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저스의 새로운 신화'를 쓴 담원 게이밍의 김목경 감독은 과감히 전자를 택했다. 날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에서 코치로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아나갈 수 있었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2016년 가을, 당시 콩두 몬스터의 코치였던 김목경 감독은 승격강등전 이후 팀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팀은 롤챔스 잔류에 성공했지만,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팀과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자신만의 팀을 만들고 싶어서.
"제가 부유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고, 몇 년 동안 코치 일을 하다 보니 돈 쓸 시간도 없더라고요. 그간 일하며 모은 돈과 부모님에게 작은 도움을 받아 팀을 시작하게 됐죠."
◆소중한 인연들이 만들어낸 담원 게이밍
그는 완전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PC방에서 선수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경기도 부천에 전세로 숙소를 마련했다. 가전제품부터 침구류까지 모두 직접 준비해야했고, 선수들에게 밥도 해 먹였다. 팀을 세팅하면서 1억 원 가까이 지출했다.
하늘이 도왔을까. 그런 그에게 하나둘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새롭게 소개받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이어가다보니 담원이라는 회사까지 연이 닿게 됐다.
"본래 어썸이라는 아마추어 팀을 관리하고 있었어요. 프로 지망생들을 육성하는 목적으로 운영했던 팀이죠. '루나' 장경호 선수도 어썸 출신이었는데, 장경호 선수로부터 용산에 있는 옹 PC방을 추천받았어요. 사장님이 많이 도와주실 거라고. 그곳에서 팀 세팅 작업을 시작했고, 그러던 와중에 서든어택 유명 클랜이었던 미라지 관계자 분과 연이 닿게 됐죠. 그 분은 다시 부천에 있는 미라지 PC방을 소개시켜주셨고. 미라지 PC방 사장님은 지금의 담원 대표님을 소개시켜주셨죠. IM 시절 함께 했던 강동훈 감독님이 제게 그러시더라고요. 너는 정말 축복을 받은 거라고."
김목경 감독의 팀은 부천에 있는 숙소에서 지내며 인근의 미라지 PC방에서 연습했다.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한 감사함과 PC방 홍보라도 하고픈 마음에 팀 이름을 어썸 미라지로 지었다. 줄인 팀명은 AMG였다.
그렇게 시작된 팀이 챌린저스에 합류하자마자 담원으로부터 후원을 받기 시작했고, 2017 서머 스플릿부터 담원 게이밍으로 이름을 바꿔 지금의 위치까지 오게 된 것이다. 김 감독은 자신에게 도움을 준 인연들에 대한 고마움을 결코 잊지 않았다.
"고마운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가장 감사한 게 부모님이에요. 코치로 지내면서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으며 생활해도 되는데 리스크 있는 선택을 했을 때 선뜻 이해해주시고 지지해주셨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숙소에 올라오셔서 여러 도움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롤챔스에 올라간 게 다행이고, 그것을 통해 갚았다고 생각해요."
"옹 PC방 김영찬 사장님께도 정말 감사드려요. 그분으로 인해 소중한 인연들이 시작됐으니까요. 감사하다는 말밖에 해드릴 것이 없네요. 담원 대표님도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두 세 배 이상으로 도와주셨어요. 팀에 애착이 많으셔서 이번에 승격했을 때도 가장 기뻐하셨죠. 그리고 제가 해준 맛없는 밥 먹어가면서 저를 믿고 따라와 준 우리 선수들에게도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도전의 이유?…세대교체!
결과적으로 잘 풀려서 다행이라지만, 만약 이번에도 승강전을 통과하지 못했더라면 그 다음 기회는 기약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e스포츠의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새로운 도전자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를 무모한 도전의 길로 이끌었을까. 김 감독의 답은 '세대교체'였다.
"스타크래프트 때부터 e스포츠를 쭉 봐온 결과 영원한 챔피언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리그 오브 레전드에도 세대교체의 시기가 올 거라고 봤어요. 코치로 지내면서 다른 팀들의 리빌딩을 지켜보면 새 선수를 발굴하는 사례가 드물더라고요. 내가 팀을 만들고 자리를 잡을 쯤에는 다음 세대가 치고 올라올 거라 생각했죠."
김목경 감독은 팀을 만들면서 2년의 청사진을 그렸다. 롤챔스 무대에 오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2년으로 잡은 것. 그리고 계획대로 2년 만에 팀을 1부 리그로 승격시켰고, 세대교체의 주역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탁월한 김 감독이었다.
