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스프링 시즌을 누구보다 힘을게 보냈을 선수, 다시 날아 오를 기력조차 남아 보이지 않았던 선수, 하지만 그래도 계속 날갯짓을 해야만 하는 선수가 있었습니다. 날개에 상처를 입고 근육이 지칠대로 지쳐있지만 그가 상처를 회복할 수 있도록 누구도 기다려 주지 않았습니다. 상처 입은 몸을 이끌고 힘겹게 결국 여정을 마친 새, 바로 kt 롤스터 '스맵' 송경호 입니다.

2018년 롤챔스 서머 우승팀인 kt 롤스터가 2019년 스프링 시즌에서 승강전으로 내려갈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송경호 역시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상황이었죠. 롤챔스 우승, 롤드컵 준우승을 기록해 정점을 찍은 선수가 겪기에는 너무나도 힘든 시련이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팀 주장이자 에이스였던 송경호는 전면에서 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 팬들의 비판은 거셌습니다. 항상 밝게 웃던 송경호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졌고 웃음기가 지워졌죠. 다시 날아 올라야 한다는 부담감만이 그의 어깨에 남겨져 있었습니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송경호는 한번도 외부 사람들에게 자신의 힘듦을 보이지 않았죠. 그게 주장이자 에이스의 숙명이라 생각했던 것일까요?

지옥같던 스프링 시즌과 승강전을 마치고 그는 다시 서머 시즌 앞에 서 있습니다. 서머 시즌을 앞둔 송경호는 스프링 시즌을 막 끝내고 난 뒤의 모습 보다는 한층 밝아졌습니다. 든든한 형 '프레이' 김종인이 팀에 합류했고 승강전을 거치면서 새로운 선수들과 손발이 맞아가기 시작했고 떨어진 자신감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밝은 웃음 뒤에 숨겨져 있던 그의 진심, 지난 시즌을 보내며 한층 성장한 '스맵' 송경호의 진솔한 인터뷰를 지금부터 함께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DES=오랜만에 단독 인터뷰를 하는 것 같은데 팬들에게 인사 한번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kt 롤스터 주장이자 탑라이너 ‘스맵’ 송경호 입니다. 정말 오랜만인 것 같네요.

DES=비시즌 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비시즌 동안 친구들이랑 제주도에 다녀왔어요. 스트레스 받았던 것 다풀고 재미있게 놀았죠. 노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 하지 않고 푹 쉬었어요.

DES=사실 인터뷰를 해야 할지 많이 망설였어요. 지난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아서 인터뷰를 하는 것 자체가 힘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프로게이머가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먹는 욕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그렇다고 숨어서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은 또 프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팬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있고 그로 인해 인터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응해야죠. 오늘은 솔직하고 편하게 인터뷰를 해볼 생각입니다.

DES=그렇게 말해주니 편하게 인터뷰 할 수 있겠네요. 우선 지난 시즌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확실히 처음 겪는 시련이긴 했어요. 그동안 이 정도의 시련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시련은 단순히 성적이 좋지 않아서가 온 것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이전과 다르게 잘 극복이 안 됐던 것 같아요.

지난 시즌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무너져서 힘들었어요. 예전에는 내가하는 일, 판단, 플레이를 신뢰했는데 지난 시즌에는 그런 확신이 없어지더라고요. 외부에서 누군가가 나를 비판하고 비난하는 것에 대해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스스로에 대한 신뢰였는데 그게 무너지고 나니 흔들리더라고요. 사람이 중심이 흔들리면 강하게 무너질 수있다는 것을 처음 경험했죠.

게다가 내가 잘했다면 팀 성적이 올라갔을 것이라 생각하니 더 힘들더라고요. 스스로를 믿지 못해 스스로를 괴롭히는 상황은 견디기 어려운 시련이었어요. 내가 잘했어야 하는 상황에서 그러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컸던 것 같아요.

DES=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계기가 있었나요?

아마 있었을 거에요. 그런데 사실 지금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아요. 어떤 큰 사건이 있었다기 보다는 아마도 연패가 쌓이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서서히 떨어지고 회복될 시간없이 곧바로 경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무너진 것 같아요.

DES=왜 본인이 잘했어야 했다고 생각했어요?

비시즌 동안 새로 판이 짜였잖아요. 제가 중심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죠. 오래 전부터 팀을 융화하고 잘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시즌도 새로운 친구들과 끈끈한 팀워크를 이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다 보니 그 부분까지 신경을 쓸 여력이 없더라고요. 내 자신도 다스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군가를 돌보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잖아요. 만약 제가 예전의 자신감을 유지하고 동료들을 잘 이끌었다면 지난 시즌 승강전에는 가지 않았을 것 같아요.

