 많은데, 저는 '선수들은 게임하는 사람이다. 그들을 게임하는 사람으로 두자'고 생각하는 주의에요. 그저 게임을 잘 하는 사람들인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고 이렇게 물고 뜯어야 하나? 하는 것이죠.
A 예은=저는 개인 방송 안에서만큼은 선수가 아닌 한 명의 스트리머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프로 게이머라는 틀을 아예 깰 수는 없겠지만요. 개인 방송 안에서 언행이 조금 더 자유로워지면 선수와 팬 모두가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A 지예=선수들마다 개성이 있잖아요. 이 선수는 게임을 잘하고, 또 다른 선수는 입담과 리액션이 좋고. 경기장 안에선 볼 수 없는 개성들이 개인 방송이나 유튜브에선 드러나요. 그래서 저도 개인 방송은 스트리머로서 개인 방송을 살리는 쪽으로 진행됐으면 좋겠어요. 조심하는 부분도 있어야 겠지만요.
Q 올해 들어 특정 사이트 이용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많았어요.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A 예은=아무래도 e스포츠는 선수나 팬이나 연령대가 낮은 편이잖아요. 심지어 관람하는 팬 중에는 청소년도 많고요. 프로게이머의 영향력이 큰 것을 감안하면, 불건전한 사이트 이용은 분명히 문제라고 봐요. 프로게이머의 격을 낮추는 느낌도 들고요. 이 부분에 있어선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해요.
A 지예=팀마다 처벌 수위도 다르잖아요. 어떤 팀은 방출하고, 어떤 팀은 벌금을 매기고. 그래서 논란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라이엇 게임즈나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규정을 마련해서 공평하게 처벌했으면 좋겠어요.
A 유림=저는 커뮤니티 이용에 대해선 조금 유하게 생각했어요. 말씀을 듣기 전까지는 '좋은 행동은 아니지만 방출은 조금 과한 것이 아닌가?' 싶었죠. 그런데 프로게이머의 품위를 낮춘다는 말을 듣고 생각이 많아지네요.
A 지예=잘못을 저지른 선수 때문에 팀 전체가 비난을 받는 것도 안타깝고요.
A 예은=선수들의 연령대가 어려서 더 그런 것 같아요. 개인 방송을 보면 좋지 않은 말인데 사용한다거나,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이트를 그냥 켜서 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몰라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 교육이 필요하죠.
Q 2019년부터 라이엇 게임즈 주관의 방송으로 바뀌잖아요. 경기장도 종로로 이전하고요. 혹시 새로운 방송, 경기장에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A 예은=선수 전용 흡연 부스 같이 선수들이 자유롭게, 보호 받으며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종로 경기장은 팬들을 위한 공간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잘 설계된 것 같아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A 유림=현재 경기장은 팬들이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해요. 상암에 소파가 몇 개 있지만 서서 기다릴 때가 더 많죠. 올라가서도 계속 서있어야 하고요. 팬들의 대기 장소를 넓게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A 지예=팬미팅 장소가 따로 있었으면 좋겠어요. 상암 경기장 1층에서 팬미팅을 하면, 소파를 다 밀어야 해요. 에스플렉스 센터 자체가 e스포츠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민폐일 수 있고요. 최근엔 e스포츠 명예의 전당에서 많이 하는데, 나무 의자에 신발 신고 올라가시는 분들을 보면 '여기서 안 했으면 좋겠다' 싶어요. 쓰레기도 많이 버리고 갔다고 하고. 선수와 팬이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넓고 쾌적한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Q 곧 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이적 시즌이 다가오고 있어요.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하는 시기인데, 최소한으로 바라는 배려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지예=이적은 당연히 반갑지 않지만 부진한 팀을 응원하는 입장에선 기대되기도 해요. 선수와 팀 모두 서로가 조금 더 행복한 길을 찾을 수 있는 기회니까요. 그리고 이적은 작은 사건이 아니잖아요.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끔 예고라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A 예은=미리 일정을 알려주면 좋죠. 계속 '새로 고침'하는 일은 없으니까요. 이적 시즌에 팬들은 솔로 랭크를 검색하면서 '누구누구는 돌리고 있고, 세 명은 안 돌리고 있다'면서 '세 명은 얘기 중이구나'하고 예상해요. 그런데 정말 이적하더라고요. 팬들이 추측하고 알아맞히게 하기 보다는 '이 때 쯤에 확정된 로스터가 나온다'고 미리 얘기해줬으면 좋겠어요. 진짜 뼈 아픈 것이 서머 끝나고 KeSPA컵을 하잖아요. 서머까지 우리 팀이었던 선수를 KeSPA컵에서 상대 팀으로 만나면 마음이 아파요. 그 경기에서 패배하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이 많아지죠. 선수들이 자신의 경쟁력을 위해 이적하는 것이니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슬픈 시즌이에요.
