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존 시절 '악동'으로 불렸던 '칸' 김동하가 엄격(?)하기로 소문난 T1에서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는사람들도 많았겠지만 T1이 이런 점을 감안하지 않고 선수를 뽑았을 리 없다는 사실을 김동하를 만나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동하는 확실히 굳은 각오와 다짐을 하고 T1 입단을 결심한 모습이었습니다.
김동하는 T1이 외부에서 보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고 이야기 했지만, 프로게이머 '칸' 역시 외부에서 보는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누구보다도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저 철부지라고만 생각했던 기자의 편견을 무참히 밟아버린 '칸' 김동하의 속 깊은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Q 우선 자기 소개 부탁 드려요.
A 안녕하세요. 이제는 SK텔레콤 T1 톱라이너라고 소개해야 하는 '칸' 김동하입니다. 아직도 제 소개 하는 것이 조금 어색하긴 하네요(웃음).
Q 정말 많은 팬들이 궁금해 할 사항인데요. 김동하와 T1은 어떻게 만난 것인가요.
A 우선 T1이잖아요. 게이머들에게 T1은 명문 게임단 이미지가 커요. 대기업이기 때문에 복지가 좋고 연봉이 높은 것은 기본이고요. 아마도 게이머뿐만 아니라 프로 스포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명문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할 거에요. 게이머들은 T1 유니폼을 입는 것에 대해 굉장히 자랑스러워하죠.
저 역시 다르지 않았어요. 국내 무대에서 뛰게 된다면 꼭 T1에서 한 번은 뛰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어요. 이번 비시즌 동안 기회가 왔고 그것을 놓칠 이유가 없었던 거죠. 사실 도전 정신도 많이 들었어요. 제가 과연 잘해낼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기도 했고요.
Q 이번 이적 시장에서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소식 톱5에 들 것 같아요. 아마도 자유분방한 김동하 선수의 이미지와 정적인 T1의 이미지가 잘 매칭이 되지 않아서 팬들이 놀랐던 것 같아요.
A 팀이 선수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선수가 팀의 분위기와 컬러에 맞춰야 진짜 프로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여러 팀의 분위기를 겪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제성향에 맞는 팀을 찾을 수도 있었지만 그건 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죠. 제가 T1이라는 곳에서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에 따라 제 가치도 달라질 수도 있지 않겠어요? 잃을 것이 없는 도전이라고 생각했어요.
Q 그래도 생각보다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웃음).
A 킹존에 있을 때 형들이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너는 마음 속에 화가 너무 많다고요(웃음). 화를 낼 수도 있는 일이긴 하지만 제가 필요 이상으로 화를 낸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웃음).
T1에 입단해서 가장 먼저 내 안에 있는 화를 잘 다스려보자는 다짐을 했어요. 내 의도와는 다르게 비춰질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았고 화를 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거든요.
예전의 '칸' 김동하가 아닌 좀더 달라진 김동하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결과가 좋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려고요.
Q 외부에서 본 T1과 내부에서 본 T1은 어떻게 다른가요.
A 외부에서 생각했던 T1은 숙소에서는 조용할 것 같고 연습실에서는 규칙 속에서 자유 없이 살아갈 것이라 생각해서 각오하고 들어왔거든요. 막상 와보니 이 정도면 이름 값이 무거운 것이지 분위기가 무거운 것은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Q 김정균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춰 보는데 어떤지 궁금해요.
A 아직 제대로 연습을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고 합류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T1 분위기를 묻는 질문과 일맥 상통해요. 처음 만나 뵙기 전에는 무섭고 엄격할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 뵙고 보니 선수들 걱정도 많이 해주시고 선수 입장에서 많은 부분들을 생각해 주시더라고요.
Q '크레이지' 김재희와의 주전 경쟁은 어떨 것 같나요.
A 개인적으로는 주전 경쟁이 서로에게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저도 김재희 선수에게 배울 점이 많고 김재희 선수도 저에게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기회를 받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기 때문에 그것이 두렵지는 않습니다. 서로 시너지 효과가 충분히 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정글러 두 명과의 '케미'는 어떻게 예상하나요.
A 원래 다른 팀에 있었을 때도 잘한다고 생각했고 가끔 듀오도 했기 때문에 호흡에서는 문제가 없어요. 잘하는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은 실수만 조심하면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딱히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Q 원래 공격적인 스타일이라 팀의 주인공인 경우가 많았잖아요. 이번 T1 리빌딩의 색을 보면 대부분 주인공인 선수들이 모였는데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요.
A 사실 킹존에 소속됐을 때 임팩트가 큰 장면들이 많아서 그런 이미지가 있는것 같아요. 하지만 보여진 것과는 달리 게임 안에서는 양보를 상당히 많이 하는 편이에요. 경기에 임할 때 항상 저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한 편이지 공격만을 고집하지는 않아요. 의외로 칼과 방패를 다 사용할 수 있는데 킹존에서는 제 손에 칼이 쥐어지는 일이 많았기에 화려해 보였을 뿐이죠.
지난 시즌 '프레이' 김종인 선수에게 다들 캐리를 못한다고 이야기 할 때 내부에서는 말도 안 되는 평가라고 생각했죠. 김종인 선수가 얼마나 팀을 위해 희생하는 플레이를 했는지 우리는 다 알거든요. 김종인 선수로 인해 저희가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고요.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Q 상대적으로 약점으로 평가 받던 탱커 챔피언에 대한 낮은 숙련도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예정인가요.
