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은 프로게이머들이 미래를 걱정하는 시기입니다. 군 입대라는 높은 벽이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을 잘하더라도, 국내 대회는 물론 세계 대회를 몇 번이나 우승해도 프로게이머는 장기를 살리지 못하고 군에 가야 합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프로게이머는 매력적인 직업이 될 수 있습니다. 군대를 마친 사람들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프로게이머를 시작하기에는 25세라는 나이가 많아 보이지만 병역을 이행했기 때문에 마음 편히 도전장을 던진 이들이 있습니다. OGN 엔투스 포스의 '야크' 김보현과 '인디고' 설도훈입니다. 병역을 마친 뒤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김보현과 설도훈은 OGN 엔투스 포스에 합류한 이래 뛰어난 전투 능력과 전략으로 팀을 늘 상위권에 올려놨고 두 번의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통합리그 출범 이후 번번이 눈앞에서 우승컵을 놓쳤던 김보현과 설도훈은 아쉬움을 원동력으로 또 한 번 변화한 배틀그라운드 코리아 리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남들보다는 조금 늦은 나이에 프로게이머를 선택한 이유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Q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달라.
A 김보현=OGN 엔투스 포스에서 일상에서는 유쾌함을, 경기 안에서는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26살 '야크' 김보현입니다.
A 설도훈=과거 스페셜포스2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배틀그라운드 최고의 게이머를 꿈꾸는 26살 '인디고' 설도훈입니다.
Q 25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도전한 이유가 궁금하다.
A 김보현=어릴 때부터 게임을 정말 좋아했고 실력도 나쁘지 않았다. 주변에서 "너 정말 게임 잘한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랐고 중학교 때까지는 프로게이머를 꿈꿨으나 현실적인 이유로 잠시 그 꿈을 접고 학업과 생업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 전역 후 배틀그라운드가 처음 출시됐을 때 게임을 하다 보니 어렸을 때 그 꿈이 조금씩 다시 살아나더라. 주변에서 배틀그라운드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에 만족하지 못했고 모든 사람에게 배틀그라운드를 제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프로게이머에 도전했다.
A 설도훈=18살에 스페셜포스2 프로리그에 1차 지명으로 팀에 합류해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었지만 두 시즌 만에 리그가 사라지면서 솔직히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든 상황을 맞았다. 이 직업을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했는데 1년 만에 리그가 사라져서 다시 대학교 입시를 준비했고 그냥 평범한 삶을 생각했다. 군대에서 전역하고 복학을 했을 때 배틀그라운드가 출시됐다. 학업을 병행하면서 게임을 했음에도 스쿼드 1위까지 올라갔다. 스페셜포스2에서 함께 활약했던 게이머들이 배틀그라운드로 재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이 샘솟았고 지금의 소속팀인 OGN 엔투스 포스에 들어왔다.
Q OGN 엔투스 포스에는 어떻게 합류했나.
A 김보현=프로를 꿈꾸는 친구들끼리 MXM이라는 팀을 구성해 배틀그라운드 서바이벌 시리즈 베타에 출전했는데 성적이 나쁘지 않았고 우리 팀 선수들이 많은 곳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그중에 OGN 엔투스 포스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끌려 테스트를 받았고 합격했다.
A 설도훈=(김)보현이가 테스트를 보던 날 나도 같이 테스트를 봤다. 나는 ITCK에서 활동했었는데 OGN 엔투스 포스에서 선수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고 총을 잘 쏴서 그런지 합격 연락을 받아 지금의 동료들과 함께할 기회를 얻었다.
Q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 서로의 첫인상은 어땠는지.
A 김보현=그 때 기억이 생생하다. 내가 진짜 프로라는 타이틀을 달고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동시에 '이 친구들과 함께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들었다. 솔직히 나는 우승을 차지하기에 충분한 실력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나머지 선수들이 못 따라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아주 조금 있었다(웃음).
A 설도훈=5년 만에 다시 프로게이머로 활동한다는 생각에 각오를 단단히 가졌다. (김)보현이가 속했던 MXM을 스크림에서 4대1로 싸워서 이긴 경험도 있었고 당시에 보현이가 사용했던 닉네임이 '메타몽'이라 너무나 약하게 느껴졌다. 연습실에서 게임을 풀어가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니 정말 잘한다는 것을 느꼈고 함께 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A 김보현=(설)도훈이가 나를 조금 얕보는 것 같은데 ITCK가 대회에서 치킨을 한 번 밖에 못 뜯은 거로 알고 있다. MXM은 생존 점수가 낮았을 뿐 치킨은 여섯 번 정도 뜯은 저력 있는 팀이었다.
A 설도훈=지금은 내가 총을 더 잘 쏘기 때문에 과거는 아무런 상관없다(웃음).
Q 팀에 '성장' 성장환까지 동갑내기가 3명인데 충돌하는 부분은 없는지.
A 김보현=3명 모두 군 생활까지 마쳐서 서로 잘 이해하고 배려해 충돌은 없다. 다만 (설)도훈이와 막내인 '카일' 정수용이 FPS 선수로 활동해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색깔이 강해 가끔 충돌하는 것 같다.
