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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락스 피닉스 김기웅 코치 "도전하지 않으면 성취도 없다"

락스 피닉스 김기웅 코치가 미드 라이너 '글로우' 이진영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락스 피닉스 김기웅 코치가 미드 라이너 '글로우' 이진영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왕자영요는 중국 텐센츠가 서비스하는 모바일 AOS 게임이다. 중국에서 왕자영요는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다. 왕자영요 티어가 높을수록 더 많이 깎아주는 음식점이 있을 정도이며 왕자영요로 진행되는 중국 내 대회인 KPL의 인기가 엄청나고 여름에 열리는 국제 대회인 킹 챔피언 컵 또한 대단한 뷰어십을 자랑하고 있다. 10월말부터 한국에서도 왕자영요로 프로리그가 열리고 있다. KRKPL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대회에는 8개 팀이 참가해 정규 시즌을 마쳤고 포스트 시즌을 진행하고 있다.

KRKPL이 시작했을 때 모두들 2위 싸움이 치열할 것이라 예상했다. 2018년부터 호흡을 맞춰온 킹존 드래곤X를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고 실제로도 그런 결과가 만들어졌다. 2위를 놓고 경쟁하는 팀 중에 가장 주목 받고 있는 팀은 락스 피닉스다. 유명한 선수는 없지만 락스 피닉스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보여지는 스플릿 운영을 왕자영요에 도입하면서 싸움이 중시되는 왕자영요의 트렌드를 고급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규 시즌과 1차 포스트 시즌을 마무리한 상황에서 락스 피닉스는 12승2패로 정규 시즌 2위를 차지했고 1차 포스트 시즌에서도 라이벌로 꼽히던 액토즈 스타즈 골드를 제압하면서 결승에 올랐다. 락스 피닉스가 단기간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팀을 지도하고 있는 김기웅 코치의 공이 컸다.

[피플] 락스 피닉스 김기웅 코치 "도전하지 않으면 성취도 없다"

◆한국과 중국을 오간 무모한 도전
김기웅 코치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종목에서 지도자로 출발했다. 게임을 좋아했고 LoL에 푹 빠져 지냈으며 네버다이라는 클랜에서 관계자들을 만나 LoL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마음이 끌렸다. 인빅터스 게이밍을 2018년 월드 챔피언십 우승으로 이끈 김정수 코치와의 만남도 그 때 시작됐다. 김정수 코치가 "그렇게 LoL을 하고 싶으면 지도자부터라도 시작하는 것이 어떠냐"라는 조언에 아마추어 선수들을 모아 팀을 만들었다.

"아프리카 프릭스에서 코치를 하던 조계현과 제가 2개의 팀을 만들었어요. 하나는 에버였고 하나는 헝그리였죠. 온라인 상에서 두 팀이 계속 연습을 하면서 실력을 다듬었고 챌린저스 코리아가 막 시작될 때 에버로 합쳐서 출전했어요. e스포츠와 공식적으로 첫 인연을 맺은 시기였죠."

하나로 합쳐진 에버에는 '크레이지' 김재희, '아테나' 강하운, '로컨' 이동욱, '토토로' 은종섭 등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과 담원 게이밍의 코치가 된 송창근 등이 함께 했다. 2015년 챌린저스 서머에서 8승2패로 2위를 차지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진입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김 코치는 경제적인 문제로 벽에 부딪치면서 팀을 나와야 했다.

"선수들은 온라인 상에서 호흡을 맞춰야 했어요. 숙소나 연습실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던 탓이지요. 저도 휴학 상태에서 '아테나' 강하운과 같이 살았고 챌린저스 코리아 경기가 있으면 하루 전에 PC방에서 모여서 밤새 연습하고 경기장으로 갔어요. 돈이 떨어지다 보니까 연봉을 받을 수 있는 팀을 찾았고 중국 팀으로 갔죠. 선수들이 '한 시즌만 더 해보자'고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어요. 제가 가장 후회하는 순간이죠."

김 코치가 중국으로 간 뒤 에버는 2016년 서머 승강전을 뚫고 올라가서 LCK 무대에 진출했다. 그 해 겨울에는 IEM 쾰른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에버를 떠난 뒤 김 코치는 김선묵 감독이 있던 중국 하부 리그 팀인 리벤저로 이적했고 어느 정도 성적을 냈다. 강등권이었던 팀이었는데 시즌 막판에 성적을 내면서 강등권은 면했다. 이후 WY드림이라는 팀에서 '카카오' 이병권, '나그네' 김상문 등과 함께 생활했고 DS 게이밍도 지도했다.

