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기상캐스터, 아이덴티티 엔터테인먼트 간판 아나운서, 배틀그라운드 감독 그리고 이제는 게임단 구단주까지. 과연 이런 이력을 가진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도전을 서슴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편한 길을 두고 굳이 힘든 길을 돌아서 가려는 사람, 바로 신예지 구단주가 그 주인공입니다.
신예지가 처음 e스포츠와 인연을 맺었을 때도 다양한 이유로 화제가 됐죠. KBS 기상캐스터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그가 갑작스럽게 액토즈 자회사인 아이덴티티 엔터테인먼트에 입사했다는 사실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신예지는 아이덴티티가 주관하는 리그에서 아나운서 역할을 하며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숱한 방송에 출연해 인지도를 쌓았고 ‘겜덕여친’이라는 닉네임으로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죠.
기상캐스터에서 게임 아나운서로의 변신이 그녀의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겠지만 신예지는 이후 더 큰 꿈에 도전합니다. 액토즈에서 만든 배틀그라운드 게임단에서 임시 감독직을 맡았던 그는 감독을 넘어 하스스톤 선수들을 주축으로 하는 카론 게임단 구단주로 깜짝 변신에 성공했습니다.
과연 그의 도전은 어디가 종착지일까요? e스포츠에 종사하는 어떤 사람보다도 다이내믹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과연 이번 도전에서는 어떤 것을 이루고 싶은지 솔직 담백하게 들어 봤습니다.
Q 우선 팬들에게 자기 소개 해주세요.
A 안녕하세요. 한 사람이 인생에 한 번 경험하기도 힘든 직업을 한 생애에 모두 도전해 보고 있는 신예지입니다(웃음).
Q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해요.
A 정신 없이 지냈죠. 지금은 좀 안정이 된 상황인데 지난 몇 달간은 잠도 못잤어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신경 써야 할 일도 산더미 같았어요.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지만 새롭게 게임단을 만드는 일만큼 힘든 일이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래도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이 게임단을 만드는데 좋은 밑거름이 돼서 다행이었어요.
Q 갑자기 게임단을 만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져서 깜짝 놀랐어요.
A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듣는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는데 사실 저는 오랫동안 고민하고 준비해왔던 일이거든요. 모든 일이 톱니 바퀴가 돌아가듯 딱 맞아 떨어지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 같아요. 제 입장에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운명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Q 굉장히 물 흐르듯 직업이 바뀌는 것 같아요(웃음).
A 기상 캐스터에서 게임 아나운서를 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였죠. 그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이 정도로 스펙타클한 인생이 펼쳐지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한 번 큰 변화를 주고 나니 나머지 일들은 운명처럼 밀려왔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아이덴티티 엔터테인먼트에서 리그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하다가 직접 아나운서 역할을 겸했죠. WEGL가 마무리 되고 난 뒤에는 배틀그라운드 팀을 만들어 보라는 미션이 떨어졌어요. 솔직히 처음에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어요. 리그를 기획하다가 이제는 게임단을 기획해야 하는 난관이 눈 앞에 주어지니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어요.
그런데 또 하다 보니 재미있더라고요.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자식 키우듯이 선수들을 돌보고 경기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나가면서 적응하기 시작했죠. 아예 회사에서 저보고 임시 감독을 해보라고 제안해서 감독직을 수행하기도 했고요.
그 덕분에 지금 팀 카론을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감독직도 억지로 맡았던 것인데 그 경험이 팀을 운영하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만약 배틀그라운드 팀을 운영해 보지 않았다면 엄청난 시행 착오를 겪었을 것 같아요.
Q 배틀그라운드 선수들과 헤어지면서 서운한 마음이 컸을 것 같아요. 선수들이 신 감독을 엄청 좋아하던데.
A 아쉬웠어요. 제가 면접보고 뽑은 아이들이다 보니 애착이 가더라고요. 지방에서 온 선수들이 많아서 제 사비 털어가면서 서울 적응시키는데 주력했거든요. 경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고향을 떠나 낯선 서울에서 마음을 적응시키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그런 노력을 알아줘서인지 선수들도 잘 따라줬고 그 덕에 성적도 잘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진짜 선수들이 이기면 그날은 제가 로또라도 당첨 된 기분이더라고요. 정말 행복했고 즐거웠어요. 그 행복했던 경험들이 지금 팀을 만들어 운영하는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Q 팀 창단은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A 정말 우연한 기회였어요. 제가 트위치 방송을 자주 하면서 스트리머들과 친해졌거든요. 그 중 하스스톤 스트리머들이 팀을 만들고 싶은데 같이 해주면 안되겠냐는 제안을 줬어요. 마침 아는 분 중 e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분이 있어서 투자도 쉽게 이끌어 낼 수 있었고요. 덕분에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죠.