A 지예=1년 넘게 팀에서 같이 본 선수니까, 팬들에게 마음의 준비 할 시간을 줬으면 좋겠어요.
A 유림=선수들이 의지로 이적하는 것이니, 좋은 곳에 잘 찾아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A 예은='행복롤 해라'라는 마음이죠. 아까 하지 못했던 이야기인데, 요새 연예인들을 보면 악플러에 대해 소속사에서 강경 대응 하거든요. 그런데 선수들은 악플에 대한 관리가 너무 안 되는 것 같아요. 어린 선수들이고, 악플은 봐도 봐도 똑같이 상처 받거든요. 게임단의 대처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Q 게임단, 협회, 방송사, 라이엇, 언론 등 e스포츠 업계 관계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편하게 해주세요.
A 유림=게임단들이 팬들을 조금 더 소중하게 여겨줬으면 좋겠어요. 집에서 편하게 볼 수 있음에도 티켓을 구매하고, 에너지를 소비해서 직관하는 것이잖아요. 팬들이 사랑을 보내줘서 게임단이 활성화되는 것인데,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있는지 의아한 경우가 많아요. 종종 서운하죠.
A 지예=게임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SNS 좀 관리 해주세요! 응원하는 팀의 유튜브 공식 채널 마지막 영상 업로드 날짜가 2개월 전이에요. 다른 팀들은 경기 전후로 사진이 많이 올라오는데, 제가 응원하는 팀은 이번 시즌에 한 번도 없었고요. 경기 외적으로 선수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요소가 SNS라고 생각해요. 조금 더 활성화시켜줬으면 좋겠어요.
A 예은=게임단이 팬들을 생각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번 느꼈죠. 전 또 선수 보호가 잘 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봐요. 방송 채팅 문제도 있고, 팬들이 퇴근하는 선수들을 붙잡고 사진이나 사인을 요청해도 잘 막아주지 않더라고요. 이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어요.
A 지예=게임 내적인 얘기인데, 아칼리 좀 너프했으면 좋겠어요. 리메이크 돼고 너무 세졌어요. 챔피언 삭제했으면 좋겠어요. 스킨도 나오던 챔피언들만 계속 나와서 아쉽고요.
A 예은=원래 리메이크 되면 엄청 좋아지잖아요. 새로운 챔피언 나오면 또 얼마나 좋아요. '진짜 사기인데?'하면 갑자기 확 너프되고. 좋다고 하다가 너프되면 하기 싫어지고. 예전에 프로젝트 애쉬 나왔을 때 한참 꽂혀서 많이 했는데, 스킨 출시 일주일 만에 너프 되더라고요. 상처 받았어요.
A 지예=이렐리아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숙련도 5를 찍을 정도로 많이 했어요. 그런데 너프 됐잖아요. 스킨도 너무 안 나오고. 스킨 없는 챔피언들을 많이 신경써주세요.
A 예은='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방송에서 '경기에서 쓰일 만큼 좋은 챔피언은 2-30개 밖에 안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챔피언 수는 정말 많은데 자주 쓰이는 챔피언은 적잖아요. 자유롭게 픽할 수 있도록 밸런스가 조정됐으면 좋겠어요.
A 지예=그래서 '바이퍼' 박도현 선수가 티모를 픽했을 때 많이 놀랐어요. 그런 챔피언이 자주 나왔으면 좋겠고요.
Q 팬 활동을 하면서 '소외됐다, 등한시됐다'는 기분을 느낀 적은 없나요?