"중국에서 여러 팀을 지도했는데 눈에 보이는 경력이 없다 보니 팀이 승격하면 나오게 되더라고요. 큰 무대에 서지 못하고 기회를 잡을 만하면 떠났어요. 2017년에 챌린저스 코리아 팀인 라이징 슈퍼스타 게이밍으로 왔고 두 시즌을 함께 했는데 성적이 좋지 않아서 떠났습니다."

[피플] 락스 피닉스 김기웅 코치 "도전하지 않으면 성취도 없다"

◆왕자영요라는 새로운 도전
2014년부터 시작한 LoL 지도자 생활은 한국과 중국을 오가면서 4년을 넘겼고 지칠 만한 시점에 새로운 팀, 새로운 종목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락스 피닉스 왕자영요 팀이었다.

"왕자영요 팀을 맡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습니다. LoL만 바라보고 있었으니까요. 한국에서 왕자영요 리그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코치까지 둘 거라고도 예상 못했죠."

LoL 팀을 한화생명에게 인도한 락스 게이밍은 새로운 종목을 모색하고 있던 과정에서 한국에서 왕자영요 프로리그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지도자를 물색하던 중 김기웅 코치를 영입했다. 왕자영요에 대해 거의 몰랐던 김 코치는 게임을 익히면서 LoL에서 사용하던 전략과 전술들을 접목해보기로 했다.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들을 모은 뒤 훈련을 하는데 특이한 패턴이 있더라고요. 모바일 게임이라는 생각에 계속 모여서 싸울 생각만 하는 거에요. 게임 진행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빨리 모이려는 생각이 몸에 배어들면서 생긴 습관이겠죠. 우리 팀은 그걸 반대로 풀어보려고 했죠."

락스 피닉스만의 운영 방법이 만들어진 계기였다. 싸움을 열려고 상대가 모일 때 라인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파고 든 락스 피닉스는 전투에서 패하더라도 미니언이 밀고 올라가는 라인을 만드는 연습을 했고 공식전에서도 특이한 운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LoL에서는 하부 리그 팀들도 할 줄 아는 운영이에요. 왕자영요에서는 다른 팀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것을 우리가 먼저 시도한 거죠. 라이벌 팀이라고 할 수 있는 액토스 스타즈 골드를 상대로 이 운영법으로 이겼을 때 정말 짜릿했어요. 우리의 색깔을 처음으로 보여준 경기였거든요."

11월 5일 열린 액토스 골드와의 대결에서 락스 피닉스는 '하썸' 민경현의 뮬란이 백도어를 시도해서 상대 본진을 먼저 밀고 승리했다. 정교한 컨트롤이 요구되는 PC 게임인 LoL에서나 가능할 줄 알았던 운영법을 성공시킨 사례다.

[피플] 락스 피닉스 김기웅 코치 "도전하지 않으면 성취도 없다"

◆도전하지 않으면 성취도 없다
첫 시즌에 액토즈 스타즈 골드와 2위를 놓고 경쟁할 것이라 예상됐던 락스 피닉스는 정규 시즌 2전 전승에다 포스트 시즌에서도 4대1로 대승을 거두면서 완벽하게 우위를 잡았다. 김 코치의 목표는 이제 킹존 드래곤X를 제압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15일 결승전에서 모든 것을 보여줄 생각이다.

왕자영요 팀을 지도하면서 눈에 띄게 성장한 선수로 '하썸' 민경현을 꼽았다. 5명의 선수 모두 초기에 비하면 기량과 전략 이해도, 운영 능력 등이 모두 성장했지만 그 중에서도 민경현에게는 "번뜩인다"라는 표현을 썼다. "딜러와 탱커 역할을 모두 해야 하는 포지션인 사이드를 맡고 있는 민경현은 둔해 보이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슈퍼 플레이를 해내기에 경기 때마다 기대가 됩니다."

5년 가까이 지도자 생활을 이어오면서 가장 좋은 성과를 올릴 기회를 잡은 김기웅 코치는 e스포츠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전해볼 가치가 충분하다라고 전했다.

"e스포츠 지도자 생활을 할지 말지 결정 못하고 우물쭈물할 때 김정수 코치가 제게 부딪혀 봐야 뭔가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해줬어요. 그 말을 듣고 비선수 출신 지도자로 도전하면서 수많은 시행 착오를 겪긴 했지만 여기까지 왔거든요. 무슨 일이든 하려고 하는 분들에게 '도전하면 실패라는 경험이라도 얻을 수 있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저는 아직 도전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겁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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