Q 팀 카론 구단주뿐만 아니라 최근 로맨스 패키지 등 다양한 방송에서 얼굴을 보여주고 있더라고요. 최근에는 배우 감우성, 슈퍼모델 이소라가 속해 있는 에잇디 크리에이티브와 전속 계약도 체결했던데 연예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할 예정인가요?
A 개인적으로 e스포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에 비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정말 많은데 그 부분에 대한 발전이 잘 안되고 있고요.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팀을 창단하고 나서 오히려 활발하게 연예계에서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방송도 많이 하고요. 제가 출연하게 되면 e스포츠가 한번 더 언급 될 테고 저희 팀도 한번 더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잖아요.
초반에는 솔직히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과연 방송 활동을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이제 사무실부터 시작해 매니저들도 다 셋팅이 된 상황이라 저는 홍보 활동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저희 팀뿐만아니라 e스포츠를 널리 알리는 일에 앞장서보려 합니다.
Q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도 e스포츠에 대한 매력을 단기간 이렇게 깊이 빠지는 경우는 드물거든요.
A 아마도 사람 때문인 것 같아요. e스포츠에 종사하는 분들은 하나같이 열정이 넘치세요. 그리고 프로가 되고자 하는 선수들역시 정말 순수하고 예뻐요. 조금만 잘 다듬으면 좋은 선수가 될 가능성을 지닌 프로 지망생들도 무궁무진하고요. 개척하는 재미가 있죠. 한 번 그 매력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려워요(웃음).
Q 게임단을 만들 때 하스스톤을 종목으로 택한 이유가 있나요?
A 예능적인 요소가 있는 종목이었기 때문이었어요. e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모습을 보여주기 가장 좋은 종목이 하스스톤이라고 판단했거든요. 일단 보는 사람이 재미있어야 하는데 하스스톤만큼 개인 방송 보는 재미가 큰 종목도 거의 없어요. 또한 프로가 되고자 하는 열정을 가진 선수들도 많았고요. 앞으로는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등 다양한 종목들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Q 선수들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남다른 것 같아요.
A 항상 느끼는 거지만 선수들을 관리하는 건 마치 엄마가 아들을 키우는 거랑 비슷해요. 아직 선수들이 어리고 프로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줘야 하거든요. 게다가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능력까지 장착시켜야 하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많아요.
그래서 선수들과 자주 이야기하고 자주 만날 수 밖에 없어요. 아무래도 자주 보면 애정이 생길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아마 선수들은 제가 귀찮고 싫을 수도 있어요. 잔소리가 많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하지만 그래야 좋은 선수로 성장할수 있다고 믿거든요. 앞으로도 잔소리를 계속하지 않을까요(웃음)?
Q 어떤 게임단을 만들고 싶은지 궁금해요.
A 한국에서만 사랑 받는 게임단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사랑 받는 게임단으로 성장시키고 싶어요. 그 팀 경기나 방송은 정말 재미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선수들이 모두 프로 의식이 투철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워낙 리그 오브 레전드를 좋아하다 보니 LCK에 도전해 보고싶은 생각이 커요. 앞으로 차근차근 준비해서 카론 리그 오브 레전드 팀도 팬들에게 꼭 선보이고 싶어요. 아마 기존에 없는 새로운 팀이 탄생할 것이라 자신합니다.
Q 신예지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세요.
A 게임을 즐기는 분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항상 같아요. 그 마음을 좋게 보시고 항상 응원해 주신 분들께 감사 드려요. 아마 게임을 발판 삼아 다른 것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시고 저를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제 진심이 통한 곳이기에 더욱 e스포츠에 애착이 가기도 하고요.
요즘 방송에서 ‘예지 이모’ 라고 불러주시는 분들도 많은데 그렇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항상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팬들에게 오랜 기간 사랑 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저희 카론 팀도 많이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주세요. 항상 감사 드립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