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은 PAI 마무리 후 곧바로 리빌딩에 들어갔고 남은 선수는 오경철 단 한 명이었습니다. 구성원이 모두 바뀐 상황에서 오경철은 아쉬움이라는 감정을 느낄 시간도 없이 다음 배틀그라운드 코리아 리그(이하 PKL)를 함께할 선수를 찾기 위해 모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PAI에서 부진하며 내적으로 많이 성장했다는 오경철은 지금까지 아마추어에 가까웠지만, 이제는 진짜 프로게이머가 됐다고 자부합니다. 2019년에는 프로게이머 '스타일'의 진짜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의 각오를 들어봤습니다.
Q PAI 이후 어떻게 지냈나.
A 아프리카 페이탈의 리빌딩에 집중하느라 휴가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정말 힘들었다.
Q PAI에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더 힘들었을 것 같은데.
A 부정적인 생각과 마음을 마카오에서 모두 풀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돌아오니 대회 첫날부터 마지막까지 하나하나 부족했던 부분들이 다 떠오르면서 아쉽더라. 하지만 곧바로 PKL 준비를 시작해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아쉬운 기억은 자연스럽게 정리되더라.
내 개인적인 아쉬움은 모두 묻어뒀지만,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아직 남아있다. 많은 질타를 받았는데 변명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가 부족했다. 다시 한번 이 기회를 통해 응원해준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전하고 싶다.
Q 마카오 대회에서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A 경기장에서 대회용 클라이언트 세팅을 진행하는데 한국어로 설정하고 옵션이 설정되지 않더라. 문제를 해결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곧바로 스크림이 진행됐다. 준비 과정에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 터라 집중하지 못했다. 정해진 스크림 횟수가 적어서 집중력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려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첫 경기가 있던 날 게임에서 튕기는 문제도 발생했다.
이 모든 것들을 극복하고 잘 해낸 뒤에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데 하위권으로 떨어지다 보니 이 말들이 모두 핑계에 불과하다. 우리 팀은 피지컬만 믿고 대회에서 우승할 것이라는 자만심에 차 있었기 때문에 낮은 성적을 받는 게 당연했다. 앞서 설명한 문제가 없었더라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긴 힘들었을 거다.
Q 귀국 후 곧바로 리빌딩에 들어갔다.
A 리빌딩 결정 후 아쉬운 마음이 너무나 컸다. 함께 지내면서 웃기도 싸우기도 한 동료들과 이제 다른 팀 또는 다른 곳에서 각자의 길을 걷게 된다는 사실이 정말 슬펐다. 이렇게 리빌딩이 진행되는 원인이 주장이었던 내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었는데 동료들이 떠나갔다. 그래서 더 침울했다.
'제이든' 최원표는 선수로서 아직 더 활약할 수 있는데 코치로 활동하겠다고 이야기했고 '로자르' 김경열은 방송을 선택했다. 두 사람 모두 앞으로 선택한 분야에서 정상에 꼭 올랐으면 좋겠다. 그리고 '로화' 이재호는 정말 아끼는 동생인데 같은 팀에서 뛸 수 없어 너무나 아쉽다. 게임 내에서 부족한 부분을 능동적으로 챙겨주는 훌륭한 선수인데 그 자리가 비어버린다는 게 정말 아쉬웠다.
Q 리빌딩 진행에 어려움은 없었나.
A 기존 선수들이 떠나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마카오에서 이미 패배의 쓴맛을 보고 돌아왔기에 그런 감정에 취해 있을 시간조차 많지 않았다. PKL을 위해 하루빨리 새 멤버를 찾아야 했고 또 그들과 합을 맞춰야 했다. 지금은 새롭게 팀에 합류한 선수들 모두 정말 좋고 호흡만 더 좋아지면 2019년을 페이탈의 해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NN' 한민규는 우리 팀에 들어오기 위해 테스트를 본 이후 다른 팀 테스트까지 거절하면서 기다렸다. 혹시라도 팀에서 반대 의사가 있다면 들어올 수 없는데 우리 팀만 바라보고 오랫동안 참고 기다려줘서 정말 고맙다. '람부' 박찬혁은 테스트 때 엄청난 기량을 보여줬는데 최근에 조금 부진한 것 같다. 왠지 테스트 때가 전성기였던 것 같다(웃음).
Q 새로운 구성원들 속에서 본인의 역할은 어떻게 정했는지.
A 내 역할을 딱히 정하지는 않았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실력을 키워서 1인분을 제대로 해내는 것 정도다.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 모두 실력이 뛰어나고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페이탈의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내가 할 일은 실력 향상뿐이더라.
PAI에서 10위라는 낮은 성적을 기록하면서 개인적으로 바닥을 찍었다고 느끼면서 한국에서는 완전히 다를 삶을 살고 있다. 2018년의 나는 전혀 프로답지 않았다.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았고 동료들이 잠든 뒤 다른 게임을 몰래 하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새벽까지 연습하더라도 오전 10시 30분에 일어나서 운동하는 걸로 하루를 시작한다. 점심 식사를 마친 뒤 곧바로 PC 앞에 앉아 연습에 들어가기 전 미리 손까지 풀어놓으면서 배틀그라운드만 바라보고 있다.
Q PKL 준비는 잘 진행되고 있나.
A 동료들 모두 잘한다. 알아서 잘한다. 본인의 문제점이나 팀에게 부족한 요소들을 다들 알고 서로 피드백해준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식사하면서도 킬 로그 체크가 부족한 것들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내면서 본인이 부족한 부분을 채우겠다는 말을 하는 모습을 보며 나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가장 견제되는 팀은.
A 디토네이터와 VSG, 형제팀인 아프리카 프릭스 아레스 이렇게 3팀을 견제하고 있다. 세 팀 모두 자리를 잡으면 정말 뚫기 어렵다. 그중에서도 디토네이터는 현재 랜드 마크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교전 능력도 좋고 예측하기 어려운 전략까지 잘 사용해서 가장 위협적이다. 아프리카 프릭스 아레스는 '로화' 이재호가 오더를 맡고 있는데 전략적으로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조금 불편하다. 그리고 VSG는 정상에 오르면 조금 풀어질 수도 있고 지칠 수도 있는데 더 겸손해지고 더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조금은 무섭게 다가온다.
Q 새로운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A 어떻게든 끝까지 살아남는 생존력을 보여줄 생각이다. 선수들 모두 지형지물을 잘 활용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불리한 자기장이 생성되더라도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멤버들과 반복 훈련하면서 우리가 우승할 수 있는 정답을 찾아가고 있다.
Q 개인적인 목표와 팀적인 목표는.
A 최근 개인 기량이 많이 떨어져서 1대1 싸움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최대한 실력을 올리는 데 집중해서 올해 최고의 개인 기량을 선보이고 싶다. 팀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지만 상세한 목표를 언급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것 같아서 자세한 언급은 피하겠다. 대회에서 실수 없이 우리의 실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집중력을 유지하고 싶다.
Q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A 이번 설 연휴 행복하고 즐겁게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그리고 이번 PKL에서 새로운 모습의 아프리카 프릭스 페이탈과 형제팀 아레스 모두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구남인 기자 ni041372@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