DES=승강전을 가야 하는 상황이 '스맵' 송경호에게는 가장 힘든 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어요.

아마도 지난 시즌 중 가장 힘든 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승강전이 확정되고 승강전이 펼쳐지기 전까지가 가장 불안하고 힘들었죠. 그런데 다행히 그 시간을 극복하면서 뭔가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집중력도 이전과는 달랐죠. 승강전을 준비하면서 손발이 맞아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만약 스프링 시즌 때의 모습으로 서머에 들어갔다면 어떻게 됐을지 장담할 수 없어요. 그런데 승강전을 거치면서 확실히 모두가 심기일전 했고 가능성을 보게 됐어요. 저 역시 조금씩 자신감을 찾아갔고요.

DES=스프링 시즌 때 '스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유독 높았잖아요. 그래서 더 힘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실 팀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은 한 선수의 문제는 아니잖아요.

프로게이머, 그리고 팀 에이스의 숙명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한번 정점을 찍은 선수는 어쩔수 없이 겪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팀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면 그런 비판을 듣는 것은 당연한 일이에요. 팬들이 기대하는 크기가 다르고 또 내가 해줘야 하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성적에 대한 비판이 저에게 몰리는 현상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힘들었어요. 특히 오늘은 내가 좀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칭찬 받는 이야기를 들으려고 커뮤니티에 들어갔더니 또 욕밖에 없더라고요. 못했을 때 비판을 받는 것은당 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잘했는데도 비판을 들으니 멘탈이 흔들렸어요.

하지만 롤챔스에서 우승하고 롤드컵에서 준우승한 선수가 팬들에게 한 경기 잘했다고 칭찬 받고 그것에 기뻐할 레벨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죠. 그래서 지키는 일이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온것 같아요. 팬들도 롤드컵에 나가 결승 무대에 섰던 나에게 연패하다가 한 경기 잘했다고 칭찬하는 것 역시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했어요. 그래서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계속 한 것 같아요.

DES=비시즌 동안 솔로랭크를 400번 한 것이 팬들에게 회자되더라고요.

솔로랭크를 얼마나 했는지 팬들이 볼 수 있기에 아무래도 연습을 얼마나 했는지의 지표가 솔로랭크인 것 같아요. 비시즌 동안 400번 넘게 한 것은 사실이고 연습 열심히 한다고 좋게 봐주시는 부분은 감사하게 생각해요.

팬들이 제 연습량이 작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롤챔스, 롤드컵에서 준우승 했을 때도 지금과 같은 연습량이었어요. 솔로랭크로만 따진다면 평균적으로 연습량이 적을 순 있지만 그래도 전략을 짜내고 머리 속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다양한 플레이 장면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연습 스타일이 다른 것이죠.

팬들이 솔로랭크로 연습량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당연해요. 그렇다고 제가 의도적으로 솔로랭크를 더 많이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성적을 보여주는 것이 먼저죠. '내가 이정도 연습했으니 져도 봐줘라'라는 의미로 솔로랭크를 하고 싶지않아요.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지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연습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잘할 때는 연습량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는데 팀 성적이 떨어지다 보니 제 연습량에 대한 것까지 회자 되는 것을 보면서 프로는 정말 성적을 잘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열 마디 말, 천 판의 솔로랭크보다 대회에서의 1승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지 않을까요?

DES=이번 서머 시즌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겠네요.

스스로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성적이 필요해요. 아무리 마인드 컨트롤로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해도 패하면 다시 떨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이번 서머 시즌이 저도 그렇고 우리 팀도 부진을 극복하고 다시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요.

정상에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 생각해요. 여기서 일어설 수 있다면 정말 다시 태어나는 기분일 것 같아요. 그 어려운 일을 해내기 위해 지금부터 열심히 노력해야죠.

DES=그래도 좋은 환경들이 만들어지고 있잖아요. 특히 같이 우승을 일궈냈던 '프레이' 김종인이 팀에 들어 와 든든할 것 같아요.

스프링 시즌이 끝나고 (김)종인이형을 만났어요. 이미 팀에서는 '프레이' 김종인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였기 때문에 제가 먼저 만나본 거죠. 그날술 한잔 하면서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 놓았어요. 아마 제가 계약서를 가지고 만났다면 그날 도장을 받을 수 있었을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원래 자고 일어나면 갑자기 두려움이 커지고 다짐이 무너지기도 하잖아요. (김)종인이형이 못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너무 이해했어요. 프로게이머를 그만둔 뒤 (김)종인이 형이 너무 행복해 보였기 때문에 다시 지옥과 같은 이곳에 와달라고 조르는 것이 미안했어요.

