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령관' 송병구가 과감한 전략을 성공시키면서 도재욱을 3대0으로 완파하고 3,037일 만에 개인 리그 4강에 진출했다.
송병구는 2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VSG 아레나에서 열린 코리아 스타크래프트 리그 시즌3 8강 A조 도재욱과의 대결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으면서 3대0으로 완승을 거뒀다.
송병구는 "어려운 상대라고 생각했던 도재욱이었지만 그동안 내가 왜 프로토스전에서 자꾸 졌는지를 생각하면서 먼저 전략을 걸었는데 성과가 좋았다"라면서 "오랜만에 4강에 오른 만큼 결승까지 가서 우승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송병구와의 일문일답.
Q 4강에 진출한 소감은.
A KSL 대진이 산 넘어 산이었다. 16강은 패자전과 최종전을 거치면서 잘 넘었는데 도재욱을 8강에서 만나면서 힘들 것 같았다. 그래도 준비한 대로 잘 풀어갔고 3대0으로 만들어내면서 경기력도 좋았다. 자신감 가지고 4강에 갈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Q 3,000여 일 만에 개인 리그 4강에 올랐다. 알고 있나.
A 8년 4개월이라고 방송 인터뷰를 통해 전해 들었다. 10년은 안되어서 다행이다(웃음).
Q 도재욱을 상대로 무엇에 주안점을 뒀다.
A KSL 시즌1에서 도재욱을 두 번 만나 16강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ASL에서도 프로토스전을 많이 치렀고 이번 시즌 첫 경기 상대도 프로토스 정윤종이었다. 프로토스를 만났을 때마다 성과가 좋지 않았던 이유를 스스로 분석했는데 과감성이 부족했다. 이번에 정윤종을 상대로 0대3으로 패했을 때 제대로 느꼈다. 도재욱을 상대로는 내가 경기를 주도할 수 있도록 작전을 짰고 과감하게 사용한 것이 1, 3세트에서 제대로 통했다.
Q 2세트 '크로스게임'에서 상대 본진에 몰래 게이트 작전을 구사했다.
A 1년 전부터 사용하려고 했던 전략이다. 그렇지만 간이 작아서 못했다(웃음). 경기를 패하고 나서 VOD를 다시 보면서 '왜 몰래 게이트를 하지 못했나'라고 후회한 적이 정말 많았다. 이번에도 정윤종에게 쓰려고 했는데 그 때도 간이 작았다. 이기든 지든 도재욱과의 '크로스게임' 맵에서는 쓰려고 했는데 도재욱이 정찰을 하더라. 그래서 '나는 역시 운이 없나'라고 생각했는데 질럿이 프로브를 잘 잡길래 운이 따른다고 생각했다.
Q 예전에 송병구가 운영을 기반으로 한 선수였다면 이번에는 달랐던 것 같다.
A 다른 선수들의 게임을 보는데 예전보다 꼼꼼하게 챙겨서 본다. 내가 이 상황이면 어떻게 플레이할까를 생각하면서 보니까 큰 도움이 된다. 요즘에 열심히 활동하는 선수들이 전략을 잘 짜오는데 그 선수들을 상대로 내가 앞서는 부분은 심리전인 것 같더라. 내 장점을 활용한 덕에 오늘도 3대0으로 이긴 것 같다.
Q 김태영과 변현제 중에 승자와 4강에서 만난다.
A 변현제는 나에게 인간 상성이라고 할 정도로 정말 강하다. 한 판이라도 내가 이기면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김태영을 온라인 상에서 만났을 때에는 내가 많이 졌는데 대회에서는 내가 이긴 적이 있어서 김태영이 올라오면 좋을 것 같다.
Q '분유토스'라는 별명이 생겼다.
A 개인 방송을 할 때 여러 경기를 하지 못한다. 중간 중간에 아이에게 분유를 먹여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살이 찌면서 습관처럼 검은 옷을 입고 있는데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나면 옷에 흰 자국이 남더라. 게임만 보고 싶어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내가 개인 방송을 하면서도 아이를 봐야 하기에 죄송스럽기도 하다. 시청자들이 이해를 해주시면 좋겠다. 오늘 경기장에 오기 전에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데리고 갔다가 응급실에 입원시켜야 했다. 승리의 기쁨을 개인 방송을 통해 전해드리고 싶지만 곧바로 아이를 돌보러 가야 하기 때문에 방송은 하지 못할 것 같다. 아내가 일도 하지 못하면서 아이를 보고 있어서 빨리 가야 한다.
Q 하고 싶은 말은.
A 군 복무 중인 윤용태가 시간을 짜내서 이틀 연속으로 도와줬다. 장윤철도 전략에 대한 조언을 해줬다. 정말 고맙다.
강남=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