A 지예=스포티비게임즈에서 만든 '팬소리' 프로그램을 재밌게 봤어요.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공감하면서요. 그런데 그 영상이 나올 때 채팅을 보면 기분이 안 좋아요. 그 사람을 팬으로서 보고,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외모를 비하하더라고요. 팬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분위기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신청할 때까지 고민이 많으셨을 텐데, 안타까워요.
A 예은=이전에 '치어풀'을 들었다가 방송에 나온 적이 있어요. 그러면 아무래도 영상을 돌려보면서 채팅을 읽게 되거든요. '분명히 얼굴 평가를 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 짧은 시간에 외모에 대한 얘기를 하더라고요. 상처가 정말 클 수 밖에 없어요. e스포츠에 여성 팬들이 꽤 많은데, 숫자에 비해 여성 팬들의 입지가 안 좋은 것 같아요. 좋게 받아들이질 않더라고요. 고쳐질 필요가 있죠.
A 유림=게임을 할 때도 느껴요. 특히 조금만 못 하면 '여자냐?'고 하더라고요. 그런 것 볼 때마다 너무 짜증나요. 여자라서 못 하는 것이 아닌데, '님 혹시 여자셈? 남자 친구랑 듀오 중?' 이래요.
A 예은=게임을 캐리하는 상황이 나오면 '형, 멋있어요'라고 말해요. 당연히 제가 남자일 것이라 생각하고 말을 하더라고요. 캐리하다가 '시간이 없다, 빨리 끝내자'라고 하면 '여자친구랑 데이트 해?'라고 물어봐요. 되게 웃기죠.
A 유림=인식이 많이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직관을 가면 주위에서 하는 얘기가 들리는데, 남자분들이 '여자가 왜 이렇게 많아? 남자 밖에 없을 줄 알았는데'라고 해요. 여성 직관 팬들이 늘어난 지 꽤 됐는데.
A 지예=억울하죠. 직관 팬 70%는 여자거든요. 그런데 '직관 오는 여성 팬들은 게임도 모르면서 선수들 얼굴 보러 가는 것이다'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게임을 아니까 가는 거예요. 선수를 보면 몇 초나 보겠어요.
A 예은=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경기장에 가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그런데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선수들 얼굴 보러 온다면서.
A 지예=팬미팅도 힘들어요. 어떤 선물을 살 지 고민하고, 사서 전해주고. 응원하는 마음과 정성을 가득 담은 일인데 '여자네' 하고 노력의 과정을 잘라버려요. 무엇이 문제인 지 모르겠어요. 팬 문화를 낮추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Q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해주세요!
A 유림=LoL 리그가 엄청 크잖아요. 리그가 계속 존재하고, 성장하고 있는데 인식이 아직까진 못 따라오는 것 같아요. 축구와 야구를 보는 것과 같거든요. e스포츠 팬에 대한 인식이 향상됐으면 좋겠어요. 또 차별과 편견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됐으면 해요.
A 지예=e스포츠가 흥했으면 좋겠어요. 크레이지 아케이드와 카트라이더, 오버워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등 웬만한 리그는 다 가 봤거든요. 그러면서 '아직까지 e스포츠의 입지가 약하구나'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넥슨 아레나 안에 있으면 '게임 최고! 너무 재밌다'라는 느낌이 드는데 밖에 나오면 정말 허해요. 우리 입장에선 최고의 선수들인데, 다른 사람들은 '쟤네 뭐야?'라고 쳐다보면서 게임 폐인, 중독자로 봐요. 그럴 때 정말 안타까워요. 선수들이 오래 활동하고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e스포츠가 흥해서 사회 인식이 개선됐으면 좋겠어요.
A 예은=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 종목을 볼 수 있잖아요. 전 굉장히 좋게 봤어요. e스포츠도 하나의 스포츠로 받아들여졌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조금 더 흥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그런만큼 선수 보호에도 더 힘써줬으면 좋겠어요.
A 유림=아시안게임 예선을 보는데 엄마가 '뭐야?' 하시더라고요. 아시안게임에 LoL이 나오냐고요. 그래서 이번에 시범 종목으로 채택됐다고 하니까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을 일인데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놀라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괜히 뿌듯했어요. 직관이 가능한 경기장이 있다는 것에도 많이 놀라시더라고요. 느리지만 시대는 확실히 변하고 있어요.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