그래도 사무국과 코칭 스태프가 포기하지 않았더라고요. 저는 그날 진심을 다했고 충분히 제 마음이 전달됐다고 생각해서 그날 이후로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거든요.다시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 (김)종인이형과 함께 했을 때 성적이든 생활이든 즐거운 추억이 많았거든요. 자신감이 줄어든 저에게 아마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든든하기도 하고요.

DES=김종인의 합류가 본인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준 것 같아요.

정말 (김)종인이 형이 얼마나 큰 결정을 했는지 사람들은 잘 모를 거에요.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힘든 프로게이머생활로 다시 돌아오기란 쉽지 않은 일이에요. 물론 프로게이머만 얻을 수 있는 희열, 명예가 있지만 한번 편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되면 다시 이쪽을 보기 쉽지 않아요.

은퇴까지 번복하고 다시 돌아온 (김)종인이 형이 시시하게 승강전은 내려가지 말자, 이 정도의 각오로 왔을까요? 아닐거에요. 형의 결정이 헛된 선택이 되지 않도록 보여주고 싶어요. 다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정말 열심히 노력할 겁니다.
DES=점점 팀에 필요한 사람이 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예전에 캐리하던 '스맵'이 아닌 동료들과 함께 할 줄 아는 '스맵'이 돼가고 있는 것같아요.

kt에 오기 전까지는 내 눈앞에 보이는 것만 하고 경기에만 집중했어요. 사실 합의하게 내 마음대로 플레이 하기도 하고 '나 잘할 수 있으니 이것도 해보겠다'며 객기를 부리기도 했죠. 성적도 잘 나오다 보니 그렇게 주목 받는 플레이만 했던 것 같아요.

kt에 들어오면서는 플레이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죠. 즉흥적인 것 보다는 좀더 고민하고 생각하고 팀워크를 다지고 어느 정도 약속해서 플레이하는 법을 배워갔어요. 주장도 하게 되면서 게임 이외의 다른 것들도 돌봐야 한다는 것도 익혔고요.

그때 알았어요. 예전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했을 때 누군가가 나를 서포트 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을 말이죠. 솔직히 혼자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그래서인지 지금은 튀는 플레이나 리스크 있는 플레이는 피하게 되고 동료들과 어울리는 플레이, 동료들과 함께 하는 플레이를 하게 됐어요.

장단점이 있지만 결국 리그 오브 레전드는 팀 게임이잖아요. 지금 저의 변화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개인적인 만족도는 예전이 더 높지만 프로게이머 인생을 돌아 봤을때 지금의 시기가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DES=일탈을 해본 적이 없을 것 같아요. 바른 생활 이미지라 그런지(웃음).

일탈을 해본 적이 생각해 보니 거의 없네요.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마음껏 놀고는 있어요. 노는 것을 좋아하거든요(웃음). 인생 모토가 '착하게 살자'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착하게 살 예정입니다.

DES=술을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혹시 주사가 있어요?

술 마시는 것도 좋아하고 술 자리도 좋아해요. 잘 마시긴 하지만 주사가 아예 없지는 않아요. 많이 마시면 애교를 많이 떤다고 하고 더 많이 마시면 그렇게 운데요(웃음). 예전에는 술 마시고 와서 부모님을 깨워서 앞에서 그렇게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겉으로는 웃지만 마음 속으로 삭혔던 것들이 나오나 싶기도 해요(웃음).

DES=스프링 시즌을 보내고 성장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 시즌 자신감 회복해서 훨훨 날았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는 경기의 승리를 통해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스맵'으로 돌아오고 싶어요. 서머 시즌에서 '스맵'이 재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프로게이머로서 한 단계 성장하지 않을까요?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칭찬은 고래도 춤 추게 한다는데 '스맵'도 춤추게 하지 않을까요?

DES=마지막으로 동료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지금 우리는 가져가야 할 짐들이 정말 많아요. 하지만 그런 것들을 생각하기 보다는 우리끼리 확신을 가지고 플레이 했으면 좋겠어요. 외부 평가에 흔들리지 말고 스스로 믿을수 있을 때까지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같이 하면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프링 시즌 실망하셨던 팬들에게 다시 날아 오르는 모습 보여주고 싶어요. 지켜봐주세요.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