A 탱커 챔피언이 약하다는 평가는 롤챔스에 복귀했을 때는 충분히 맞는 이야기에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평가를 뒤집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제는 탱커 챔피언에 대한 숙련도가 낮지 않다고 판단하거든요.
그 이야기를 하려면 많이 거슬러 올라가야 해요. 중국에 있을 때 1년 반 동안 대회도 못나가고 연습 경기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솔로 랭크밖에 할 수 없었고 딜러로 캐리하는 법만 계속 익혀야 했어요. 오랜 기간 반 강제적으로 딜러 챔피언만 해왔어요.
그러다 보니 롤챔스로 복귀했을 때 솔로 랭크에서 했던 플레이가 익숙해 저도 모르게 습관처럼 움직였던 것 같아요. 그래도 팀워크를 맞추고 롤챔스에 적응하면서 예전 습관들도 많이 버렸어요. 저는 딜러 챔피언 못지 않게 탱커 챔피언도 잘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Q 악동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그 이미지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변화할것인지 궁금해요.
A 개인적으로는 모든 스포츠에 '악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는 팬들도 많다고 알고 있고요. 물론 팀에서 원하지 않는다면 바뀔 의향도 있지만 스포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팬들을 게임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즐겁게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잖아요.
제가 WE 2팀에 있을 때 1팀에 전 스타 프로게이머 이성은 감독님이 있었어요. 사실 프로게이머 시절의 이성은 감독님의 모습을 본 적은 없는데 세리머니에 능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영상을 찾아봤어요.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팬들이 그런 것을 저에게 원한다면 용기를 가지고 해볼 생각은 있습니다. 물론 팀이 허락한다면요(웃음).
Q '세체탑' 경쟁자가 많은데 본인이 생각하는 '세체탑' 후보와 본인은 어느 정도의 위치일까요.
A 실력도 중요하지만 '세체탑'이 되기 위해서는 커리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롤챔스에서는 '세체탑'은 없어요. '한체탑(한국 최고의 탑)'만 있을 뿐이죠. 롤드컵에서 우승하지 못했기에 롤챔스에서 '세체탑'이 나올 수는 없는 것이라 생각해요.
또한 그렇기에 '한체탑' 역시 저는 아닙니다. 최근 롤챔스에서 우승한 kt 롤스터에 '한체탑'이 있겠죠? 하지만 다음 시즌에는 제가 '한체탑'에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고요. 물론 커리어만으로 모든 것을 논할 수는 없겠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이 그렇습니다.
Q 다른 팀들이 리빌딩을 거의 다 마친 상황이에요. 어떻게 보고 있나요.
A 상대하기 쉬운 팀은 하나도 없습니다. 게다가 이번 비시즌 동안 대격변이 일어났기 때문에 각 팀들이 어떤 색깔을 가지고 나올지 감을 잡기 힘들어요. 다만 그리핀은 좀 무서워요. 다른 팀들은 대격변을 겪었지만 그리핀은 이전 멤버 그대로 다음 시즌에 출전하는 거잖아요. 아마 지금 가장 강력한 전력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길 자신은 있어요. 리그 오브 레전드는 팀 게임이기 때문에 호흡을 맞추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실력과 경험을 겸비한 선수들은 금방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T1에 입단한 선수들 모두 뛰어난 선수들이기에 최고의 선수들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Q 이제 노장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됐어요. 예전과 많이 다른가요.
A 사실 나이가 많아서 실력이 떨어졌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한 것 같아요. 물론 저 역시 스무 살 때와는 다르게 연습을 많이 하면 허리가 아프긴 해요(웃음). 하지만 플레이를 할 때 손이 움직이지 않아서 스킬을 맞추지 못하는 것은 아니에요. 스킬을 쓸 때는 '감'이 중요하거든요. 이쪽에서 올 것 같은, 이 쪽으로 피하면 될 것 같은 '감'이 좋아야죠.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쌓여 가면서 '감'은 점점 좋아질 수 있거든요.
나이가 절대 숫자에 불과하지는 않지만 그 나이를 긍정적인 영향으로 바꾸는 것도 스스로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나이라는 핑계를 대지 않기 위해 계속 노력할 거고요.
Q 그동안에도 댓글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T1은 워낙 관심을 많이 받는 곳이라 더 많은 댓글이 달릴 테고 상처도 더 많이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A 중국에서 3년 동안 무서울 정도의 무관심을 받아 봤잖아요. 저는 악플보다 무관심이 더 무서워요. 그래서 악플도 감사하고 있어요. 적어도 저에게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앞으로 더 많이 관심 가져 주시고 댓글 달아 주셔도 됩니다(웃음).
Q '페이커' 이상혁과 취미가 비슷하다고 들었어요.
A 안 믿겠지만 의외로 독서를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웃음). 물론 (이)상혁이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대한민국 성인 평균 독서량 보다는 몇 배 읽고 있습니다. 많은 것을 알아야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많은 책을 읽을 예정입니다.
Q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요.
A 관심 받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관심'이라는 단어에는 많은 것들을 내포하죠. 여기서 '관심'은 좋은 관심입니다. 좋은 쪽으로 팬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T1에서 만들어 갈 또 다른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 드리고 응원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