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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L STAR] '조커' 조재읍과 강병호 코치가 꿈꾸는 샌드박스

샌드박스 게이밍의 '조커' 조재읍(왼쪽)과 강병호 코치.
샌드박스 게이밍의 '조커' 조재읍(왼쪽)과 강병호 코치.
2019 스무살 우리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의 대표 이슈는 샌드박스 게이밍의 모래 폭풍이었습니다. 샌드박스 게이밍은 최하위권을 기록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젠지 e스포츠를 시작으로 킹존 드래곤X와 SK텔레콤 T1 등 기존 LCK 팀들을 연달아 꺾으며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LCK에서 보여준 성적뿐만 아니라 팀 구성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병역의 의무는 물론, 대학까지 졸업한 서포터 '조커' 조재읍과 지난 시즌 부진을 딛고 일어난 '고스트' 장용준, 아프리카 프릭스에서 후보로만 등록되어 있던 '서밋' 박우태 등 다양한 이력과 사연을 가진 선수들이 모였고 게임 방송국에서 일하던 유의준 감독과 일본에서 활동하던 이준용 코치,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해외팀에서 선수들을 키운 강병호 코치까지 코칭 스태프 또한 특이 경력자들로 가득했습니다.

스타 플레이어나 선수출신 코치 한 명 없는 샌드박스 게이밍이 LCK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LCK 유일의 군필 프로게이머 조재읍과 나이는 어리지만 벌써 코치 생활 5년차에 접어든 강병호 코치를 만나 모래 폭풍의 원동력과 첫 시즌을 마친 소감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습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조재읍=샌드박스 게이밍의 서포터 '스무살' '조커' 조재읍입니다.
A 강병호=샌드박스 게이밍의 수석 코치 28살 '라덴' 강병호입니다. 조재읍 선수가 나이 앞에 '마음은'이라는 단어를 빼먹은 것 같네요(웃음).

Q 조재읍 선수가 강병호 코치보다 나이가 많은데 호칭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A 강병호=조재읍 선수가 나이가 많지만 코치와 선수 관계이다 보니 숙소나 연습실, 경기장과 같은 공적인 자리에서는 서로 존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A 조재읍=사적인 자리에서는 서로 편하게 친구처럼 지내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팀의 기강을 위해 코치와 선수로써 대화하고 있죠. 저희는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합니다.

Q 이준용 코치나 다른 선수들도 그렇게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A 조재읍=강병호 코치님이 해외에서 활동해서 그런지 직급이나 나이에 얽매이지 않아서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준용 코치님이나 유의준 감독님과는 사석에서도 선을 칼같이 지키고 있습니다. 물론 선수들은 다 어려서 편하게 형, 동생으로 지내고 있고요.
A 강병호=팀에 합류하기 전에 조금은 걱정했지만 외국 팀에서 나이와 상관없이 평등한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존중하는 문화를 경험했기 때문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이준용 코치도 아무런 문제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충분히 괜찮을 거라고 판단했죠.

Q 조재읍 선수는 늦은 나이에 선수에 도전하면서 두려움은 없었나요.
A 조재읍=처음부터 프로게이머를 반드시 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기회가 주어지면, 환경이 마련된면 프로게이머를 한다라는 생각으로 챌린저스 코리아 승강전에 도전했는데 승격에 성공했죠. 배틀코믹스 팀으로 창단까지 이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거든요. 좋아하는 일에 도전해보고 실패해도 후회 없이 일상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죠.
강병호 코치.
강병호 코치.
Q 강병호 코치는 어떻게 샌드박스 게이밍에 합류하게 됐나요.
A 강병호=지난해 말에 새로운 팀을 찾고 있었는데 유의준 감독님께 연락을 받고 만났어요. 그 자리에서 제가 가진 생각과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감독님께서 그런 포지션의 코치가 필요했다며 반가워하셨고 3일만에 도장까지 찍었죠. 많은 외국 팀을 거치면서도 'LCK에서 뛰고 싶다'라는 꿈을 꿨는데 샌드박스 게이밍을 통해 현실이 됐습니다. 제 인생에 있어 정말 큰 행운이죠.

Q 숙소에서 서로를 만났을 때 첫 인상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A 조재읍=저는 주위의 평가로 사람을 판단하기 보다는 직접 만났을 때 제가 받은 느낌으로 사람을 판단합니다. 강 코치님을 처음 봤을 때부터 느낌이 좋았어요. 팀에 합류하기 전에 이준용 코치님과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이야기를 들어서 팀 내부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서로 많이 다르더라고요. 선수들에게는 다양한 자극이 될 수 있닥 생각했죠.
A 강병호=샌드박스 게이밍에 처음 들어왔을 때 조재읍 선수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더라구요. 퍼즐 조각은 이미 모여 있었고 맞추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죠.

Q 다 모아놓은 퍼즐 조각이라고 표현했는데 LCK 준비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A 강병호=KeSPA컵까지는 걱정이 많았지만 로스터를 구성하고 연습 과정에서 좋은 결과가 돌아오니 승강전은 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충분히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경기장에 가니 LCK는 처음이라 그런지 긴장이 많이 되더라고요.
A 조재읍=처음 우리 팀에 대한 평가가 낮았을 때 저도 개인적으로 우리 팀이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할 만한 팀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연습 경기 성적이 나아지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LCK 무대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증명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Q 외부 평가와 달리 1라운드에 기존 LCK팀들을 꺾으며 파란을 일으켰는데요.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A 강병호=연습 성적이 좋으니 선수들이 자신감이 가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새로운 경기장에서 대회가 진행되면서 모든 팀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우리 팀 선수들이 긴장을 별로 하지 않아서 준비했던 것들을 최대한 잘 보여줬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나왔던 것 같아요. 새로운 경기장에서 대회가 시작된 것이 정말 큰 행운이었죠.