A 설도훈=(정)수용이와 내가 고집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선수들은 우리를 잘 맞춰주면서 필요한 정보를 툭툭 던지듯이 챙겨줘 충돌하는 부분은 없다.
A 김보현=아니다. (정)수용이랑 (설)도훈이랑 충돌하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웃음).
Q 경기장에서도 의견이 대립해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있나.
A 설도훈=대회에서는 의견 충돌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가 우물쭈물하는 모습에 의사 충돌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는데 우리가 잠시 멈칫하는 순간은 갑작스럽게 들어온 정보를 종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상이다.
A 김보현=우리는 A와 B라는 장소를 놓고 고민하는 게 아니라 장소를 곧바로 정한 뒤 어떻게 싸울지에 대해 고민한다. 잘 싸우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지, 어떤 장소가 더 좋은지는 온전히 오더의 판단에 맡긴다.
Q 새 시즌에 또 한 번 룰이 변화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A 설도훈=룰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어려워도 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프로로서 활동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배틀그라운드는 배틀 로얄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게임이라 아직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단 하나의 시도로 꾸준히 대회를 이어갔는데 그게 정답이 아니라면 그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A 김보현=새로운 장르의 새로운 대회라 이러한 변화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적응하는데 늘 어려움이 따르지만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정착을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딱 하나 아쉬운 것은 사용자들이 즐기는 배틀그라운드와의 거리감이 제일 큰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전투 위주의 룰도 좋지만 배틀 로얄이라는 장르에 맞게 생존에 조금 더 힘이 실렸으면 좋겠다. 그렇게 룰이 변화한다면 선수들이 혼자 남았을 때 기습적으로 1킬을 올린 뒤 죽으면서 끝나는 게 아니라 처절하게 끝까지 살아남으려는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Q 그렇게 된다면 수풀에 숨어 지루한 모습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A 김보현=배틀그라운드는 그런 맛도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 배틀그라운드에서 재미를 느낀 부분은 총을 쏴서 누군가를 제압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전략으로 동료들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었다. 인원이 적게 남았어도 끝까지 버티려는 모습이 나와야 결국 교전도 더 크고 치열하게 이어지리라 생각한다. 물론 교전에 소극적일 수도 있다. 실제 게임을 하다 보면 상대를 많이 잡고 치킨을 뜯는 사람이 있는 반면 요리조리 피하다가 버티는 고정에서 승리하는 사람도 있다. 다양한 생존법이 실제 e스포츠 리그에 등장했을 때 팬들이 더 좋아하실 것 같다. 이러한 부분을 생각했을 때 새롭게 변화된 룰은 생존 점수의 범위와 획득량이 늘어 배틀그라운드 본연의 맛을 조금 더 살릴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선수들이 킬 포인트를 노리는 교전과 동시에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많이 나올 것 같아 이번 시즌이 많이 기대된다.
Q 대회와 라이브 서버의 환경이 달라 아쉽다는 이야기도 있다.
A 김보현=대회를 일반 서버와 동일하게 한다면 리그가 매우 지루해질 것 같다. 라이브 서버의 아이템 드롭율이 높아지고 자기장 속도가 조금 빨라진다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사녹'과 '비켄디'로 대회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아쉽지 않은지.
A 설도훈=가장 최근에 출시된 '비켄디'는 건물이 너무나 많아서 대회에서 쓰기에는 조금 어려울 것 같은데 팬들과 함께하는 이벤트전이라면 재미있는 장면이 자주 나올 것 같다.
A 김보현='사녹'은 지형이 끊임없이 능선이 있는 구조라 고지를 점령한 팀이 심하게 유리해져서 대회를 진행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비켄디'는 건물이 줄어든다면 대회 맵으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Q 2019년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는 각오는.
A 김보현=지난 대회들을 돌이켜 본다면 우리 팀의 실수가 큰 아쉬움으로 돌아온다. 우리가 잘 활용할 수 있는 자기장에서도 소통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올해를 기점으로 우리 팀 선수 중 3명이 20대 중반을 넘겼다. 대회에 참가하는 팀들 중에 우리보다 어리기에 피지컬이 좋은 선수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전략과 전술은 우리가 한 수 위라는 것을 보여주겠다.
A 설도훈=최근 스크림을 진행할 때마다 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략 전술을 실험하는 연습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준비 중인 모든 전략이 크게 나쁘지 않다는 방증이라 생각한다. 순위 점수와 킬 포인트 두 가지를 모두 챙기는 모습 보여주겠다. 그리고 숫자에서 밀린다면 내가 2명씩 쓰러뜨리는 모습을 꼭 보여주겠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A 설도훈=늘 팬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프로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PAI 때 마카오까지 찾아와서 응원해주셔서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 다들 건강하셨으면 좋겠고 설 연휴에 푹 쉬시면서 2019년에 꿈을 이루기 위한 에너지를 채우셨으면 좋겠다. 올해 반드시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A 김보현=늘 응원해주신 팬들, 그리고 관계자들 모두 즐거운 연휴 보내시길 바란다. 그리고 친동생 민규에게 꼭 한 마디 전하고 싶다. 민규야,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과 달리 요즘 열심히 놀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너의 경쟁자들은 너와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이번 명절까지만 놀고 정말 열심히 달리려므나.
구남인 기자 ni041372@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