◆담원을 완성시킨 마지막 퍼즐 '뉴클리어'
물론 챌린저스에 있는 동안 어려움도 많았다. 특히 선수 수급에 있어 감독의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다른 팀들도 동시에 선수를 선발하다보니 김 감독이 점찍었던 선수들을 놓치게 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원거리 딜러를 구하기 힘들었다고.
김목경 감독이 눈여겨보던 선수 중 하나가 바로 그리핀의 '바이퍼' 박도현이다. 김 감독은 박도현이 그리핀에 들어가기 전 여러 차례 영입을 제안했지만 박도현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능력 있는 원거리 딜러를 구하는데 애를 먹던 와중에 '뉴클리어' 신정현의 계약이 풀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바이퍼' 선수 외에는 딱히 눈에 들어오는 선수들이 없었는데, '뉴클리어'의 계약이 풀렸다는 소식을 듣고 만나보고 싶었어요. 마인드나 생활태도 등이 흐트러져 있을까봐 확인하고 싶었죠. 모범이 될 선수인데 팀 분위기를 흐리면 안 되니까요. 직접 만나보니 마인드가 좋았고 딱 내가 원하는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정현의 영입으로 인해 담원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고, 김목경 감독이 원하던 팀을 완성시킨 담원은 챌린저스 코리아 서머 스플릿 1위에 이어 승강전에서도 bbq 올리버스와 배틀코믹스를 연파, 2019년부터는 롤 파크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보는 재미 주는 팀 되겠다"
2019 스프링 스플릿이 개막까지, 담원에겐 약 3개월의 시간이 주어졌다. 롤챔스 팀들과의 대결을 앞두고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궁금했다.
"승강전이 끝난 뒤 경기를 세 번이나 더 돌려봤어요. 사람들이 말하는 그리핀만큼의 임팩트가 부족하단 얘기는 틀린 말이 아닙니다. 연습할 때 경기력이 실전에서 나오지 않았어요. 그런 부분을 보완할 생각입니다. 선수도 더 충원할 계획이고, 차기 시즌에는 2부 리그 팀이 아니라 1부 리그에 어울린다는 말을 듣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할 생각입니다."
다가올 시즌의 목표에 대해서도 물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김 감독은 재밌는 경기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팬들이 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을 하고 싶다는 것. 승강전에서 야스오나 리 신, 카타리나가 등장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였다.
"롤챔스가 지루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우리는 볼 때마다 즐겁고 이 팀은 특별하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 메타가 어떻게 되건 좀 더 공격적이고 세련된 스타일을 추구하고 싶습니다. 승강전 때 카타리나를 픽했더니 채팅창에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죠. 그런 반응을 보니 도전 의식도 생기더라고요."
김목경 감독의 철학이 녹아든 담원의 등장으로 인해 다가올 롤챔스가 기존과는 다른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은 확실해 보인다.
◆"챌린저스에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인터뷰를 마칠 즈음 김목경 감독은 챌린저스 코리아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챌린저스 코리아 졸업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애정은 남아있었다. 자신이 세대교체를 염두에 두고 챌린저스 팀을 만든 만큼, 챌린저스에는 능력 있는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강조했다.
"여전히 많은 시청자들이 롤챔스와 챌린저스의 격차가 크다고 보고 있지만, 사실 그중엔 챌린저스 경기를 제대로 안 보신 분들도 많이 계실 겁니다. '룰러', '테디' 등 떠오르는 원딜러들 대부분이 챌린저스 코리아 출신이죠. 기존 롤챔스 팀들이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다보니 기회를 못 잡은 선수들이 많습니다. 결코 선수들이 못해서 챌린저스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챌린저스는 그런 선수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무대죠."
김 감독은 롤챔스와 챌린저스 사이의 격차가 많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2016 서머 스플릿 이후로 매 승강전마다 꼭 한 팀씩은 승격의 기쁨을 누려왔고, 2019 시즌을 앞두고는 두 팀이나 승격에 성공했으니 김 감독의 평가가 결코 틀린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챌린저스 팀들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과 응원이라고 이야기했다. 많은 팬들이 관심을 줄 때 챌린저스가 질적으로 발전하고 신예 선수들도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챌린저스의 발전이 곧 롤챔스의 발전을 불러올 것이라 보는 그였다.
"챌린저스 팀들은 롤챔스 팀들과 스크림 할 기회가 많지 않아요. 하지만 챌린저스 상위권 팀들이 롤챔스 팀들과 스크림을 하면 크게 격차가 없을 거라고 봅니다. 챌린저스 팀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많은 관심과 응원 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