Q 1라운드 상승세가 이어질 때 팀 분위기는 어땠나요.
A 조재읍=성적이 잘 나와서 기분이 너무나 좋았는지 다들 안주해 버렸던 것 같아요. 순식간에 상위권에 올라왔으니 우리는 계속 잘할 것이라고 편하게 생각했죠.
A 강병호=기분은 좋았지만 승수가 쌓일수록 잃을 게 많아진다고 느껴지면서 부담감도 함께 쌓여갔어요. 결국 2라운드에는 과감한 전략은 꺼내지 못했고 안정적인 것만 찾다 보니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순위가 쭉 내려 앉았죠.

Q 2라운드에서 순위가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 어떻게 해결하려 했나요.
A 조재읍=당시 아픈 선수도 있었기에 전략의 문제인지 선수 개인의 컨디션 문제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했어요. 우리가 못해서 졌다면 과감하게 전략적인 변화가 생겼을텐데 내부적으로 정확하게 진단을 내리지 못했죠.
A 강병호=리그의 진행속도를 고려해 선수들의 컨디션을 관리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을 잘 관리하지 못한 제 책임이 크다고 느끼고 있어요.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 지친 상황에도 계속해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쉬어가야할 때와 더 치고 나가야할 때를 놓친 것 같아요.

Q 첫 시즌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스프링 시즌을 마쳤을 때 느낌은 어땠나요.
A 조재읍=많이 힘들었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대회, 리그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재밌었어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달달했다고 표현하고 싶네요.
A 강병호=많은 사람들의 예측을 깨고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하나의 볼꺼리를 만들었고 부족한 점도 많이 느낄 수 있어서 나름 만족했어요. 이번에 깨달은 부분을 충분히 보완한다면 서머 시즌에는 더 잘해낼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조커' 조재읍.
'조커' 조재읍.
Q 이번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조재읍=제가 치른 경기는 아니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킹존 드래곤X와 SK텔레콤 T1의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경기를 보면서 '저 정도 기량의 하단 듀오를 만나서 내가 처참하게 찢어졌다면 더 성장할 수 있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이번 시즌 초반은 제 실력이 좋아서 이긴 것이 아니라 다른 팀들이 합을 맞추는 동안 우리가 경기력을 유지한 덕에 좋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잘하던 팀들은 제 실력을 찾아 올라왔고 안주하고 있던 저희는 그대로 미끄러졌죠.
A 강병호=단 하루지만 1위에 올랐던 순간이 가장 짜릿했던 것 같아요. 사실상 거의 기대를 받지 못했던 우리 팀이 잠깐이지만 LCK에서 언더독의 반란을 보여준 것 같았거든요.

Q 조금 이르지만 서머 시즌은 어떻게 예측하고 있고 또 어떻게 준비할 계획이신가요?
A 조재읍=아직 개막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만 긴장하고 있어요. 냉정하게 바라보면 우리 팀은 조금만 삐끗해도 하위권으로 밀려날 수 있는 상황이니까요.
A 강병호=스프링 시즌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충분히 보완해서 같은 실수만 반복하지 않는다면 중위권에 다시 한번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Q 중위권을 생각한다면 2019년에 롤드컵은 계획에 없는 건가요.
A 조재읍=당장의 목표는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내년에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어요. 아직 내부적으로 더 안정을 기해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함께 더 좋은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조율해 나아가야죠.
A 강병호=저는 샌드박스 게이밍이 기존의 문제점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마음이 앞서 간다고 다 따라갈 수 있는건 아니니까요. 올해는 선수들의 게임 내적인 부분과 생활 면에서 모두 잘 보살피면서 더 나은 다음을 준비해야죠. 그렇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간다면 언젠가 저희도 누구나 인정하는 강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조재읍 선수의 나이를 생각하면 장기적인 계획은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A 조재읍=사실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이후 현실을 생각하면 매일 매일 걱정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오늘 경기를 후회 없이 치르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요. 가능하다면 33살까지 선수로 뛰어보고 싶네요(웃음).
A 강병호=조재읍 선수가 매일 매일 LCK의 기록을 경신하고 있기 때문에 늘 좋은 경기력으로 오랫동안 선수 활동을 이어가길 응원하고 있어요.

Q 앞으로 개인적인 목표와 팀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조재읍=물론 최고의 선수와 최고의 팀이라는 수식어를 얻는다면 가장 좋겠지만 확실한 색깔아 있는 선수, 확실한 색깔을 가진 팀으로 남고 싶어요. 특히 최고령 선수보다는 실력이 좋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네요.
A 강병호=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함께 할수록 믿음이 가는 코치가 강병호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어요. 어려운 길이겠지만 샌드박스 게이밍을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강팀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강병호=사실 많은 외국 팀을 경험했지만 스펙만 본다면 보잘 것 없던 저에게 큰 기회를 준 유의준 감독님과 이준용 코치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고맙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전하고 싶네요.
A 조재읍=저는 바로 옆에 앉아 있는 강병호 코치님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인데요. 요즘 군대가 복무 기간도 줄었고 많이 편해졌다고 하니 마음 편하게 다녀오셨으면 좋겠어요. 휴대폰도 사용할 수 있다니까 심심할 때 메시지 보내면 꼬박꼬박 답장해드릴게요(웃음).

구남인 기자 ni041372@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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