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미스러운 일들에 휘말리며 위기에 빠진 한국e스포츠협회를 구하기 위해 13년만에 돌아온 김영만 협회장은 3개월간 e스포츠 업계 관계자들을 두루 만나며 협회의 본질과 방향성에 대해 고민했고 2019년 한국e스포츠협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했다.
김영만 협회장은 'e스포츠가 잘 만들어졌을 때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 '협회는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결론은 세 가지 과제를 수행하는 것으로 도출했다. 선수 등록제와 대한체육회 가맹, 협회 아카데미 사업을 당면 과제로 정했다. 김영만 협회장은 한국이 e스포츠 분야에서 국제적인 표준을 만들어나가는 역할을 해내야만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방향을 잡았다.
취임식에서 협회의 위기를 깔끔하게 극복하고 다음 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긴 훌륭한 구원투수였다는 평가를 받겠다고 각오를 밝힌 바 있는 김영만 협회장이 생각하는 한국e스포츠협회의 문제점과 직면한 숙제에 대한 해결책을 들어봤다.
◆협회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종목별 연맹체 형태로도 충분히 협회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대해 김영만 협회장은 "현재 협회는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팀을 중심으로 구조가 이뤄져 리그 오브 레전드의 프로화만을 놓고 보면 많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원래 취지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협회는 특정한 종목을 위한 일을 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지난해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진입하면서 새로운 글로벌 e스포츠의 지형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종목사가 할 수 없는 협회의 역할이 분명히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김 협회장은 "한국은 아시아e스포츠연맹에 동아시아 이사국으로 자리해 향후 e스포츠 세부 종목 선정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있고 국제e스포츠연맹도 IOC에서 주관하고 있는 e스포츠 관계자 회의 등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정부와 e스포츠 국제 기구와의 논의에서 조율자를 맡아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 e스포츠가 선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와의 소통은 잘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김 협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와 e스포츠 관련 정책이 지속적, 단계적 내용이 포함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다음 아시안게임에 국산 게임이 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다. 아울러 지역 e스포츠 경기장 사업도 정책 검토와 자문 등을 해왔으며 선정이 확정된 부산, 광주, 대전광역시를 만나 대회 연계, 아카데미 사업 전개 등 다방면에서 협력 관계를 형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규 e스포츠 종목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묻자 "종목사들과 관계를 형성한 뒤 전국에 깔려있는 PC방을 하나의 인프라로 활용하고 프로 시스템을 잘 갖춘 협회 회원사들이 새로운 종목을 함께 받아들여 프로화에 대한 공동 작업을 해나가는 것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2019 액션 플랜은 협회 정상화의 첫 걸음
2019년 협회가 해결해야 할 세 가지 과제로 선수 등록제와 대한체육회 가맹, 협회 아카데미 사업을 선정한 김 협회장은 개별 과제에 대한 이유도 설명했다. 선수 등록제에 대해 김 협회장은 "이 제도는 모든 스포츠 협단체의 가장 근간이 되는 시스템"이라며 "현재 협회는 선수 데이터 등 누적된 정보 자산이 부족하고 종목별로 다른 선수 등록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구축할 것이며 연내에 아카이브화 시키고 이를 자산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선수 등록을 유도할 방법을 묻자 "국가대표 선발과 세제 혜택, 프로팀 입단 등이 협회 등록선수들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단계를 만들고 은퇴 후 진로지원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프로 선수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선수들까지 모두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대한체육회 가맹 준비 상황에 대해 김 협회장은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시범 종목으로 채택되고 한국 선수들이 뛰어난 활약을 보여줘 지방자치단체들의 인식을 전환시킨 것 같다"라며 "대전과 경남, 부산, 전남 4개 시도체육회 가맹이 완료됐기에 올해 상반기 가맹 신청을 진행할 것이고 광주와 강원 등 추가적인 설립 의지가 있는 지자체가 있어 앞으로 9개 시도체육회 가맹을 진행해 대한체육회 준회원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 내년도 목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회가 추진 중인 아카데미 사업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그는 "민간에서는 프로게이머를 양성하는 것에 집중하고있지만 협회는 산업 전반에 필요한 산업 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춰 선수 외에 심판과 지도자, 방송인력 등을 위한 전문적인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뿌리부터 다져 나가겠다
2019년 e스포츠 예산이 대폭 늘어났지만 한국e스포츠협회에 배정된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2017년말 삼성전자와 CJ 등이 협회를 탈퇴하면서 협회가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 정부 예산은 줄고 부회장사들이 분담하던 운영 시스템도 무너지면서 협회는 새로운 재원을 찾아야 한다.
협회 재정과 관련해 김영만 협회장은 "올해는 회장사를 비롯한 신규 부회장사 영입을 통해 재정 부족분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회비에만 의지해서는 협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라며 "기존에 무료로 자문을 진행했지만 e스포츠 컨설팅 등의 자문 요청이 있을 때 수수료를 책정하고 프로팀과의 부트 캠프 사업을 진행해 협회 운영 경상비를 충족시킬 계획이다. 여기에 매치업 플랫폼을 만드는 파트너십을 갖춰 국내에서 활용한 뒤 우호관계가 형성된 해외 협단체로 이를 확대해 수익화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스포츠의 올림픽 입성과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에 대한 질문에는 "최근 IOC 유승민 위원과 만나 내부에서 진행되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가 긍정적인 것을 확인했다. 다만 전통 스포츠가 몇 십 년 간 만들어낸 룰 세팅과 구조를 e스포츠가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협의 하에 국가대항전 및 교류를 확대해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대항전과 대한 세부 계획을 묻자 "올해 상반기에 대한체육회 가맹을 이루고 하반기에 한중전, 한일전 등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단기적으로는 각국 체육회가 연계한 국가대항전을 진행해 확대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계획"이라면서 "국가대항전은 협회가 가져갈 수 있는 권리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종목 선정과 관련해서는 종목사들과 협의하고 동의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식체육종목화 진행 후 국가대표 선발에 대해서는 "협회 등록 선수를 우선 선발할 계획이고 대한체육회 내부에서 체육특기자의 군면제 혜택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어 e스포츠 선수들의 대한 특혜애 대해서는 앞으로 대한체육회에서 결정되는 정책 방향에 맞춰 고려하겠다"라고 설명했다.
e스포츠의 학원 스포츠화에 대해 묻자 김 협회장은 "학교에는 이미 교육용 PC 시설이 모두 갖춰져 e스포츠의 학원 스포츠화의 가능성이 있고 앞으로의 기술 발전으로 5G, VR, AR 등을 활용한 새로운 e스포츠 콘텐츠가 만들어지면 학원 e스포츠화가 더욱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한국e스포츠협회의 방향성에 대해 김영만 협회장은 "산업적 측면에서 다양한 프로팀과 종목사 등을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해 전반적인 e스포츠의 업무에 모두 집중하고 그 조직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재정을 마련해야한다"며 "안정적인 구조 정립을 위해서는 뿌리부터 시스템 정립이 우선적이라고 생각하며 이 기반이 튼튼해야 프로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고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구남인 기자 ni041372@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