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프릭스의 정글러 '스피릿' 이다윤에게는 엄청난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1라운드에서 플래시 울브즈와 G2 e스포츠를 상대할 때 출전했던 이다윤이 제 몫을 해내지 못한다면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한 댓글이 게시판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게다가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는 '식스맨'이었던 '모글리' 이재하가 출전해, 퐁 부 버팔로를 꺾었고 그 경기의 MVP로 선정되면서 이다윤의 입지는 더 좁아지는 듯했다. 이다윤은 지인들이 보내준 댓글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며칠 사이에 최신 메타에 적응하려고 노력했고 플레이 스타일까지 바꿨다. 그 결과 이다윤이 속한 아프리카 프릭스는 15일 부산 광역시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16강 그룹 스테이지 A조 2라운드에서 3전 전승을 거두면서 조 1위로 8강에 올라갔다.
인터뷰실에 들어온 이다윤은 한켠으로는 좋으면서도 한켠으로는 죄송함이 담겨 있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2라운드에서 팀이 3전 전승을 거두는데 일조하긴 했지만 1라운드에서 자신이 뛰었던 두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공존했다.
이다윤은 "두 경기를 복기하면서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라면서 "2라운드에서는 달라진 스타일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파밍형을 버리고 시간을 아껴 쓰면서 라인에 자주 개입하는 플레이를 펼쳤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이다윤은 이재하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이재하가 퐁 부 버팔로와의 경기에서 슈퍼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면 오늘 우리가 3전 전승을 거뒀더라도 8강에 올라갈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였다"라면서 "(이)재하의 경기를 보면서 내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깨달았기에 정말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었다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8강전을 치를 때까지 4~5일 정도 시간이 남아 있는 이다윤은 "16강전을 치르면서 내가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하는지 알았기에 확실하게 준비해서 더 나은 플레이를 보여드리겠다"라고 말했다.
부산=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