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운이 좋았다며 겸손해 하는 조건희이지만 우리가 본 그의 알리스타는 운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완벽했습니다. 조금은 잘난 척해도 되지만 그는 우직하게 한 대답만 내놓았습니다. 7할은 운이었다고.
조건희가 이처럼 대답한 이유는 자신의 실력에 대한 생각 때문입니다. 아직 잘하는 서포터라고 불리기에는 한참 부족하기에 한 경기에서의 '캐리'만으로는 우쭐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그날 경기는 7할이 운이었고 2할은 동료들의 슈퍼 플레이, 1할이 제 실력이었어요. 그날 부족한 점도 많았는데 몇 장면 때문에 잘한다는 평가를 받은 것 같아 쑥스러워요. 아직은 고칠것 투성인 선수입니다."
스스로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 없이 노력하는 타입인 조건희는 지난 해 주전으로 뛰지 못하면서 단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고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당당히 2019년 담원의 주전 서포터로 자리 잡았죠.
"제 가장 큰 단점은 게임 안에서 고집이 너무나 세다는 거였어요. 제 생각이 95% 맞다는 생각으로 움직이다 보니 동료들과의 콜이 자주 갈렸고 트러블이 일어나기도 했어요. 저로 인해 팀 플레이가 잘 되지 않는 상황이었어요."
평소 순하디순한 조건희의 성격으로 미뤄 봤을 때 놀라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죠. 그는 경기 외적으로는 고집이 거의 없지만 경기 안에서는 누구보다 고집 불통이었다고 털어 놓았습니다.
"코치님이 앞으로는 콜이 갈릴 때 다수결로 정하고 그 콜이 틀릴 경우에는 피드백을 통해 성장하면 된다고 설명해 주셨어요. 저 역시 처음에는 고집만 부렸는데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니 코치님 말을 따라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조금씩 사람들과 이야기 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죠."
조건희는 혹독(?)한 훈련 끝에 고집을 꺾었다고 합니다. 피지컬을 키우는 일이나 솔로 랭크 순위를 올리는 일보다 고집을 꺾는 일이 더 어렵다고 하니 조건희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짐작이 됩니다.
조건희는 원거러 딜러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캐리하는 챔피언을 잘 다루지 못한다는 한계를 발견했습니다. 원거리에서 스킬을 쓰는 챔피언만 잘하는 그는 서포터로 포지션을 변경할 때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 놓았습니다.
"2018년 초, 서포터로 전향하겠다고 마음 먹고 스크림에 임했는데 성적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깔끔하게 원거리 딜러라는 꿈을 접었죠. 서포터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조건희는 서포터가 된 뒤 '울프' 이재완, '코어장전' 조용인 그리고 '마타' 조세형의 플레이를 보며 그들의 장점을 흡수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마타' 조세형의 플레이를 많이 참고했다고 합니다.
"2018년 '마타' 조세형 선수는 시야 장악을 확실하게 하는 장점이 있었어요. 상대방과 심리전을 활용한 움직임이 좋았죠. 저와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마타' 조세형 선수를 많이 따라했어요. 제 롤모델이라 볼 수 있죠."
모든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들이 그렇듯 조건희 역시 롤드컵 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지만 아직 그는 부족하고 불안하다며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인터뷰 내내 조건희는 "불안하다", "아직 멀었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반복했습니다.
"담원은 상체가 강한 팀이에요. 다시 말해 하체까지 강해진다면 무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죠. 아직은 제가 팀의 약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고 더 열심히 뛰어다닐겁니다. 지켜봐 주세요."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